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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6/19 09:03:17수정됨
Name   삼유인생
Subject   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벌써 3회차입니다. 이번에는 지나칠 정도로 현 보수(?) 여당 편향적이된 언론 전반의 상황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최근 유행하는 '문재인 대입법'을 생각해보시면, 확실히 언론 전반이 정치적인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느끼실텐데, 실제 여전히 정치부 기자 활동 하는 지인들 만나서 얘기해도 스스로 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걸 못 느끼는 수준의 사람과는 잘 교류하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죠.

1편: https://redtea.kr/recommended/1395
2편: https://redtea.kr/recommended/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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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이 떠나고 난뒤...

이전 글에서 몇 차례에 걸친 계기로 우수한 자원이 언론계를 많이 떠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우수한 인력의 다수는 약간은 친민주당 성향이나 보수 우위 언론 지형에서 그걸 노골적으로 내세우진 않는, 그러면서도 나름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가차없이 모두까기를 시전하는 '곤조'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성향의 이들이 전체 언론계에서 많이 빠져나갔다는 건, 결국 친보수당 성향의 '기득권 지향' 언론인들로 인력 구성비가 바뀌었다는 뜻이 된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존경' 받거나 최소한 '실력 있다'고 여겨지던 윗선들까지 대거 이탈하면서 내부에서 논조를 견제하고 저항할 세력은 없고, 그저 조선일보의 프레임 그대로 '안전'하게 때로는 더 자극적으로 기사를 써대는 일이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1편에서 2000년대 중반의 언론 기사를 보면, 특히 국회 입법 기사를 보면 한국일보나 서울신문은 그게 야당이든 여당(당시 열린우리당이든) 정책에 무리수가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대차게 까대고 있었다. 억까로 노무현 까기에만 진심이었던 조중동문 하고는 결이 달랐다. 심지어 매경도 마찬가지. SK분식회계도 2000년대 초반 매경 1면 특종이었고, 그래도 김대중 정부가 조중동의 대안으로 매경을 좀 많이 밀어준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 장대환 회장이 신문협회장을 맡으면서 본인이 '조선일보 회장'급으로 영향력을 갖고 싶던 욕심에 그 억까에 마지막으로 동참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10여년, 약 15년에 걸쳐 기렉시트라는 이름의 엑소더스가 몇 가지 큰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이후, 새로 들어온 예전에 비해서는 다소 역량이 약한 젊은 기자들은 '사회정의', '공정'보다는 워라밸을 위한 '타협'을 쉽게 하게 되는데, 그냥 시키는 대로 잡아준 야마대로 억지로 써주고 굳이 논쟁하지 않고 약속자리에 가거나 그냥 집에가서 갓생을 사는 걸 목표로 삼았다. 운동하거나 자기계발하거나. 물론 이게 나쁜 건 아닌데, 피곤하더라도 한 번쯤 논쟁을 해볼 의지도 부족하고, 그런 의지가 있다고 해도 받아줄 괜찮은 선배도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언론의 내부 자정 기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쯤되면 오히려 한겨레/경향은 뭐냐 싶은데, 여기는 급진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기자와 데스크가 주류가 되어 또 다른 의미에서 강한 반민주당 성향이 된다.

KBS를 나온 최경영 기자가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요 몇년새 언론계에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기자는 바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국힘과 정의당은 막 좋아해도 되는데. '아 너 권력 욕심있는 보수주의자구나?'.'너 의식있는 진보주의자구나?'로 서로 인정을 하는데 이상하게 민주당은 그렇게 됐다" 나는 이게 구성비 변화와도 깊게 연관이 있다고 본다.(물론 민주당의 삽질도 한몫했겠지만.)

2. 사라진 각 회사의 곤조와 논조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여러 신문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전통의 신문사들이. 나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적절한 분석과 해설, 좋은 기획을 보여주던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이 다들 건설관련 중견기업에 넘어갔다. 그들만이 아니다 '경제'자 달고 있는 신문사 다수는 지방 중견 건설사 차지가 됐다. 건설사의 이익은 역시나 정부의 개발 정책에서 나오고 이 회사들은 아무래도 토건에 진심인 국힘당 계열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아니었어도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러한 중간에 있던, 나름 전통있던 언론사들의 변질도 일어나게 된다.

사실 동화마루가 한국일보를 인수한지 얼마 안됐을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4차산업혁명' 어쩌고 하는 컨퍼런스를 한국일보가 개최했다. 여러 기업들 후원사로 돈 땡겨오는 전형적인 포럼비즈니스였는데, 그때 5명의 대선후보를 좌우에 두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동화마루 회장 겸 한국일보 회장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관련부처 국장도 잘 안만나주던 일개 중견 기업의 회장이 대선후보들과 동석에 안게된 것. 그 분은 아마도 세상 젤 잘한일 중 하나로 한국일보 인수를 꼽고 있었을게다.

문제는 그러한 새로운 사주들의 세계관은 조선일보에 의해 구성이 돼 있다는 것이다. 여전이 스크랩이든, 본인이 직접 읽든 조선일보를 보며, 정치를 욕하고 민주당을 욕하고 나라걱정을 하고 있다.

요새 들어 조선일보가 짜는 프레임과 어젠다 세팅에 세상 사람들은 별다르게 반응 안하는데, 일부 기득권 아재들과 언론사들은 더욱 강하게 반응하고 별 다른 고민없이 쫓아가는 경우가 보인다. 동아일보가 좀 덜 그러기는 하는데, 매경만 해도 불과 10년전만 해도 조선에서 특종이라고 무슨 경제기사 내면 내부에서는 '멍청이들'이라고 비웃는 이들도 있었는데(비웃던 에이스 경제기자들 상당수가 조선일보에 스키웃돼 조선의 경제기사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는 게 아이러니이지만), 요새는 아니다. 어차피 '신문의 세계', 확장해봐야 '지상파 포함 주류언론'의 세계라는 자기들만의 무슨 가상세계에서 역할놀이 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지다 못해 중독됐기 때문이다.

3. 결과적으로 보수를 망가뜨리는 보수언론, 혹은 보수화된 언론

원래 언론계에는 조진모리 장단 이라는게 있다. '조빨조조빨'이라고. 조지고 빨고 조지고 조지고 빨면 신문사나 그 기자를 두려와하게 만든다는 일종의 밀당 보도 전략인데, 이게 깨진지 꽤 됐다. 주요 매체에서 대체적으로(탄핵같은 특수상황 제외) 어느쪽은 죽어라 빨고 어느쪽은 죽어라 조지기만 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이들 아실게다.

그런데 이게 보수정당의 긴장감이나 민심 파악을 상당히 방해하는 문제가 있다. 지들딴에는 도와준다고 빨아줬는데, 그게 민심을 똑바로 못보게 만드는 거다. 심지어 대선전에 각종 사고를 치며 이미 대통령 자질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던 현 대통령조차 피의 실드로 결국 대통령을 만들었고, 그리고 이제 민주당 첩자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보수궤멸의 선봉장이자 민주당 총선 선대위원장이 돼 버리지 않았는가.

자기들이 기사를 쓰면 세상이 반응하고 민심이 움직인다는 착각, 거대한 착각 속에 살기에 가능한 일인데, 그 착각은 꽤나 강고해서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출입처 없애고 홍보실 임원과 대변인/공보실장들과 연을 다 끊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대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름 기사를 보면 흥미로운 갈등이 느껴질때가 있다. 윤석열 당시 후보를 모 경제신문에서 마크하던 기자가 보다 보다 짜증나고 한심했는지 조지는 야마의 제목으로 윤 후보를 대차게 까는 기사를 올렸고, 몇 시간 뒤 그 기사 제목은 중립적으로 바뀌었다. 현장 기자와 데스크의 충돌이었을 거다. 물론 그 기자는 굳이 바득바득 싸워서 바꾸느니 그냥 그렇게 넘어갔을 것이고.(나라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4. 자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말 그대로다. 자정을 하자고 주장하고 실행할 사람들 다수가 이미 나와버렸다. 최소한 그놈의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키자고 할 이들이 없다. 아니 이미 자기들이 그걸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보기엔 다수의 기사나 칼럼은 정치적 광기 가득한 대자보 수준으로 전락했는데 말이다.
아주 흥미로운 건, 가끔 본사 홍보실에서 관련 계열사, 본사 기사 스크랩 해서 주는 거 말고 신문을 한 자도 읽지 않고 살고 있는데(물론 초기 리서치 할때 구글링으로 검색은 해서 필요한 내용은 본다. 종이신문은 그 어떤 것도 한 장 한 장 넘겨 보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대기업 연구소의 트렌드 연구자로 아무 지장없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만은 있지만 롱블랙/ep9 매일 보고, 더밀크,DBR/HBR에 외신 몇개 훑어보면 된다. 왜곡없이 팩트 위주의 기사를 볼 수있고 때론 에릭 슈미트의 기고글(MIT테크리뷰)도 볼 수 있다.

누군가 신문이 사양산업이냐고 묻길래, 아니 언론이 사양산업이냐고 묻길래 단호히 고개를 저었던 적이 있다. '아니. 사망산업이야. 죽었는데, 자기들은 몰라. 좀비떼처럼 우루르 몰려다니면서 물어뜯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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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연재를 마칩니다. 기회되면 AMA 를 활용해 질의/응답을 통해 더 알려드릴게 있으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3회에 걸친 연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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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아픕니다
  • 생각보다 더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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