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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18 00:28:04
Name   새의선물
Subject   미국 입시에 대한 잡담 3 ... 레가시
어제 집에 들어갔더니, 애 엄마가 편지라며 하나는 주더군요. 학위를 받은 학교의 undergraduate admission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편지 내용은 얼마전에 딸이 우리학교에 지원을 했더라, 네가 학교에 다녔을때 우리학교에서 받은 교육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애를 다시 이곳에 지원하게 해 준걸로 믿고, 지원해준거 고맙다. 그러면서 애가 legacy admission process로 들어간다라는 말과 함께 학교 전체 합격률이 6-7%인데 레거시는 20% 정도로 훨씬 높기는 하지만 다 못 붙여준다는 이야기와 지원자들 스펙이 일반지원자들보다 더 좋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입학지원을 Common Application이라는걸 이용해서 주로 하는데, 부모 신상을 적는 란에 보면 부모가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았는지, 그리고 대학 이상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그 정보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legacy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걸로 보이더군요.

보통 legacy admission 혹은 legacy preference라고 불리우는 이 입학절차는 미국내 일부 대학에서 자신의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의 아이들에게 입학시 특혜를 주는 것을 가리키는데, 거의 미국에만 존재하는 입학 프로세스중에 하나입니다. 한국같은 곳에서 서울대 졸업한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입학시 특혜를 준다고 하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어요. 제 아이가 지원한 학교의 경우에 전체 경쟁률이 16대1인데 단지 부모가 그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경쟁률이 5대1이 되는거니까요. 암튼 미국은 뭐랄까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건 잘 안 건드리다보니 저런 방식의 입학제도도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거 같습니다.

미국내 대부분의 대학 입학은 고등학교 성적과 SAT나 ACT성적로 입학이 결정됩니다. 대학들 중에서 조금 경쟁이 있는 학교들은 추천서를 받기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더 경쟁력이 있는 학교들은 학교별로 에세이를 쓰고, 각종 과외활동이나 수상경력등도 고려를 해서 입학생을 뽑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들어가는데, 인종도 적당히 안배하고, 지역도 적당히 나눠서 뽑고, 체육특기생들은 따로 뽑고, 유명인사나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들 아이들은 따로 관리하고, 그 와중에 저울에 새털같이 작은 고려사항중에 하나가 legacy입니다.소위 holistic admission이라고 불리우는 이 입학허가방식은 들리는 말로는 유대인들의 유명대학 입학이 급격하게 증가하자,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 방법에서 다른 고려사항을 넣으면서 생겼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진위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 몇 입시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특정학교에 지원하는 아이들의 성적을 보면 너무 비슷해서 사실 순서를 매기는게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는 합니다. 각 학교마다 올A가 한명씩만 나와도 대입때 올 A를 받는 학생수가 2만을 넘어 3만명에 육박합니다. 소위 아이비리그 신입생 수를 다 합쳐도 만4천명 선이고요.

왜 legacy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답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기부금을 조금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것과 다른 하나는 yield를 높일 수 있다는것등이라고들 해요.

한국보다는 기부 문화가 더 발달해 있어서, 본인도 다녔고 자식도 같은 학교에 보내는 경우에 아무래도 기부를 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거죠.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레거시로 해서 떨어진 부모들은 아이가 입시에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기부를 하다가 아이가 입학하는데 실패하면 기부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기때문에 기부금으로는 설명이 빈약하지 않나 싶어요. 예를들어 레가시를 하지 않는 학교중에 하나인 MIT를 예로 들어도 MIT에 들어오는 기부금이 다른 학교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것도 기부금으로 레가시를 합리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싶어요.

그 외 yield라는건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중 몇 %의 학생이 정작 입학을 하느냐에 대한것인데, 보통 레거시의 경우에 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yield가 얼마인가 하는것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어요. 이게 학교 명성이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도 많이쓰거던요. 저번에 글을 쓸때 조기지원과 정시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했었는데, 보통 legacy는 조기 지원때에만 혜택이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정시지원으로는 레가시가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없이 심사가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보통 조기지원이라는건, 그 학교가 최고의 선택이라고 학교에 알려주는거라고들 해요. 그런데 이 경우도 EA는 모르지만 ED의 경우에는 지원시 입학허가가 나오면 그 학교에 들어가겠다고 서약을 하고 지원을 하는 것이기때문에 yield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여요.

그것 말고 또 하나로 레가시의 입학 비율이 높은게 부모들이 받은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전달이 되고 영향을 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애들이 더 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물론 이것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MIT의 입학처장은 "입학 사정시 누군가가 '별볼일 없는 학생에 대해서 이 학생의 교육배경(pedagogical background)가 뛰어나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입학사정관실에서 쫓아내버릴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입시원서에 나와있는 자료로 충분하지 뒤의 배경을 더 봐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한적이 있어요.

사람들마다 찬반이 많은 입학허가방법중에 하나고, 개인적으로도 레가시에 부정적인 입장이기는 한데 애가 고른 학교들이 대부분 ED고 EA인 학교가 거의 없다보니 legacy process로 들어가게 되는데, 조금 기분이 이상하기는 하네요. 뭐... 그것과는 별개로 입학 가능성이 낮다보니... 결국 정시지원이 중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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