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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9/15 21:47:47
Name   k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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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목차


서문

원래 롤, 오버워치와 같은 대중적인 라이브 서비스 온라인 게임 위주로만 즐기던 제가 지금처럼 콘솔 게임으로 주 플랫폼을 이전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게임은 세키로였습니다. 지금 와서 플레이해도 전혀 퀄리티가 손색이 없다 생각하는 세키로는 당시에 제게 굉장히 충격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칼 한자루만을 들고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적들을 상대하면서 묵묵히 기회를 노리다가 적을 일격에 쓰러뜨리는 세키로의 전투는 이전까지 컴퓨터와의 대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주었고, 그로 인해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덕에 한동안은 오히려 맘에 드는 액션게임을 찾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플레이기록

그리고 올해 5월에 나온 나인 솔즈는, 제작자들이 밝혔듯이 세키로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하며 실제로도 그 흔적을 게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침내 세키로 2를 갈망하던 마음을 이번에 나인 솔즈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총 약 27시간동안 엔딩을 보기까지 플레이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세키로와는 달리 메트로배니아다운 맵 구성과 기믹들을 통해 이 게임만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어찌됐든 인디 게임사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편의성과 치밀함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조금 있고, 스토리가 굉장히 암울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네요. 그럼에도 본인이 세키로를 즐겁게 플레이하셨다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세키로를 모방한 전투 스타일

나인 솔즈의 주요 전투 기믹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약공격, 강공격, 원거리 공격, 부적
  2. 대쉬, 공중 대쉬
  3. 점프, 2단 점프
  4. 가드, 패리, 점프 패리, 무한 반격

이 때 세키로를 모방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가드, 패리, 점프 패리, 무한 반격입니다. 세키로는 적의 공격을 주로 패링을 통해 막아내려 노력하지만 실패시 가드가 되어 체간이 깎여나가며, 패리를 성공시키면 손해보는 것 없이 상대의 체간을 깎아 내리는 형태로 기본적인 전투가 이루어지는 게임입니다. 이 때 일반적인 패리로 막을 수 없는 공격들을 점프 밟기, 간파하기로 대응하게 됩니다.

나인 솔즈의 기본적인 수비도 세키로와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살짝은 다릅니다. 나인 솔즈는 세키로와 마찬가지로 가드와 패리가 동일한 버튼을 공유하며 패리에 실패할 경우 가드로 전환되어 내상을 받게 됩니다. 이 내상이라는 수치는 가드조차도 실패하고 클린 히트를 당한 경우에 한번에 깎여나가며, 내상이 꽉 차더라도 가드를 사용하면 캐릭터가 사망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캐릭터의 체력이 100일 때 이것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패리를 실패하고 가드시 약 20의 체력이 갈색과 80의 빨간색으로 표현되고, 이 상태에서 가드를 실패하면 체력이 60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세키로에서 점프 밟기, 간파하기에 대응하는 것이 나인 솔즈에서는 점프 패리, 무한 반격 두가지 기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점프 밟기, 간파하기와 마찬가지로 나인 솔즈의 점프 패리와 무한 반격은 일반적인 패리로 막을 수 없는 공격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다만 차이라면 나인 솔즈의 무한 반격은 후딜레이 판정이 굉장히 널널한 대신 차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 패턴을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인 솔즈 고유의 전투 스타일

나인 솔즈가 세키로와 다른 것은 체간이 아니라 내상 시스템에서 나오는 플레이들로 대표적으로는 부적이 있습니다. 부적은 상대의 공격을 패리 또는 가드로 막아내면 생성되는 자원을 통해 발동할 수 있는 스킬로, 상대에게 붙이면서 대시하게 되는데 부적이 폭발하면서 상대의 내상을 깎아내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까 전의 예시를 활용하자면, 상대 체력이 80 빨간 체력, 20 내상인 상태에서 데미지 10의 부적을 사용할 경우 상대 체력이 70이 됩니다. 이런 부적의 존재 덕분에 나인 솔즈는 세키로가 상대의 체간을 다 깎은뒤 한번에 처치하는 전투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상대의 내상을 꾸준히 깎아내는 전투를 구현했습니다.

또한 2d 횡이동 액션 게임이라는 특성상 가드와 일반 패리로 막을 수 있는 공격들만 있으면 게임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점프 패리와 무한 반격으로만 막을 수 있는 다양한 공격들이 세키로와는 다르게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순수하게 반응 속도와 패턴을 읽는 능력은 세키로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플레이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게임은 일반과 스토리 모드 두가지로 난이도가 조절이 가능한데 아마 스토리 모드에서는 그런 반응 속도 요구치가 좀 더 낮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나인 솔즈에는 소위 다른 게임들에서 퍽(perk)라고 부르는 옥석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공격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강공격 차지 속도를 올려주는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보스마다 다른 옥석의 조합을 실험해보면서 전투를 즐기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단계를 착실하게 밟는 훌륭한 메트로배니아

위에서 언급했듯 이 게임은 전투에 관련된 조작만 11가지에 달하는데 이들은 맵을 탐색하는데에도 쓰이며, 여기에 더해 맵을 탐색하는 데에만 쓰이는 조작들까지 있습니다. 나인 솔즈는 이런 조작들을 적절한 단계로 분배해서 제공하고, 이들을 활용하며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맵을 제공합니다. 나인 솔즈는 스테이지를 하나 클리어 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는데, 이 능력들은 맵을 탐색하는데에 쓰이며 동시에 전투에도 쓰입니다.

다만 기존의 메트로배니아와 차별점이라 느껴진 부분은 이 능력들이 있어야 기존에 갈 수 없었던 곳을 통과할 수 있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태로 맵을 구성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덕분에 맵을 탐색할 때 동일한 지점을 덜 방문해도 되며, 캐릭터들이 스토리로 직접적인 힌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테이지들을 탐색하는 데에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런 맵을 탐색하는 능력이 쥐약인지라, 맵 탐색이 쉬워지게 만들어준 것은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평소에 즐기지 않는 편이었던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능력들을 통해 기존의 맵에서 탐색하지 못한 곳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들은 유저의 선택으로 남겨두어져 있는 것이며, 이 게임은 진엔딩과 각종 보상과 비밀을 통해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맵 탐색의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인디 게임으로서의 한계

다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인디 게임의 한계로 느낄만한 지점들은 몇 가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번역과 편의성입니다. 이 게임의 번역은 스토리를 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아이템 설명을 볼 때는 오역 수준이 아니라, 읽을 수가 없는 수준인 경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을 별도의 매체를 통해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지만 인게임에서 이들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편의성 부분에서는 고목 노드(소위 화톳불)를 통해 스테이지를 이동할 때, 본진이 아닌 지역의 화톳불끼리는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본진과 다른 지역끼리는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본진을 한번씩 들렀다가 다시 이동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마무리

나인 솔즈는 세키로를 모방한 전투 스타일을 기반으로 해서 본인들 특유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낸 웰 메이드 게임입니다. 인디 게임으로써 한계를 느끼게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를 가능한 최소화할 수 있는 장르인 메트로배니아를 선택한 제작자들의 결정은 훌륭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선택한 것이 단순히 개발 편의성 때문만이 아니라, 해당 장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해당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때문에 만약 본인이 세키로를 즐겁게 플레이하셨다면 나인 솔즈 역시도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스토리가 굉장히 암울하고 고어한 연출이 있기 때문에 이는 호불호를 크게 탈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며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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