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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1/13 06:19:33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A%B0%9C%EB%B0%9C%EC%9D%BC%EC%A7%80/2026/01/13/%EC%8B%A4%EC%88%98%EA%B0%80-%EC%95%84%EB%8B%88%EC%97%88%EB%8B%A4%EA%B3%A0.html
Subject   초보 팀장 표류기 - 실수가 아니었다고
면접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에는 나름 풋풋한 마음가짐으로 면접을 보고 다녀왔었다.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해주는 큰 규모의 회사에 가서 일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그 회사들에서는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면접 때에는 최대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면접이란 것은 아무래도 항상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면접에 통과 보통 합격이라는 표현을 전달받는데 그 이야기는 면접을 통과되지 못했을 때에 불합격이란 표현을 민감하다 느껴 잘 쓰지 않으나 불합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의미 자체로 놓고 봤을 때에 면접은 기본적으로 그 회사에서 원하고 있는 전제 조건이 존재하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에 대해 판단하는 이야기이다.

합격하기 위한 면접을 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서든 아니면 금전적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도 노동을 해야하고, 그 노동을 하기 위한 소위 전답에 해당하는 물건은 여전히 비교적 소수의 인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다만 첫회사를 다녀보고 나서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굳이 밥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합격을 하기 위한 면접을 보는것이 아니라 합격을 할때까지 면접을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합격하기 위한 면접을 본다는 것은 그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그게 맞는 사람으로써 보이기 위해 면접의 단계에서부터 노력한다는 것을 말하고, 합격할 때까지 면접을 본다는 것은 딱히 그 회사가 별로 좋아할지 여부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나 자신을 느러내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형태로 취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전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용인과 시용인 모두가 이 정도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일이라는 것을 신뢰하고 협업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면접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들에 단순히 합격하기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깊은 대화를 해보고 그 회사와 나의 핏이 맞는지에 대해 알아나가는 과정으로 삼고 있다. 자주 하는 농담이지만 면접때만큼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하나하나 신경써주면서 들어주는 경우는 잘 없다. 만약 그렇지않은 면접을 경험하고 있다면 나는 아마 이미 그 회사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재밌는 것은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독특한 면접을 보고 있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면접자와 농담을 주고받고 웃으면서 과정을 보내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단 것이다. 2시간씩이나 대화하는데 즐거움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나의 독특한 면접관에서 봐도 이번에 manyfast에서 본 면접은 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실수가 아니었다고

내가 예상한 인사팀 인원이 명확하게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할 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적당히 경력, 학력, 기술 스택 등만으로 면접 요청을 덤프로 보내는 경우들은 자주 경험했고 심지어 응답했는데 ‘다시 보니 저희랑 기술 스택이 안 맞네요 죄송합니다.’ 같은 경험도 꽤 자주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회사에서 보낸 jd에는 기술스택도 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태까지 본 모든 면접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채용하고자하는 인재의 상을 미리 그려 둔 면접관을 만나볼 수 있었다. ‘주도적으로 제품의 방향성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싶은 의욕과 실력이 있는 아직 경력이 많지는 않은 개발자.’ 이유는 회사에서 제품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방향 설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이를 결정해줘야하고, 비교적 신입 또는 비정규과정을 통해 개발 업무를 시작한 분들 위주로 꾸려진 개발팀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결정에 대한 조언 또는 실무를 뛸 수 있어야하며,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줄 수 있는 돈은 크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경력이 적은 사람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확히 찾아오긴 한 것 같네’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더라도 막상 내가 업무에 실제로 들어갔을 때에 어느 정도의 결정권이 주어질 것인가와 같은 문제는 별개의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면접관의 솔직한 대화가 굉장히 크게 신뢰를 주었다.

Q. 개발자가 아닌 인사팀에서 먼저 면접을 보는 이유가 있는가
A. 내가 가장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기 때문에 설령 대표가 맘에 들어해도 내가 안되면 뽑지 않는다.

Q. 내가 생각했을 때 올바르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결정을 대표가 내렸을 때에 이에 대해서는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A. 대화의 과정을 거치고 많은 경우에 내가 올바르다 생각이 되면 결정을 수정한다.
참고로 이와 관련해서 대표님께서 한 대답은 ‘설령 내가 맞다 생각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판단될 때는 실무진의 판단대로 작업을 하도록 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봤을 때 이 회사는 면접때 기준으로는 내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회사는 맞아 보였다.

정치,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내 정치, 권력과 같은 것은 사실 보통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는 단어들이고 업무가 잘 안되도록 방해하는 요소들로 비난받는 편이다. 나 역시도 원래에는 일이 잘 되게 하려면 맡은 책임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을 또는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착각이란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수개월 동안 공을 들여서 만들어 온 물건이 사실은 전혀 쓸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심지어는 그렇게 만들어지면 못 쓰니까 다르게 만들라는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존재했는데 그것을 실무자가 PR을 나간 당일에 처음으로 전달받게 됐을 때의 당황스러움에 대해서 혹시 상상이 가능한가. 내가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이 무엇이었냐하면 저 때를 꼽을 것이다.

사실 순수하게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놓고 봤을 때에 나는 나름 나쁘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엉망인 대규모 코드를 리팩토링하고 테스트하고, 기능 변경이 들어가면서 구조화를 하는 과정은 나름 즐거운 부분이 있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제품이 비록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형태에서는 거리가 많이 멀지만 그럼에도 요구사항이라고 할만한 부분을 상당수 충족시켜 이정도면 pr을 나가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 그렇기에 현실을 알게 되어 바닥에 떨어지면 더욱 크게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는구나.

소위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나름 인기 칼럼니스트가 되신 김영민 교수님의 책을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일입니다.’이다. 저자는 해당 책에서 정치라는 것이 인간이 모여 있을 때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며 집단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십분 동의한다. 일이 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맡은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권위, 권력이란 것이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이 위대한 장군으로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수호할 수 있었던 일은 수병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을 때에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분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관력을 통해서 다수의 인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끌고 ㄴ나갔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정확하게 책의 내용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참에 다시 한번 구매해 읽어봐야겠다.

위에 읽기 힘들고 난잡한 이야기들을 다 걷어내고 요약하자면 내 경력 수준에 걸맞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정도로 강력한 권력이 주어지는 자리를 비록 작은 5명의 팀이라고 하더라도 제안받았고, 이 이야기는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제를 붙이자면 내가 회사에서 닉네임을 himmel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himmel the rising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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