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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1/05 12:14:43
Name   김비버
Subject   점심 밥, 점심 법(1) -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지 및 그 범위
일전에 어떤 회원분께 '임차인이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여도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답변드린 적이 있습니다. 결론만 간략하게 답변드렸었는데, 아래 상세한 이유와 구체적인 범위를 적습니다.

1. [쟁점] 위 질문과 관련한 법적쟁점은 (1)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와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지 (2) 만약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면 그 범위는 어느정도인지입니다.

2. [동시이행의 관계] 동일한 계약에서 발생하는 대립되는 채권, 채무에 대하여 일방 채권자는 상대방의 이행이 있을 때까지 자신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를 ‘동시이행항변권’이라고 하고, 이 때의 각 채권, 채무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라고 합니다(민법 제536조 제1항). 법원은 임대차계약 종료시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44860, 2021다244877 판결 등 다수). 즉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였고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경우에도, 만약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훼손하는 등으로 원상에 회복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원상회복의무 내지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그 원상회복의무 등을 이행받을 때까지 자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동시이행의 범위] 다만, 대법원은 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의 손해배상채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도급인의 보수지급채무의 범위 등이 문제된 사안에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반대채권의 존재로 인하여 상대방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권능을 가지고 이행지체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서로 자신과 상대방의 채무액 중 대등액의 범위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므로, 당사자 쌍방의 채무액을 비교하여 일방의 채무액이 상대방의 채무액을 초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일방의 나머지 채무액에 대하여는 동시이행관계 및 이로 인한 이행거절권능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각 채무가 모두 가분적 금전채권인 경우 그 동시이행항변권 등 행사의 범위를 제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6455 판결). 

그리고 임대차계약상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와 원상회복의무의 관계와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을 구하자, 임대인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를 주장하며 그 임대차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절한 사안에서, (1)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근본적으로 공평의 관념에 따라 인정되는 것인데, 임차인이 불이행한 원상회복의무가 사소한 부분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 역시 근소한 금액인 경우에까지 임대인이 그를 이유로, 임차인이 그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혹은 임대인이 현실로 목적물의 명도를 받을 때까지 원상회복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부분을 넘어서서 거액의 잔존 임대차보증금 전액에 대하여 그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고, 그와 같은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 되어 허용할 수 없다"라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2) "임차인이 금 326,000원이 소요되는 전기시설의 원상회복을 하지 아니한 채 건물의 명도 이행을 제공한 경우,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금 125,226,670원의 잔존 임대차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

위와 같이 법원이 '신의칙'을 동원하여 법리를 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위 법리는 확립된 법원의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까지도 다수의 각급 법원들은 (1) 임대차보증금 220,000,000원에 대하여 임대인이 22,301,400원의 원상회복 비용을 주장하였고, 그 중 10,935,630원이 인정된 사안(제주지방법원 2016. 5. 12. 선고 2015가합10420 판결, 광주고등법원 (제주) 2017. 1. 11. 선고 2016나10249 판결) (2) 임대차보증금 55,000,000원에 대하여 임대인이 1,250,000원의 원상회복 비용을 주장한 사안(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9. 1. 선고 2016가단239393 판결) (3) 임대차보증금 179,000,000원에 대하여 임대인이 3,715,751원의 원상회복 비용을 주장하였고, 그 중 2,601,025원이 인정된 사안(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6. 12. 선고 2019가단210837 판결) (4) 임대차보증금 100,000,000원에 대하여 임대인이 구체적인 액수 주장 없이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아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만 주장며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사안(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9. 11. 8. 선고 2019가단218164 판결) (5) 임대차보증금 563,500,000원에 대하여 임대인이 19,588,201원의 원상회복 비용을 주장하였고 전액 인정된 사안(서울고등법원 2015. 11. 10. 선고 2015나2008290 판결) 등 다수 사안에서 위 법리를 반복 설시하면서 위 인정 비용을 제외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도록 하거나,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였습니다. 

4. 결론
따라서 적어도 임대인이 원상회복비용으로 주장하는 범위 외의 나머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는 동시이행항변권의 범위가 미치지 않고, 임대인은 그 액수만큼은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에 관계 없이 반환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법원의 판단 이전 분쟁발생단계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원상회복비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 바, 구체적으로 임대인이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범위와 그 외의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전액'만큼의 원상회복비용을 주장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적어도 임대인이 주장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당사자가 이견 없이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즉시 반환의무를 인정하는 셈입니다. 물론 차후 소송으로 임대인이 기주장했던 원상회복비용보다 축소된 비용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그 축소된 부분만큼은 임대차종료일부터 임대인이 줄곧 이행지체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사후적으로 판단되게 되므로, 그 기간만큼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함은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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