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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1/20 12:58:09수정됨
Name   레일리처럼될래요
Subject   교회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버리며(의식의 흐름에 따라)
(제가 이상한 인간이 된 것 같아 어디다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여기에 써봅니다. 반말체 미리 죄송합니다)

난 냉소적/비관적인 편이다.
내가 지난 계엄 이후 교회에 기대했던 것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계엄이 잘못된 것이라는 뉘앙스 정도는 설교에서 받길 원했다(그런 뉘앙스로 대표기도를 한 장로님이 2분 정도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 교회에서는 이런 일은 정치적인 문제고, 서로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 문제 때문에 교회 내에 분열이 있으면 안된다는 요지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좋게 해석하면 이 건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면서 상대방을 악마화하지 말고 하라는 것이지만
극단적으로 분열된 현 상황과 미성숙한 성도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냥 [그딴 얘기는 하지 말고 우리끼리 평화롭게 지내자]라는 말로 밖엔 들리지 않았다.

이미 수도 없이 분열되어 있는 개신교이면서, 교회 안에 분열이 되면 안된다는 설교는 뭔가 애처로웠다.
분열되지 않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분열을 꾀하는 사람과 집단마저도 이해하고 사랑해야한다는 말이 좀 우스웠다.
왜 교회 안에 이렇게 분파가 많이 생겼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ㅋㅋㅋㅋ
물론 성경에서 말하는 아가페적 사랑의 관점에서 큰 주제는 동의는 되나,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말 안들으면 훈육하고 체벌하기도 하는데, 마냥 품어주는 게 사랑은 아니지 않나?
또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하고 이렇게 침묵하고 있으면 교회 안의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안심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교회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비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또 떨어져나갈 수 있다. 심하면 신앙에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대통령의 행위는 잘못이라고 말을 해도 누군가는 분열되고 침묵해도 누군가는 분열된다.
물론 보수적인 교회의 성격상 후자가 숫자는 적겠지. 그렇다면 교회는 그냥 숫자가 적은 쪽을 버리길 택하는 것인가?
그래도 교회라면 숫자가 아닌 정의에 따른 선택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교회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 조차의 가치도 없는 일인가?
교회 입장에서 불법 계엄과 내란은 일어나도 괜찮은 일이었나?

개인적으로는 정치 무관심자에 가까운데, 이번 일에 유독 열을 내는 이유는
1) 정치문제 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2) 대통령의 불법행위 지지층에 교회가 상당히 많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나는 정말 교회가 할복하는 수준으로 회개해야할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신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신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냥 내가 그동안 읽어온 성경과 기독교 서적과 공부한 내용과 경험한 모든 총합체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고 말하고 있어서 내 내면의 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나는 일관성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이것 또한 나는 성경에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내가 속한 교회와 교단은 정의를 이야기할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에 참석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던 교단
그리고 교회 밖의 일인 동성애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던 설교(동성애 차별을 반대하는 성도들이 일부 떠나간 사실은 아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런 일에는 교단과 교회가 필요 이상의 목소리를 내서 분열을 초래하면서 ,
오히려 사회에 명백하고 지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치적인 문제요, 서로 다른 생각인 뿐이요,
우리 교회가 안전해야하니 모두 조용히 하시고 서로 이해합시다라고 한다면.....
앞으로 모든 일에 그냥 닥치고 우리끼리 종교 친목 동아리 하면서 지낸다면 난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다.
할 거면 모두 다 하고, 안 할 거면 제발 다 하지 마라.
이건 만만해서 하고 저건 무서워서 안 하면 위선이다. 예수님은 그런 위선자들을 가장 싫어했다고 난 생각한다.

의문이 든다.
과연 지금 계엄이 성공해서 독재가 시행되고 있고 교회에 모여서 그 좋아하는 예배도 편하게 못 드리고 성도 중 일부가 잡혀들어갔어도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존중하고 이해해야한다"는 속 편한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성공 못했을 뿐 의도는 같으니 똑같은 거 아닌가?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라는 설교 말씀. 동의한다.
성도들 끼리는 물론 그래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십에서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줘야지. 성도들이 서로 안 싸우게 하려면.
비겁하다. 내가 보기엔 너무 비겁하다.
하지만 그냥 내가 이상한 거라고 결론 내고 이 턴을 마치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교회에 사회 정의 참여에 대한 기대를 접을 것이고
누가 정의를 이야기 하면 위선이라고 느낄 것이며
차별 금지법 어쩌구 하면 비판을 박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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