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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3/05 12:41:59
Name   서포트벡터
Subject   이거 마법소녀 아니었어? 마법소녀가 "아닌" 작품들
In 1719, when “Robinson Crusoe” appeared, many people considered “the novel,” in itself, to be a genre.
1719년 "로빈슨 크루소"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소설"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여겼다.

- 조슈아 로트만, "장르 논쟁에 대해 생각하는 더 나은 방법",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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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적어보고자 하는 얘기는 "마법소녀 같은데 마법소녀로 분류가 안 되는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뭐 마법소녀 얘기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렇게 세부적인 장르구분 자체가 엄밀성을 지니기가 꽤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 해보고, 그래서 마법소녀는 왜 마법소녀인지 한번 살펴보자는 것이지요.

우리는 많은 경우 "마법소녀물"이라는 것 자체를 하나의 정형화된 장르로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방영 마법소녀물에 관한 저의 지난 글(마법을 쓰면 다 마법소녀? 상편 하편)을 보시면, 마법소녀물이라는 것 자체가 그다지 정형화된 장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변신소녀물"이라는 하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신을 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반해, 변신을 하지 않고 마법을 쓰는 작품들도 있고, 심지어 우리 애는 마법 안 쓴다고 빡빡 우기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마법 안 쓴다고 빡빡 우기는 작품중 하나>

이렇게 된 이유는 마법소녀물이라는 분류 자체가 근본 장르가 아닌 하위 장르이기도 하고, "요술공주 샐리"의 시작 이후로 점점 변해오면서 살을 붙여온, 어느정도의 역사성을 갖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디아블로2에서 강한 영감을 얻었다는 매직 서바이벌, 그리고 매직 서바이벌로 인해 등장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이후에 우후죽순 등장한 뱀서라이크 게임들은 전부 "핵 앤 슬래시"라는 하위장르에 포함되지만 이미 디아블로2와 이후의 뱀서라이크 게임들 간에는 유사성이 매우 떨어지죠. 비슷하게 이 샐리에서 변형된 작품을 또 변형하고 변형하고 해서 나온 것이 마법소녀물이라는 "그룹"이기 때문에, 이 그룹 간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뭔가 보면 알겠는데 막상 마법소녀물을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어려운 점이 있지요. 어쨌든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무엇이 마법소녀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주는걸까요. 그럼 한번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볼까요.

1) 주인공이 마법 또는 마법적 능력을 쓰는가

<만화에서는 강아지든 송아지든 쓰는 비행술이지만 어쨋든 마법이죠>

음, 마법소녀니까 당연히 마법을 써야겠지요? 가끔씩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들, 가령 천사소녀 네티(마술)라든가 커렉터 유이(프로그램) 같은 마법 까진 아닌 능력을 쓰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합니다만 최소 마법같아 보이는 능력을 사용해야 일단 마법소녀 축에 낄 수 있겠지요.

1-1) 선천적으로 마법을 쓰거나, 변신을 통해 마법능력을 획득하는가

마법소녀는 크게 두 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이 계열 원시고대 조상님들인 별나라 요술공주(마법사 샐리), 거울요정 라라(비밀의 아코)부터 시작된 분류지요. 한 가지 분류는 선천적으로 마법적 능력을 타고나는 경우, 또 하나는 아이템 또는 사이드킥 등을 통해서 변신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분류입니다. 마법을 "수련"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긴 합니다만, 드래곤볼식 수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쨌든, 본인이 어떤 이유로든 마법 또는 유사 능력을 써야 합니다.

1-2) 주인공이 마법을 직접 사용하거나 직접 변신하는 등 마법의 직접적인 수혜자인가

주인공 말고 극중극의 주인공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마법소녀여봤자 마법소녀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짱구에 나오는 마법소녀 프린세스가 현실에 구현되는 에피소드가 가끔 있다고 짱구가 마법소녀물이 되진 않지요.

달빛천사 등 타력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주인공이 직접 변신할 경우에는 마법소녀물로 분류하곤 합니다. 이거는 "마법소녀"와 "변신소녀"가 혼용되기 때문인듯 해요. 사실 많은 마법소녀물에서 변신 자체는 자신의 힘이 아니라 마스코트 등 조력자의 힘인 경우가 많지요.

<마법 쓸 줄 모르는 마법소녀? 어쨌든 이 작품도 마법소녀물로 분류됩니다.>

1-3) 주인공이 마법봉/펜던트 등의 아이템을 활용하는가

좀 괴상한 얘기긴 한데, 실제 대부분의 마법소녀물은 "장난감 판매"가 주 목적이라 마법봉이라든가, 여러 부수적 악세사리들을 사용합니다. 예를들어 천사소녀 네티에도 원작 코믹스에 없는 변신아이템이 추가되기도 했죠. 맨손으로 쓰는 경우도 드물게 있긴 합니다. 이래서 코믹스 원작은 마법소녀물이 아닌 "빨간망토 차차"가 애니메이션은 마법소녀물이 됐지요.

<빨간망토 차차는 저 활 팔아먹으려고 마법소녀물로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진짭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도 뭔가 엄밀하게 분류가 잘 안 되는 느낌입니다. 변신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심지어 변신을 다른 사람이 시켜줘도 된다? 분류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2) 주인공이 소녀인가

주인공이 소녀가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마법사의 아들 코리"라든가, 뭐 좀 심하게 말하면 "무빙"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주인공이 마법적인 힘을 쓰면서 소녀라고 전부 마법소녀라면 파워퍼프걸도 마법소녀야? 라는 느낌이 듭니다.

<도막사라무, 이것도 마법이거든요.>

2-1) 작중 전개상 주인공이 "소녀"라는 점이 부각되거나 주요 소재인가

주인공이 강철같은 멘탈을 소유한 지혜롭고 강력한 대마도사이면 설령 외형이 소녀라고 해도 이건 좀 마법소녀물이라고 보기 어렵겠지요.

마법소녀물에서는 주인공이 미성년자이고 평상시에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신적 미숙함이라든지, 순수함이라든지 이런 "약한" 부분이 부각되는 경우가 꽤 많지요. 특히 변신하는 경우에는, 변신하지 않으면 능력을 쓸 수 없다든지 하는 식으로 전투력에 제한을 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부여한 캐릭터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서사의 중심축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주요 배경이 현대 또는 유사세계고, 마법이 신비로운 능력인가

<외양이나 마법을 쓰는거나 마법소녀에 굉장히 가깝지만, 아닙니다.>

마법소녀 리나,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 같은 경우 마법소녀물이 아니고 판타지물입니다. 주요 배경이 마법사의 존재가 당연한 판타지 세계이기 때문이죠. 이 경우 마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주인공 캐릭터의 "특별함"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마법소녀물로 분류되기 어렵습니다.

3-1) 마법사나 마녀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직업이 아닌가

<요즘 마녀 자격증 괜찮나요?>

배경이 현대이지만 마법사나 마녀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엔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마법소녀물로서의 정체성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예를들어 "마녀 배달부 키키" 같은 경우에는 딱히 주인공이 마녀라는 걸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지요.

3-2) 주인공은 정체를 숨기려 하는가

마법소녀물의 주인공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합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평소에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겠죠. 아, 근데 아닌 경우도 가끔 있긴 해요.

3-3) "마법소녀"라는 직업명이 아예 존재하는가

요즘 내가 마법소녀물이라고 하고 싶은 작품들은 아예 클리셰화된 마법소녀라는 직업을 갖고 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위에 것들을 모두 무효화시키고 내가 마법소녀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작품들은 바로 이런 경우죠.

이렇게 열심히 나열해봤지만, 사실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마법소녀 장르 자체가 좀 그래요. 그럼 뭔가 마법소녀 분류법에 교집합이 많지만 "마법소녀물이 아닌" 작품들을 한번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러면 뭔가 알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ㅋㅋ


1. 마법소녀 리나(슬레이어즈)


일단 로컬명이긴 하지만 이름부터가 "마법소녀"인 작품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 작품을 아무도 마법소녀로 보지 않습니다. 소녀가 마법을 쓰고, 그 마법이 엄청나게 중심소재인데 왜 아닐까요?

일단 주인공 리나의 정체성 중에 "소녀"라는 정체성이 참 없지요. 리나는 먼치킨 마법사에 검술까지 가능한 사기캐고 그냥 외양만 소녀이지 사실 소녀 빼고 아무 계층이나 넣어도 비주얼에만 변화가 있지 스토리상 변화가 올 일이 딱히 없지 싶은 정도지요. 설정상 미성년자일 뿐 강철같은 멘탈을 소유하고 있고 말이죠. 굳이 레귤러 중에 조금이나마 마법소녀 같은 사람 꼽자면 아멜리아가 있겠지만 이쪽도 사실 뭐 천재 백마도사에 공주님에 역시 강철멘탈입니다.

거기다가 마법소녀 리나의 세계는 마법이 특수능력이긴 하지만 신비로운 능력은 아닙니다. 마법사와 정령사가 차고 넘치는 세계지요. 따라서 마법소녀 리나는 이름과 다르게 마법소녀물이 아닙니다. 

2. 마녀 배달부 키키


마녀라서 마법소녀가 아닌거 아니냐! 라고 한다면 "꼬마마법사 레미"도 같이 제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그건 아니구요.

마녀 배달부 키키는 마법소녀물에 분류될 법한 여러가지 특징을 가졌지만 역시 마법소녀물이 아닙니다. 세계관 상 캐릭터가 마법을 쓴다는 것에 아무런 신비성이 없기 때문이죠.

키키의 세계에서 마법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놀라는 능력이 아닙니다. 뭐 마녀라는, 유전자를 통해 전승되는 직업군이 있는 정도의 느낌이죠. 주제의식 역시 마법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소녀가 상경해서 겪는 일에 가까운 내용이구요. 즉 키키의 마법은 마법으로서 작용하기 보다, 아이의 성장을 나타내는 상징적 소재로 활용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누구도 마법소녀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위의 마법소녀 리나와는 다르게 "비범함"이 적지요.

여담으로 이 작품은 원작이 소설입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매우 달라서 원작자가 좀 실망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3.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


가끔씩 코코리(쿠쿠리)를 마법소녀로 보는 시각이 있긴 합니다만, 이 작품 자체를 마법소녀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요. 일단 겜판의 느낌이 있는 작품이라, 쿠루쿠루의 세계에서 마법사는 하나의 클래스로 작용하고 다들 그렇게 봅니다. 변신도 음...하긴 합니다만 이건 뭐 특수 페이즈 정도니까요.

코코리는 그래도 여기에 거론되는 캐릭터들 중에서는 가장 마법소녀 스러운 면이 있긴 합니다. 직업적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의외죠. 왜냐면 세상에 유일한 미그미그족의 후예로서 쿠루쿠루 마법을 사용한다는 비범함과 그냥 어린 소녀로서의 평범성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작품 자체가 판타지 작품으로 마법소녀물로 분류될 여지는 없습니다. 쿠쿠리도 "여성 마법사"지 마법소녀라고 보긴 무리가 있지요.

이 작품이 나올 당시에는 겜판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상태창 개념이 미약하게 있는 게 꽤나 신선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4. D4프린세스


개인적으로 이 만화는 노래밖에 생각이 안 나긴 하는데 말입니다 ㅋㅋ D4 프린세스는 SF 배경의 학원 스포츠물, 그러니까 "파이팅 대운동회" 유사한 장르라고 흔히 얘기합니다. 배틀물 같은 느낌도 좀 있지요. 변신? 이라고 하긴 하는데 이게 마법적인 능력은 아니고 그냥 장비에 가깝죠. 일단 마법 유사한 능력을 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컷입니다.

이 작품은 사실 마이너한 작품에 가까운데 투니버스에서 방영을 했었습니다. 소위 "전파송"의 효시 중 하나로 취급받는 정신없는 엔딩곡이 만화 자체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5. 작은 눈의 요정 슈가


이 작품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던 소녀인 사가가 사고뭉치인 눈의 요정인 슈가를 만나서 성장해가는 성장형 힐링물입니다. 배경이 현대고, 슈가는 눈의 요정으로서 마법을 쓰긴 하지만 사가가 직접 변신을 한다거나, 레귤러한 수혜를 받는다거나 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마법소녀로 분류되기에 어려움이 있지요.

굉장히 힐링되는 내용이라 아동 대상 애니였을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의외로 일본에선 심야 방송 애니였다고 합니다.

6. 꼬마공주 유시


이 만화는 모르는데 얘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하시면 눈썰미가 좋은 겁니다. "프린세스 메이커"를 기반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인 유시는 대충 프메1의 주인공과 3의 주인공을 조합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유시가 다른 주인공들과 일종의 팀업을 하기 때문에 "마법전대물"이라 불리는 마법소녀물들과 유사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프메 주인공들 보통 마법 쓰지요? 이 작품 역시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마법 있고 소녀 나온다고 마법소녀물은 아닌 것이죠. 이 만화는 판타지물로 보통 분류됩니다.

여담으로 프린세스 메이커가 가이낙스의 작품이듯이, 이 작품 역시 가이낙스가 제작했습니다. 그래서 안노 히데야키 감독이 감수자로 제작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7. 유적탐험대 팜&일


위에 언급된 수많은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마법쓰는 소녀"가 둘이나 나오는 작품입니다. 근데도 이거는 마법소녀가 아니라 그냥 판타지물입니다. 이쯤 되면 이거 하나는 맞는 것 같습니다. "마법소녀는 현대 또는 유사 세계를 다루어야 하고, 마법은 특수한 능력이어야 한다." 특히 팜의 경우 마법(정령술)도 쓰고 상당히 아이로운 모습을 강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령사"로 분류되는 거지, "마법소녀"는 아닌 것이죠.

투니버스판은 당시 최고의 인기성우였던 최덕희&정미숙 듀오의 동시출연작중 하나입니다. 정미숙 성우가 팜, 최덕희 성우가 일이었습니다. 4화짜리 짧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분이 동시에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죠. 물론 이 두분은 체포하겠어 등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8. 마법사의 아들 코리


반은 개그로 넣은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코리는 마법소녀와 접점이 어느정도는 있습니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맹한 성격, 그에 반에 매우 뛰어난 마법실력을 갖고 있죠. 뭐 마법사들이 정체를 감추고 있다든가, 결국 엔딩에서 마법을 봉인하고 평범한 소년으로 살아가는 해피엔딩이라든가 찾아보면 꽤 있습니다...만은, 코리는 소녀가 아니죠. 아주 크리티컬한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노예 생활을 오래 했다는 설정 탓인지 착장에 별 신경을 안쓰기도 하구요.

뭐 코리의 장르는 개그만화죠. 개그만화이니 만큼 마법소녀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ㅎㅎ

9. 도라에몽


왜? 도라에몽이 여기서 비교되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마법소녀물중에 "타인의 마법적 도구의 수혜를 받는" 달빛천사같은 작품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것보다도 일단 대선배인 "거울요정 라라" 역시 마법도구의 수혜를 받는 작품이었구요. 만약 진구가 소녀였고, 그게 작품의 중요 주제로 사용되었다면 마법소녀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라에몽을 그렇게 생각하는게 굉장히 어색한 이유는 이 작품은 일상 코미디물이죠. 그리고 진구가 조금만 더 어른스러웠어도 이 작품은 지금과 같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진구는 그 나이대의 흔한 어린 아이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라, 진구의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이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이것이 마법소녀물과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10. 파워퍼프걸


사실 마법소녀가 왜 아니냐라고 할때 가장 이유를 말하기 힘든 작품이 파워퍼프걸입니다. 3명의 소녀가 전대처럼 활동하고, "소녀스러움" 작품 내내 강조되는 핵심소재며, 마법적인 능력을 사용하고,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등등 말이죠.

하지만 파워퍼프걸은 슈퍼히어로물이지 마법소녀물이 아니죠. 히어로가 소녀일 뿐이구요. 파워퍼프걸이 정체를 숨기지 않는 이유도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는 압도적인 무력 때문입니다. 물론 항상 위기가 닥쳐오지만 그 위기는 보통 힘이 부족해서는 아니죠. 아 근데 무력 쓰는 마법소녀물 "프리큐어 시리즈"가 요즘 대세 마법소녀물 아니었던가 싶긴 한데요 ㅋㅋ

뭐 그냥 보기엔 "변신을 안 한다",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죠? 제 생각에 "내재된 슈퍼파워를 사용함"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변신을 안한다, 템빨도 아니다, 그냥 내가 겁나 쎈 경우잖아요. 확실히 이런 설정은 마법소녀와는 괴리감이 있지요.

11. 기타 작품들

<이게 마법이 아니라고 할 순 없죠.>

이누야샤, 장미의 기사 티나(소녀혁명 우테나) 같은 작품들도 마법소녀와 유사점이 있지만, 이 작품들 역시 여러 의미에서 마법소녀에서 탈락! 입니다.



여러 "마법소녀 아닌 작품들"을 살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마법소녀를 마법소녀로 만들어주는건 물론 마법쓰는 소녀여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평범성"과 "특수성"의 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변신을 하거나, 템을 쓰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별에서 왔거나 하는 것이겠죠. 그냥 소녀가 마법 같은 거 쓴다고 다 마법소녀면 비델(드래곤볼)도 처음 등장했을땐 마법소녀가 되어버리거든요. 마법소녀 리나가 왜 마법소녀가 아닌가, 리나는 그냥 특수한, 존나 짱센 마도사이기 때문이죠. 마법을 쓴다는 것은 그다지 특수한 일이 아니구요.

물론 장르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이제 마법소녀는 프릴달린 드레스 복장으로 변신을 해 줘야 한다는 느낌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마법소녀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주는가, 그게 바로 "평범성"과 "비범성"의 결합이다, 저는 이렇게 주장을 합니다.  이 틀에서 맞춰보면 "평범한 사람"인 소녀가 "비범하고 특수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고, 바로 이 특수한 능력이 변신을 위시한 "마법"으로 발생하는 것이 마법소녀의 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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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은 춫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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