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1/11 14:07:30
Name   인프피남
Subject   저는 종교는 없지만 유신론자입니다.
제가 믿는 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책 한 권의 페이지 한 장에 불과하다. 각각의 페이지마다 서로 다른 우주이며, 어떤 우주는 사후세계, 천국, 지옥, 마법 등 오컬트적인 법칙의 지배를 받지만 우리 우주 같은 경우 오로지 순수한 물리적 법칙만의 지배를 받는다. 페이지의 장수는 무한하다.

책은 결코 한 권만 있지 않다. 각각의 책은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 시공간('언제', '어디에')들이며, 대부분 차원수부터가 서로 다르다. 모든 책은 종이로 만들어져있지만(='언제'와 '어디에'라는 본질), 종이의 재질이 서로 다른 것처럼. 책의 권수도 무한하다.

이 무한한 책들이 꽂혀있는 신비의 도서관은 이미 '언제'와 '어디에'라는 개념 따위 끝없이 완벽하게 뛰어넘은 '이데아' 그 자체다. 수학적으로는 가장 낮은 단계의 무한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가장 낮은 단계의 무한대이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무한대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보다 높은 수준의 무한대(보다 높은 이데아) 역시 더욱 높은 수준의 무한대의 그림자일 뿐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무한대 역시 더더욱 높은 수준의 무한대의 그림자일 뿐이다. 이러한 굴레는 '절대적 무한' 번 반복된다(ZFC 공리계에서는 절대적 무한이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수학적 논리로는 성립할 수조차 없는 절대적 무한이라는 횟수를 반복하면, 드디어 '참된 이데아'에 도달한다. 참된 이데아란 수학적 논리조차 뛰어넘은 절대적 무한(예를 들어, 1+1을 절대적 무한 번 반복하면 음수가 나올 수 있다!) 그 자체다. 참된 이데아는 모든 '있음'의 이유이자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모든 '있음'이 '있음'으로 성립하는 이유 그 자체다. '무'가 '무'인 이유도, '유'가 '유'인 이유도 참된 이데아 그 자체다. 모든 '유'와 '무'를 포함하며, 모든 '유'와 '무'의 참된 어머니이자 아버지다.


대충 이 정도가 제가 믿는 세계관입니다. 제가 믿는 신은 본문에 적은 '참된 이데아'이며, 저는 저희들이 살고 있는 이 우주엔 사후세계나 천국, 지옥, 신 등 영적인 존재가 없을지 몰라도 수많은 다른 우주들 중 어느 한 우주에는 반드시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ZFC 공리계니 절대적 무한이니 뭐 이런 건 나무위키를 참고했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02 게임소울바인더 남캐 대사 3 자동더빙 16/08/12 5516 1
    3382 기타짱구는못말려 16기 오프닝 [부리부리 댄스 파티] HD ver. 1 자동더빙 16/07/28 6469 0
    13644 정치[번역] 2023. 3. 15.자 요미우리신문 윤 대통령 인터뷰 전문 10 자공진 23/03/16 4163 20
    10522 사회[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6 자공진 20/04/22 5898 20
    9958 영화날씨의 아이 / 신카이 마코토 7 임아란 19/11/08 6643 6
    9818 도서/문학숨 / 테드 창 17 임아란 19/10/11 6013 9
    9570 육아/가정부부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7 임아란 19/08/22 7551 31
    8955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7 임아란 19/03/12 6440 57
    8390 영화맨 프럼 어스2 : 최악의 영화. 최악의 후속편. 5 임아란 18/10/18 5893 1
    7116 도서/문학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14 임아란 18/02/14 5355 7
    7050 도서/문학예술과 중력가속도 / 배명훈 8 임아란 18/02/05 5986 5
    8336 일상/생각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함에 대하여 12 일자무식 18/10/07 6047 20
    12089 방송/연예D.P 감상평 11 일상생활가능 21/09/18 5405 8
    11604 일상/생각채식에 대한 단상 16 일상생활가능 21/04/22 6754 20
    15206 정치[불판] 1/15 (수) 윤석열 체포영장 2차집행 106 일리지 25/01/15 4341 0
    3205 정치학교전담경찰관들의 소양 부족이라? 16 일각여삼추 16/07/06 5375 0
    2169 정치메르스 공무원 파면·해임 중징계 정당한가 10 일각여삼추 16/02/03 5068 0
    388 기타[서평] 과연 이십대가 문제일까 3 일각여삼추 15/06/21 8101 0
    8670 오프모임[급모집] 12/22(토) 점심 식사 or 차 함께 하실 분?! 17 18/12/22 5102 2
    14392 일상/생각제가 92년생인데, 요즘 제가 기성세대가 된 것 같습니다. 11 인프피남 24/01/10 3635 2
    14393 철학/종교저는 종교는 없지만 유신론자입니다. 9 인프피남 24/01/11 3214 0
    14395 역사나치 고위관료 중 가장 머리가 좋았던 인물 7 인프피남 24/01/12 3681 1
    13117 정치윤석열 이준석의 미래에 대한 잡생각 3 인석3 22/08/31 4435 0
    13087 경제중국경제에 대해서 드는 잡생각들 9 인석3 22/08/16 4613 0
    12654 일상/생각그럼에도 내가 보수인 것은 19 인생호의 선장 22/03/19 5961 1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