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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09 15:24:31
Name   darwin4078
Subject   비가 오니 드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오전의 일과
주말부터 계속 비가 옵니다. 오늘은 잉글랜드 스타일루다가 오락가락하면서 비가 오는군요.

늦잠 자서 늦기도 했고 아침 먹기 귀찮아서 켈로그 스페셜K 남은거를 그릇에 탁탁 털었습니다. 두숟가락 나오네요. 이런...

아침을 못먹을땐 던킨의 모닝콤보 또는 맥도날드의 맥모닝세트를 먹곤 합니다. 던킨 모닝콤보는 던킨의 핫밀에 맨하탄 드립커피를 아침에 저렴하게 주는 세트메뉴인데 맨하탄 드립커피는 이름부터가 재수없고 맛도 정말 없습니다. 돈 더주더라도 반드시 아메리카노로 바꿔서 먹어야 합니다. 맥모닝은 빵도 흐물흐물하고 안의 계란이나 베이컨도 뭔가 던킨의 하위호환입니다. 하지만 딸려나오는 기본커피는 먹을만 합니다. 사실, 가성비로 따지면 맥도날드 커피가 최고입니다. 하지만, 아침에 뒤통수 한대 때리면서 정신이 들게 하는 커피는 역시 여신 세이렌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죠. 그리고 인간 내면의 된장끼를 자극하는 스타벅스의 로고는 웬지 내가 뉴욕 맨하탄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던킨의 맨하탄 드립커피는 이런 점에서 낙제점입니다. 대놓고 제목에 맨하탄이라고 붙여버리면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가 없잖아요. 인간 내면의 된장끼는 대놓고 하는 드립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은근하게 슬쩍 이미지만을 갖다놓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던킨 모닝콤보도, 맥도날드 맥모닝도 못먹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스페셜K를 우유에 말아 마시고 출근합니다. 이러면 제 와이프가 아침도 안차려주는 악덕 와이프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아침을 차려주려고 노력하고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와이프입니다. 오늘 아침을 못먹은 것도 제가 늦잠을 자서 그런 겁니다. 왜 늦잠을 자게 되었냐면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스펜트(spent)라고 인간심리를 마케팅에 구겨넣어서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하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책의 전체 논지에 동의하기는 어려운데 소비심리를 분석하려고 하는 점이 괜찮았고 중간중간 좋은 내용들이 섞여있는 책이었습니다. 이걸 읽다가 늦잠을 자게 되었느냐면 그건 아니고, 책을 다 읽고 평소 하던 PES6(위닝일레븐10) 마스터리그 2105년 시즌을 하던중 세이브화일이 날아가서 복구하려고 오만가지 생쑈를 하다가 겨우 건진게 2065년 시즌 세이브화일...ㅠㅠ 하아... 백업의 중요성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 날두 20년 굴려서 800골 600어시스트 달성시켜놓은 세이브화일인데...ㅠㅠ 날두야 미안해. 이형이 잘못했다. ㅠㅠ

하여튼, 이런저런 문제로 아침을 굶고 하루를 시작하니 우울합니다. 원래 점심은 샐러드로 때우곤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집에서 놀고 있는 와이프를 부릅니다.

"점심 먹으러 올래?"

"콜."

"빨리와. 12시 20분에 보게."

"그시간이면 당연히 가지. 더 빨리 갈거야."

오전 업무를 좀 빨리 마감하고 12시 15분쯤에 나와서 전화를 합니다.

"어디까지 왔어?"

"나 이제 출발해. 끊어."

항상 이런 식입니다. 집에서 여기까지는 슈마허라면 15분, 보통 20분 걸립니다. 아, 그렇다고 우리 와이프가 약속에 항상 늦는건 아닙니다. 10번에 3번은 제때 옵니다. 감사할 일이죠. 타자도 3할이면 수준급 타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KBO는 2012년 고반발 공인구를 사용하기 시작해서 3할대 타자가 양산되었지만, 바로 옆동네 일본 NBP를 봐도 양대리그 통틀어 3할대 타자가 10명대이고, MLB도 20명 전후라고 합니다. 3할대 유지하는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12시 35분에 3할타자.. 아니, 와이프님과 접선성공합니다. 늦어서 멀리 가기는 어렵고 근처 고기집에 갑니다. 와이프님은 먹기 전에는 엄청 많이 먹을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놓고 정작 먹는건 고기 두세점, 밥 반공기 이럽니다. 어제도 밤 12시 반에 배고프다고 맥도날드 딜리버리 하자고 하는걸 겨우 달래서 재웠습니다. 그 시간에 뭘 배달시키면 최소 1시인데, 1시 되면 잠온다고 잡니다. 그러면 배달된 음식은 어떻게 하나요. 다 제가 먹습니다. 결혼한 남자가 살찌는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식이패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점심부터 양념갈비를 3인분씩 시키자는거 막고 갈비돌솥밥 점심세트메뉴를 시킵니다. 고기 나온게 적다, 이래가지고 누구 입에 풀칠하냐 불만이 가득했지만, 역시 먹으면서부터 고기 서너점 먹고 밥도 서너숟가락 뜨고 숟가락을 내려놓습니다. 내 앞의 음식은 무조건 싹싹 비워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온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지만, 저렇게 짧게 먹으니 결혼 11년차에 아이 둘을 낳았으면서도 166cm에 48kg를 유지하는구나 싶습니다. 이러면서도 하체비만이라고 항상 불만입니다만 저는 뭐가 비만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상가 건물 옷집 간판을 봅니다. 옷가게 상호가 슈브입니다. Shub. 뭔가 느껴지십니까?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아신다면 슈브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셨을 겁니다. 네. 슈브-니구라스. 크툴루 신화의 아우터 갓 중 하나이며, 천 마리 새끼를 거느린 숲의 검은 암컷 염소(The Black Goat of the Woods with a Thousand Young)라고 불리우는 아우터 갓의 일원이자 요그 소토스의 부인입니다. 크툴루의 할머니뻘이기도 하죠. 퀘이크1의 최종보스로 등장하기도 해서 fps 게이머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이것은 무언가 음모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크툴루 신화를 신봉하는 업주임이 분명합니다. 아마 저 옷가게 카운터 깊숙한 곳에는 네크로노미콘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와이프에게 얘기해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씨알도 안먹힙니다. 사실 저희 와이프도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나름 생각도 해보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진성덕후임을 알고 나서는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표정으로 들은체도 안합니다. 저는 이렇게 남편으로서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권위를 찾아보려고 해도 파오후 쿰척쿰척하는 덕후는 존재 자체부터가 권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캐릭생성할때 주사위 굴릴 때부터 카리스마 스탯은 제로로 찍고 시작했는걸요.  

밥을 든든히 먹고 나니 음악이 땡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음악...

#. November Rain - Guns N' Roses




아니 뭐... 초장부터 겁나 진부한 레퍼토리인데, 얄팍한 취향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90년대 초반 유행했었던 음악감상실 단골 레퍼토리. 지금 봐도 슬래쉬 후까시는 좀 쩌는듯... 지금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땐 어땠겠어요. 어후... 액슬도 참 잘생겼네요. 이 때만 해도 반바지 입고 라이브 하면 끝내주게 섹시했는데, 지금은 뚱땡이 아재가 됐죠. 여담입니다만, 액슬, 슬래쉬는 캡콤의 벨트스크롤 명작 액션게임 파이널 파이트의 악역캐릭터로 나옵니다. 해거라는 콧수염 캐릭터도 있는데 해거는 아무리 봐도 퀸의 프레디 머큐리 같습니다.

뻔한 레퍼토리지만 11월이고 비도 오니 한번쯤 들어주는 것도 괜찮잖아요?



#. Since I've been loving you - Led Zeppelin



이것도 어느정도 예상되는 레퍼토리... 그래도 비오고 우중충한 이런 날씨에는 좋지 아니한가...



#. Rain - Uriah Heep



아유~ 뻔하쥬. 제 얕디 얕은 음악 지식이 다 이 수준이죠 머... 그래도 뻔한게 또 좋잖아요. 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식의 흐름 하니 생각나는 연주곡 하나.

#. Stream of conciousness - Dream Theater



후덜덜한 연주곡이지만, 드림시어터가 하니 웬지 쉬울것만 같은 그런 연주곡.



라이브도 기똥찹니다.

음악은 기똥찬데 글은 똥만 차있습니다. 필력따위는 아예 가지고 있지도 않은 인간이 티타임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병신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재미없고 영양가 없는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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