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12/20 15:23:42
Name   심해냉장고
File #1   AuT42hOaNW2THUbvou7xVNH44__h4lvdHq0JVU83D9iu1W97KAAF3SNUq5wXcVlP3Ja8WsYgDyf8vKp7T1q6sj3Z5yVvg1ZvcVxluHJn_SNWj1UI6tY1m33pVfavC9Wc1m_osmH4O5xmCBvQ2l7YVQ.webp (44.4 KB), Download : 44
Subject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 낀 성탄절 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그 후론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코는 길이길이 기억되리


--

최근에 이루어진 일련의 연구에 의해, 이 노래는 산타 클로스가 소년들에게 소련의 핵심 전쟁 교리-종심돌파이론-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든 국가적 프로파간다 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농지 개혁과 새로운 농업 정책에 의한 우연한 부산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트랙터를 몰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공업국이 아님에도 전차병을 수십만 단위로 징병해 조국을 지켜낼 수 있었던 2차대전의 경험이 이 프로파간다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소년들이 국가의 대전략을 담은 노래를 신나게 부른다면, 그래서 거기에 익숙해진다면, 그들은 마치 2차대전때 징발된, 트랙터에 익숙한 농촌총각 출신의 전차병들처럼, 국가 수호의 초석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

산타 클로스는 20세기 초에 종심돌파교리를 완성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이러합니다. '강력한 충격군으로 전선을 꽝 들이받아 전선에 균열을 내고, 이후로 파도처럼 이어지는 공세를 가해 전과를 확장하고 전선의 균열을 확대합니다. 그렇게 적지의 종심을 파고들어 결국 적의 후방 도시에 닿아, 적의 도시와 정치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정치의 연장으로서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야망이지요. 그러니까, 매우 반짝이는 코를 가진 루돌프가 선두에서 서서 전선을 꽝 들이박아 구멍을 내고, 뒤따르는 사슴들이 파도처럼 몰려가 침투하는 거지요. 그리고 비로소, 맨 뒤에 앉아 모든 것을 지휘하는 산타 클로스가 적의 도시로 행차합니다.

그렇게 적의 도시를 점령하고, 무상 배급을 필두로 한 새로운 정치를 실시해, 파괴와 건설의 새 세계를 건설하는 겁니다. 아, 무상 배급, 그러니까 선물은 오직 울지 않는 착한 어린이들에게만. 여러 문헌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산타가 머리가 다 자란 어른들, 혹은 나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석탄입니다 : 그들은 노동 교화소에 가서 석탄을 캐게 될 것입니다. 산타가 도착하게 되면 사람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산타는 전능하기에,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잘 알고 계시니까요.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밤에 다녀가시곤 합니다. 당신이 반폴란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소련 공산당에 충성해온 벨라루스의 예술가라 할 지라도, 산타 할아버지는 당신을 폴란드 스파이라고 선언할 수 있고, 그러면 폴란드 스파이가 되는 겁니다.

이 '종국적인 전쟁-정치 승리'를 위해 최선두에 서는 루돌프는 IS-3 중전차를 의미합니다. 두꺼운 가죽은 전선의 맨 앞에서 적의 총탄과 포탄을 막아내고, 기다란 코로는 불을 뿜어내 적의 전선을 박살냅니다. IS가 Iosif Stalin의 약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International Santa 의 약어입니다. 안개 낀 성탄절, 그러니까 포연이 가득할 그 날 도래할, 새로운 세계를 알리는 강철의 전령이지요.

IS-3은 원래 2차대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건데, 아쉽게도 수많은 위대한 사상들과 전차들이 그러하듯, 여러 시행착오로 조금 늦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2차대전에는 결국 사용되지도 못하고, 베를린에서 펼쳐진 승전 기념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요. 이 무시무시하고 간지나는 전차는 몇몇 무시무시하고 간지나는 사상과 마찬가지로, 서방 세계에 충격을 줍니다. 산타의 호적수였던 미국의 조지 패튼 장군은 이 전차를 두고 시시껍절한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모욕을 잊지 않고 이를 가사에 박아넣습니다. 다른 모든 사슴들은 놀려대며 웃었다고.

하지만 역사는 승리합니다. 루돌프는, IS-3은 수많은 역사 박물관에, 그리고 전쟁 박물관에, 그리고 우리들 마음 속에 길이길이 기억되고 있으니까요.

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11
  • 메리 크리스마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77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1 AI홍차봇 16/08/25 3739 0
5253 IT/컴퓨터북미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 3 Leeka 17/03/21 3739 0
14351 역사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11 심해냉장고 23/12/20 3739 11
4142 기타코헨... 커버곡. 3 새의선물 16/11/12 3740 1
5806 게임20170618 롤챔스 후기 2 피아니시모 17/06/18 3740 0
14141 도서/문학지성사 비판 세미나 《춤, 별, 혼》 에서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7 이녹 23/09/12 3740 2
14699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핫스팟 얘기했다가 ㅋㅋㅋㅋㅋ 17 큐리스 24/05/23 3740 2
13324 음악[팝송] 카이고 새 앨범 "Thrill Of The Chase" 4 김치찌개 22/11/14 3741 1
6754 스포츠171210 오늘의 NBA(르브론 제임스 30득점 13리바운드 13어시스트) 김치찌개 17/12/11 3742 1
4434 스포츠[MLB] 에드윈 엔카나시온 클리블랜드와 3년 계약 김치찌개 16/12/23 3743 0
5833 스포츠170625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2타점 2루타) 2 김치찌개 17/06/25 3743 0
13388 일상/생각날도 추운데 어릴적 귀신 본 썰. 9 tannenbaum 22/12/10 3743 0
14159 일상/생각지옥 4 절름발이이리 23/09/27 3743 8
14733 게임스파 6 캐릭터 선택 가이드 - 모던 캐릭터 11개 플레이해본 경험을 중심으로 7 kaestro 24/06/10 3743 2
15422 정치당연히 이재명이겠거니 하는 공유된 태도 29 명동의밤 25/05/03 3743 19
7272 스포츠180322 오늘의 MLB(다르빗슈 유 6이닝 7K 1실점) 김치찌개 18/03/23 3745 0
2890 창작[조각글 27주차] 야간비행 4 선비 16/05/25 3746 0
14286 일상/생각합리적인 추론인가, 바람인가? right 23/11/20 3747 3
5296 일상/생각고양이를 길렀다. (1) 5 도요 17/03/26 3748 2
6941 스포츠180114 오늘의 NBA(케빈 듀란트 26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김치찌개 18/01/14 3748 0
14025 음악타고타고 들어보다가 희루 23/07/09 3750 0
6328 스포츠170923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21호 솔로 홈런) 2 김치찌개 17/09/23 3751 0
13603 일상/생각원래는 등산을 하려고 했어요 ㅎㅎ 8 큐리스 23/02/26 3751 13
14084 일상/생각나이에 따라 몸의 욕구 수준도 조정되는것 같습니다. 9 큐리스 23/08/01 3753 0
2498 일상/생각[계층] 이제 하루... 2 NF140416 16/03/30 375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