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6/04 07:06:06
Name   내알아할게요
Subject   두서없는 선거 소회


1. 과표집은 결론적으로 없었다. 초기의 전라도 윤 지지 40% 지랄쇼 등이야 마사지된게 분명하지만, 6개월 내내 그런 과표집 현상이 지속될 수는 상식적으로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다들 과표집을 믿었던 이유는 진보중도보수의 수치상 균형이 깨졌던 건데, 그 수치조차 사실이라는 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과반 안되네 2번당이 40이네 하면서 새벽 내 열불 좀 냈지만 51:38이나 49:42나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다. 12나 22같은 한끗 승부도 아니고, 어차피 한달이면 다 잊혀질 득표율이다. 55:35쯤 된다면야 의미가 있었겠지만, 어떤 민주당원도 이 수치를 예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3. 그러니까 많은 이들에게 계엄은 결국 해프닝이었다. '유혈사태는 선량한 군인들이 막아 준 것이고, 계엄은 윤석열 개인이 정신나가 벌인 것' 정도로 생각했으니 표심이 이 정도밖에 움직이지 않은게 아닐까. 물론 생각보다 아주 많은 숫자가 민주당은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총칼로 지배하는 세상을 대부분의 2번 투표자들이 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운나쁘게 총성 한발만 울렸더라면 선거구도는 정말로 바뀌었을 거라고 본다. (그 상황을 바랐던 건 결코 아니다) 나이브하고 그릇된 인식이지만, 단죄하고 교정해야 할 생각도 아니다. 무엇보다, 슬프게도 너무 많다. 내란범들이야 중형으로 다스려야 하지만, 어떤 일반인이 나이브한 인식을 가졌다고 하여 톡식하게 구는 것은 역효과만 날 것이다. 물론 나이브한 인식으로 되려 계몽하려 들면 그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4. 청년 여성들의 보수화가 관측된다. 이준석도 전세대 평균 이상의 득표를 했다. 이준석 개인은 몰락할지 몰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곧 (대안)우파는 여성을 새 주도자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특히 반중 이슈에서 청년 남녀는 딱히 유별하지 않다. 동덕여대 사태는 표면상 학내 투쟁이자 페미니즘 이슈지만, 그 안에 깔린 정서는 비합리적 배타성이다.


5. 담론장이 완전히 유리되었다. 2번당 40퍼의 보편적인 생각을 알아내기 어렵다. 이는 2012년 이전으로, 어쩌면 아예 2002년 정도로 돌아간 것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시기 민주당 및 정부 비판에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지점이 많은데, 윤석열 3년 동안 그들은 잠적했고(혹은 당했고) 계엄 이후로는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이제 내란도당이 뭐라 하든 알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친민주계 논리만 순환되는 세계도 머물기 고난한 것은 다르지 않다. 물론 이제는 어디 커뮤가 친민주 아니 극민주로 도배되든 5.18 이후 광주처럼 모든 원인은 내란도당에 있다. 그냥 같이 있기 힘들다는 것뿐이다.


6. 과팽창한 민주당이 이념에 따라 건강하게 분리될 거라는 지지층 일각의 희망은 희망사항으로 그칠 것이다. 그 말을 하는 민주당원부터가 일극체제를 선호하고(독재라는 뜻이 아니다) 분당에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는 안나갈 거지만 누군가는 나가서 건강한 야당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라고 추측한다. 뭐, 그것도 국힘을 30언더로 만들었을때의 일이고 남녀연합의 청년우파가 조만간 대두하면 까맣게 잊혀질 생각이다. 참고로 정당해산은 기대도 안한다.



15
    이 게시판에 등록된 내알아할게요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13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1 6 루루얍 25/06/11 1602 17
    15631 영화지브리애니를 이제야 처음 본 사람의 천공의 성 라퓨타 감상기 - 지브리와 닌텐도, 평양냉면 31 연구개발 25/07/22 1604 4
    15494 도서/문학(마감) 그림책 나눔합니다 27 왕킹냥 25/06/04 1605 18
    15820 게임결과론적으로 돌아보는 젠지 vs KT 밴픽 분석 25 Velma Kelly 25/11/02 1607 4
    15173 스포츠[MLB] 코빈 번스 6년 210M 애리조나행 김치찌개 24/12/30 1608 0
    15679 IT/컴퓨터영어문법 공부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17 큐리스 25/08/21 1613 18
    15661 생활체육조깅에 대해서 29 Omnic 25/08/11 1614 12
    15320 음악[팝송] 레이디 가가 새 앨범 "MAYHEM" 1 김치찌개 25/03/17 1615 2
    15286 음악제67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1 김치찌개 25/02/28 1616 2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1622 0
    15255 스포츠[MLB] 실시간 김혜성 2 김치찌개 25/02/08 1622 0
    15362 일상/생각조조와 광해군: 명분조차 실리의 하나인 세상에서 4 meson 25/04/05 1622 2
    15488 정치두서없는 선거 소회 8 내알아할게요 25/06/04 1623 15
    15547 역사한국 경제 과외선생님 USAID 3 열한시육분 25/06/25 1625 5
    15578 일상/생각급속한 체중 감량이 삶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 7 azureb 25/07/04 1627 5
    15344 경제[의료법인 회생절차 가이드(1)] 요양급여 및 본인부담금 채권 압류해제 어떻게 해야할까? 1 김비버 25/03/28 1629 3
    15243 스포츠[MLB] 김하성 2년 29M 탬파베이행 김치찌개 25/01/31 1631 2
    15583 방송/연예2025 걸그룹 3/6 9 헬리제의우울 25/07/06 1637 13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638 0
    15417 정치오늘의 일에 부쳐 영원한웬디 25/05/01 1638 3
    14964 게임[LOL] 10월 7일 월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10/06 1639 0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642 0
    15466 정치이재명식 재정정책은 과연 필요한가. 다마고 25/05/28 1643 3
    15481 꿀팁/강좌만화와 애니를 추천드립니다 19 흑마법사 25/06/02 1643 9
    15571 문화/예술지구는 호텔이군요 : 아포칼립스 호텔 16 심해냉장고 25/07/02 1643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