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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2/08 10:21:07 |
| Name | kaestro |
| Link #1 |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6/02/08/%EC%9D%B8%EC%99%953,-%EA%B3%A0%EC%96%91%EC%9D%B4%EB%A5%BC-%EC%AB%93%EC%95%98%EB%8D%94%EB%8B%88-%EA%B8%B8%EC%9D%B4-%EC |
| Subject | 인왕3, 고양이를 쫓았더니 길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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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재미를 전투, 파밍에서 찾을 것인가 탐험에서 찾을것인가] 인왕2는 많이들 소울라이크라 분류합니다. 소울라이크라 함은 보통 다크소울에서 파생된 액션RPG 게임들을 말합니다. 몬스터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력하고, 맵이 복잡하게 구성돼있고, 한번 죽으면 경험치를 잃는 등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죠. 소울라이크 게임들은 보통 다크소울과 가능한 비슷하게 만들거나, 비슷하지만 변주를 주는 정도였습니다. 소울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게임들이 구축돼왔습니다. 그렇다면 다크소울이 제공하는 즐거움은 주로 무엇에 있느냐. 많은 사람들이 성취감 있는 전투 경험을 꼽지만, 저는 미지에의 탐험이야말로 다크소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넓은 맵에서 까딱 긴장을 놓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함정과 몬스터를 헤쳐나가며 미지의 공간들을 탐험해가는 게임입니다. 그 맵 디자인이 어찌나 뛰어났는지 다크소울 1은 일종의 오픈월드 게임이라 불러도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왕2는 얼핏 보면 소울라이크라 보일만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기본적인 맵 구성에서 소울의 문법을 그대로 차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왕은 게임의 재미를 아예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맵 탐험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고, 본 재미는 전투와 파밍에 있습니다. 인왕의 전투는 가히 현존하는 ARPG 중 가장 어렵다고 부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인왕2는 상중하단이라는 ARPG에서 파격적일 정도로 어려운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의 약점에 맞춰 상중하단을 바꿔가며 격투게임을 하듯 콤보를 입력합니다. 공격을 마친 뒤에는 리듬에 맞춰 잔심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여기에 인술, 음양술, 심지어 변신까지 가능합니다. 사용하는 무기와 다마시로에 따라 아예 다른 전투 방식을 구사할 수도 있죠. 이런 화려한 기술들로 무쌍에 가깝게 몹을 쓸어내리는 것은 소울이라기보다 오히려 데빌 메이 크라이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회차 플레이에서는 원하는 아이템을 랜덤 옵션에서 뽑는 디아블로의 핵앤슬래시 같은 측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왕2는 수백시간 다회차를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온보딩 디자인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 어려웠던 인왕2] 인왕2는 분명 재밌는 게임이지만 위에 설명에서 알 수 있듯 그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아주 복잡한 전투 스타일을 익히는 과정을 넘어가야하고, 복잡한 아이템 세팅 구성에 대한 이해를 하는 단계를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인왕2는 재미있는 요소들은 많이 집어넣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 재미를 유저 입장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 경험을 예시로 들자면 저는 인왕2를 대태도를 활용한 소울식 ‘구평’으로 엔딩을 본 유저입니다. 인왕2를 해본 유저라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 이해하실텐데, 기본적으로 인왕2는 상대의 약점을 노릴 수 있는 자세에서 기력을 깎아서 슈퍼아머 상태를 해제하고 그로기에 이르기까지 몰아친 후에 마무리 일격을 날리는 식의 화려한 전투를 하는 게임입니다. 그러지 않고 다크소울을 플레이하듯이 구평을 하는 것은 진짜 인내심이 끝내줘야 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전투고 저한테 지금 하라면 저도 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된 이유는 인왕2에서 이런 복잡한 전투 방식을 재미없는 튜토리얼에 녹여내려 했기 때문입니다. 인왕2에서 전투를 가르쳐주는 방식은 굉장히 올드합니다. 어느정도 진행하면 ~~~의 장 초급, 중급, 상급이 열리면서 자 이런식으로 쓰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유저도 저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냥 퀘스트만 깨고 나오면 까먹고 못씁니다. 인왕2는 여러 무기를 쓰도록 장려하기 위해 아이템을 두개 들어도 무게가 전혀 반영이 안되는 스위칭 시스템이 있음에도 저는 대태도만 써서 엔딩을 봤습니다. 다른 무기는 깡딜이 약해서 구평으로 엔딩 볼 방법이 없었거든요. 보통 이런 식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게임사가 의도한대로 즐기지 못할 경우 게임사는 유저들을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팀닌자는 그렇지 않고 본인들의 게임을 완벽하게 개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무라이와 닌자라는 두개의 전투 스타일로 재미는 더하고 난이도는 낮추다] 이번에 인왕3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인왕2에서의 개편항목은 사무라이 모드와 닌자 모드입니다. 사무라이 모드는 상중하단과 잔심이 그대로 있는 인왕2에서의 전투를 가져왔고, 닌자 모드는 인술을 사용할 수 있고 백어택시 크리티컬이 발생하며 이동과 공격속도가 빠르며 회피 능력이 우수합니다. 전투의 지속력과 파괴력 측면에서는 사무라이가 한수 위, 닌자는 기습과 히트앤 런에 유리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전투 방식을 두개로 쪼개고 각각에 맞는 무기를 배치하는 작업을 통해 인왕3는 유저가 커다란 전투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 두개의 독립된 전투 스타일을 통합해서 이해하면 되도록 해 러닝 커브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렇게 나눠놨을 때의 문제점은 유저가 하나의 전투 스타일만 고집하는 경우 게임의 재미를 다 느끼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는 아무리 각각에 장단점이 명확하더라도 유저의 성향에 따라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왕3는 상대의 강공격을 패링할 경우에는 무조건 반대의 전투 스타일로 변경되도록 하는 모션을 추가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이는 액션 모바일 게임인 젠레스 존제로 등에서 여러 캐릭터를 쓰기 위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인왕3에서 이를 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 덕분에 인왕2때는 인술은 탭도 안들어간 저조차 이것저것 흥미롭게 쓰게 할 정도로 인왕3의 전투 시스템은 훌륭합니다. [소울 스타일의 맵구성인 인왕2에서 오픈월드로 전향한 인왕3] 기존에 인왕2는 많이들 소울라이크라고 분류돼왔습니다. 그 이유는 맵의 구성 방식이 소울에서 지켜온 문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스테이지 단위가 임의로 존재하며 그 길을 가기 위해 여러 몬스터들이 있고 횃불의 역할을 하는 신사가 있으며, 각종 숨겨진 길과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나면 숏컷을 뚫고 마침내 보스를 잡는다는 것은 소울과 비슷했지만 그 완성도에 있어서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중 하나는 소울에서는 조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지가 두렵다는 점인데 인왕2는 그것을 재미로 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왕3에서는 오픈월드로 구성을 바꿨습니다. 유저는 어디를 돌아다니더라도 자신에게 흥미진진한 파밍 요소를 숨기고 있는 전투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픈월드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자유로움이란 것이 유저에게 어렵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맵을 어느 정도 쉽게는 구성하되 어려운 지점도 놓고, 보상은 랜덤하게 분포하며, 도달하고 획득하기 힘든 보상에 대해서는 유저가 도달할 수 있는 직접적이지는 않은 힌트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은 소위 유비식 오픈월드라 하는 맵을 열면 가는 경로가 바로 나오고 맵 상에 이벤트들이 늘어서있는 게임들을 만드는 것으로 타협을 봅니다. 하지만 팀닌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팀닌자는 오픈월드에서 가이드는 제공하되 모두 주지는 않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것은 지도에는 많은 정보를 주지만 미니맵은 방향과 굵직한 이벤트만 찍어줄 뿐 맵 자체는 드러내지 않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유저는 하나의 성취를 이룬 뒤에 맵을 열어서 어디로 갈 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나침반을 통해서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여기에만 멈춘다면 지도찾기 게임이 되기 때문에 맵을 돌아다니는 것이 모두 자신의 예측범위 내에서 일어나서 오픈월드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닌자는 맵에 표시를 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도달해야 진짜 힌트가 시작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갑자기 이상한 곳에 서 있는 몬스터가 지나갈때 소리지르면서 전투를 유도하면 그 뒤에는 숨겨진 길이 있거나, ‘신사가 맵에 등록돼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신사가 맵에는 보이지만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고, 고양이를 건드리면 눈으로 쫓아가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굴러가는 고양이가 나 잡아보라는 듯이 ‘야옹’하면서 우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맵에 드러나있지 않던 숨겨진 장소에 도달하게 됩니다. 전투 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절벽 아래 길이 보스 에리어로의 지름길이었던 적도 있고, 별 생각 없이 올라간 지붕 위에서 희귀 아이템이 든 상자를 발견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발견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더 돌아보자”를 반복하게 됩니다. 팀 닌자는 진짜 인왕 3에서 엄청난 오픈월드 게임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이를 뛰어넘는 인왕4를 만들 수 있을까] 프롬 소프트는 어마어마한 판매량이 보장되던 다크 소울시리즈를 3까지 만들고 시리즈를 더이상 만들지 않겠다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다크 소울에서 더이상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들은 엘든링이라는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인왕3에서 비슷한 면이 보입니다. 전투 시스템의 접근성 문제를 사무라이/닌자 분리로 해결하고, 소울식 맵의 한계를 오픈월드로 넘어섰는데, 인왕이라는 틀 안에서 이보다 더 나은 게임을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왕4가 나온다면 팀닌자는 프롬이 엘든 링으로 그랬듯 완전히 새로운 도약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게 어떤 모습일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올해 시작부터 이렇게 끝내주는 게임이 나온 것은 너무 즐거운 일입니다. 너무 기분 좋군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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