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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3/01 14:19:50
Name   알료사
Subject   드퀘7의 빠찡코와 코스피

드래곤퀘스트 7에는 빠찡코라는 미니게임이 준비되어 있읍니다. 게임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필드에 빠찡코를 할 수 있는 가게가 나오고 거기에 들어가면 슬롯머신 화면이 뜨면서 베팅 시작.

당첨확률을 굉장히 절묘하게 설정해 놓았읍니다. 플레이어가 나 도박하고 있어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히 계속 잃으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기분좋게 도파민 만끽할만큼 짹팟이 터져줍니다. 당첨 족보도 다양해서 마치 내가 타고난 도박사가 된듯한 기분이 들어요.

베팅회차를 무수히 반복하면 종합적으로는 잃는 돈보다 따는 돈이 살짝 더 많아서 결국 패가망신 당하지는 않는 구조에, 적어도 고배당 짹팟이 터졌을때만큼은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것같은 황홀한 기분이 됩니다.

그래서 용사는 마왕을 격퇴하는 것도 세상을 구원하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몇날며칠을 빠칭코 가게에 처박혀서 도박중독자 폐인이 되어가는데요.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라.. ?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도박인가? 내 에너지를 이렇게 정형화된 패턴으로 성실히? 소진시키고 있다면 이건 노동(필드에서 하루종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더군다나 몹을 열심히 잡으면 레벨도 오르고 아이템도 얻고 점점 강한 적을 잡는다는 성장의 기쁨까지 있잖아..  짹팟의 도파민이라는거.. 생각보다 시시하구나..

그렇게 빠찡코 가게에 작별을 고하고 다시 마왕을 처치하러 길을 떠나는 것이었읍니다..



2020년 코로나로 전세계가 돈복사를 시작하면서 그 돈이 증시에 몰리고 너도나도 초심자의 행운을 맛보며 주식투자에 뛰어들 때, 처음에는 수익에 기뻐하기도 하고 커뮤에서 정보와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도파민도 즐기다가

이렇게 전국민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다같이 얼마나 유복해질까? 하는 순진한 생각까지 들었읍니다.

언젠가 누군가는 팔고 나가고 누군가는 그 매물을 떠안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 라고는 하지만,



결국 전체적인 시총지수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수익과 손실 회차를 끊임없이 무제한에 가깝게 반복하면 최소한 각자의 연봉에서 꽤 짭짤한 용돈을 얹어 받는 정도의 결과값은 나오지 않겠는가..

주식을 하면서 절대 피하지 못할 여러 현실적인 위험들 - 고점에 물려 막대한 손절을 하거나 혹은 장기침체 종목에 자금이 묶인다거나, 반대로 작은 손실을 두려워해 훨훨 날아가는 종목을 놓친다거나 등등 - 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만 있다면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체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일정 수준의 리스크 관리 요령이 생긴 투자자에게 주식시장은 사용자 친화적으로 확률조작을 설정한 드레곤퀘스트의 빠찡코보다도 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홍차넷의 모 샘께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환원적으로 배분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주식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거기에 완전 적극 동의하면서,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는 개인 단위 말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과연 모두의 평균값을 낙제점 없이 유지하는 교육이 가능한가.. 물으면 헬 난이도일 수밖에..

주식에 있어서 특정 안목이나 미덕은 반드시 뼈아픈 실책을 통해서만 길러지는데 그 실습과정에서 참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적지 않은 인원이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고, 헬조선 기본방침상 어 하지마 결론으로 수렴될 것이니.. ㅋㅋ

더군다나 온갖 도파민을 다 경험하고 나서 아하 이정도까지 내가 매달려 있으면 노동이나 진배없구나, 이럴바에 진짜 일하러 가는게 더 속편한 거구나, 게다가 주식 최후의 비기는 사놓고 까먹기라는 진리에 도달하려면 이건 교육이나 멘토 같은 걸로는 불가능하지 않겠나..


해서 오히려 삼전의 대시세 같은 사건(!)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대한 특정 경계심 같은걸 허물고 예의 그 <경험>을 쌓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0년대 말의 코스닥이나 리먼 직전의 상승은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 손대는 사람들이 극소수였고, 18년의 비트코인과 20년의 코로나 시세가 본격적으로 다수의 참여자를 발생시킬 시기일텐데 그 이후로도 코인이든 증시든 수차례 시세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절대다수의 평균적 인식은 <하이리스크 애매리턴 될놈될>이라는 합의에 머물러 있는듯 보이거든요.

'있는 자들의 돈놀이' 가 아니라 '전국민 레벨의 안정적 부수입' 궤도에 바로 올라탈 수는 없더라도 삼성이라는 국민적 애증이 담긴 종목이 Ai라는 거스를 수 없는 전지구적 판짜기에서 헤게모니의 한구석을 차지했다는건 한국 주식시장이 예전에 경험했던 여러 호황들과 비교해 약간의 차별성이 있어보입니다.

반대로, 한번 대시세를 준 종목은 언젠가는 설거지타임을 피할 수 없기에 이로 인해 다시한번 주식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질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런 경험 자체가 <마왕을 잡기 위해 가야 할 길>에서 필수코스인지라 거기까지는 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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