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6/02/25 13:49:57
Name   멜로
Subject   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요즘들어 AI를 거의 모든 분야에 쓰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아마 작년 초입부터 바이브 코딩이 밈처럼 번져서 너도나도 시도해보았고 저 또한 업무 중에 굉장히 반복적이고 왠지 AI가 해낼수 있을거 같은 업무를 각종 툴을 써서 해보려고 했었어요

막상 써보니 AI가 일을 참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한 시늉만 한 느낌이었고, 대충 보면 우와 이거까지 해? 싶지만 들여다보면 아 뭐야 얘 사기치고 있었네 하며 실망하는게 반복되면서 역시 이 정도의 정신노동은 인간은 못따라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적당히 웹사이트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었지만 코드 분량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흔히 말하는 환각 효과를 일으키면서 코드를 오히려 더럽히는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그래도 일상적인 코딩, 뭐 한 문단이나 한페이지 정도 대신 쓰는건 편리하게 쓰고 있었고, 제 생산성도 대략 2배~3배 뛴것 같았어요.

그런데 작년 12월쯔음에 클로드에서 opus4.5 모델이 나오면서 뭔가 AI의 지능이 계단상승한걸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 AI가 코드를 짜면 꼬삐풀린 신입이 이것저것 싸지르는 느낌이었다면 opus4.5는 어디선가 내가 신입이고 이 친구가 시니어일수도 있겠다 싶은 코드를 생성하기 시작했거든요.

예전에는 큰그림을 못보고 국소적인 부부만 대충 고치는 주니어급 엔지니어였다면, 지금 제가 놓친 큰그림을 스스로 찾아줍니다. 흔히 큰 그림을 잘보는 사람을 직업을 막론하고 윗대가리에 앉히지 않나요? 딱 그 부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이러저러한 플랜을 가지고 가서 요 정도 코드를 생성하겠지 하면, 제가 상상한것보다 좋은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리고 개발하다보면 그냥 컴퓨터와 물아일체가 되어야하는 그런 작업들이 있습니다. 까만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디버깅할때 보통 그러는데 도대체 왜 안되는지 머리를 쥐어 뜯게 되는 그런 정체 불명의 오류들이 있습니다. 이런건 짬이 중요해요. 왜냐면 그런 것들은 내가 지금까지 개발에 갈아넣은 시간에 비례해서 해결되니까요. 이건 노력이나 지식보다는 직관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런것들을 잘해야 보통 개발자 사이에서 인정 받습니다. 와 저걸 해내? 같은 순간들이죠. 그래서 저는 아무도 건들기 싫어하는 그런 문제에 제가 팔 걷어붙이고 들어갔었습니다. 그걸 해결하면서 희열도 느끼고, 자존감도 생기고, 동료의 인정도 받아으면서 제 연봉도 오르고요. 근데 AI가 딱 이런류의 작업들을 제일 잘합니다. 프로그래밍의 영역에서 가장 비인간적이고, 귀찮고, 인내심이 필요한, 그리고 정확히 나의 가치를 설명해주던 그런 작업들을 가장 잘하는거 같아요. 컴퓨터에서 탄생한 친구라 그런지 컴퓨터가 뱉어내는 이상한 기호들을 저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하고 근본 원인을 잘 찾아냅니다.

이걸 저만 느낀게 아닌 모양인지, 대략 작년 12월부터 별의별 AI 기반 개발툴이 다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것중 하나는 30개 이상의 코딩 AI 에이전트 군단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가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딱히 대단한 코드를 짜고 있지는 않지만 시도 자체랑 컨셉이 된다는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게 딱 1년만에 일어난 발전이라는겁니다. 이 부분이 가장 무섭습니다. 주니어 엔지니어에서 시니어 엔지니어로 1년만에 업그레이드 됐으면 1년 후는 그 윗단계 엔지니어가 없어지겠죠. 근데 이게 개발자들이 AI활용률이 가장 높아서 이렇게 된 것인데,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문서를 읽고 쓰는 직업들 또한 지금 개발자들이 느꼈던 쇼크를 1~2년내로 느낄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뭘 해야하나 정말 불안합니다. 솔직히 무서워요.

지금까지 난 뭘 위해 한 순간에 대체될 직업에 시간을 퍼부었나.. 돈보다 시간과 기회비용이 너무 아깝습니다. 무언가를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사업 기회들은 오히려 개발직군과 거리가 먼 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시장과 긴밀하게 돈을 벌어왔던 사람들이 쓰던 비용 (전문직 고용, 앱 개발 등)이 처참할 정도로 낮아지면서 AI시대에 화이트 칼라도 아니고 블루 칼라도 아니고 이것저것 시장에서 고군분투하시던 이 분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거나 앞으로 입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AI스타트업들 흐름이 대부분 화이트칼라 하나 붙잡고 그거 대체하는 방향으로 미친듯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앱 하나씩 만들어서 배포하는 팀도 있구요.

무섭기도 한데, 지금까지 난 뭘 위해서 공부하고 남 위해서 일했나 무력감이 몰려옵니다. 더더욱 사업이든 자영업을 해야겠다는 위기감도 들구요.

감히 예상해보건데 정말 이대로라면 3~4년 내에 코로나 급의 대 사건이 인류 역사에 일어날것 같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054 창작부동산 매물 수집기 camy 26/03/06 749 2
    16053 일상/생각AI의 세 가지 위협 12 가람 26/03/04 1125 2
    16052 게임고전 게임 <레거시 오브 케인> 소회 : 블러드 오멘 2 바보왕 26/03/03 542 6
    16051 정치앤트로픽 CEO가 밝힌 트럼프의 압박 8 토비 26/03/03 1201 5
    16050 창작[괴담]그 날 찍힌 사진에 대해. 20 사슴도치 26/03/02 1054 11
    16049 문화/예술삼국지의 인기 요인에 대한 간단한 잡상 9 meson 26/03/02 794 2
    16048 정치인남식 교수님의 이란 침공에 대한 단상 7 맥주만땅 26/03/02 1219 1
    16047 게임드퀘7의 빠찡코와 코스피 1 알료사 26/03/01 587 4
    16046 경제삼성을 생각한다. 1 알료사 26/02/28 892 0
    16045 일상/생각헌혈 100회 완 18 하트필드 26/02/28 743 40
    16044 역사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선 개인의 양심. 2 joel 26/02/28 956 21
    16043 정치4월 미중정상회담, '거래적 해빙'의 제도화 열까? 1 K-이안 브레머 26/02/27 556 0
    16042 도서/문학축약어와 일본/미국 만화 경향에 관한 잡소리 2 당근매니아 26/02/27 548 2
    16041 일상/생각AI의 충격파가 모두를 덮치기 전에. 8 SCV 26/02/27 1024 18
    1604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비공식 교통수단 통제의 어려움 3 루루얍 26/02/26 837 8
    16039 일상/생각27일 새벽 쿠팡 실적발표날입니다. 2 활활태워라 26/02/26 799 0
    16038 일상/생각우리집 삐삐 6 VioLet 26/02/25 675 7
    16037 창작회귀 7 fafa 26/02/25 550 2
    16036 일상/생각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15 멜로 26/02/25 1280 0
    16035 창작AI 괴롭혀서 만든 쌍안경 시뮬레이터 11 camy 26/02/25 766 5
    16034 IT/컴퓨터게임업계 현업자 실무자 티타임 스터디 모집합니다.claude.ai,antigravity,vibecoding 4 mathematicgirl 26/02/25 519 2
    16033 경제지능의 희소성이 흔들릴 때 3 다마고 26/02/24 899 7
    16032 영화단평 - <어쩔수가없다> 등 영화 5편 2 당근매니아 26/02/24 672 0
    16031 일상/생각문득 이런게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6 큐리스 26/02/23 1036 13
    16030 게임Google Gemini Canvas로 그냥 막 만든 것들 1 mathematicgirl 26/02/23 76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