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2/09 18:00:25
Name   전크리넥스만써요
Subject   가스건조기에 대한 고찰
아직 결혼도 안했고 자가소유의 집도 없는주제에 대학생활과 동시에 시작된 자취생활로 31살 내 취미는 살림이다.

다이소에 습관적으로 들렀다가 신상을 발견하고 그것이 나의 살림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유레카를 외치며 집어드는게 낙인 삶.


빨래가 문제다. 정확히는 세탁기를 돌리고 뱉어낸 젖은 빨래감을 말리는게 문제다.

원룸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이 햇볕과 자연바람의 은혜속에서 빨래말리기란 쉽지않다. 그나마 남향의 아파트. 거기에 넓은 베란다가

있다면 그나마 햇볕이라도 받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필시 내방에서 자연 가습기의 역할을 하면서 흉한 몰골로 여기저기 걸려있거나

멋대가리없는 은색 빨래건조대에 걸려 한구석을 차지하겠지. 그나마 몇장 걸치지도 못하면서 자리는 드럽게 많이 차지한다.


평소처럼 부장의 눈을 피해 월급도둑질을 하던 어느날 가스건조기란걸 발견한다. 생긴건 트롬 비슷하게 생겼다.

건조기에 빨래를 넣는다. 돌린다. 그럼 가스를 활활태워 빨래를 말려버린다.




"이거 코인세탁방에 있던 그거잖아?"




후기를 찾아보니 그 뽀송뽀송함이란!




"유레카!"




갓 구워져 나온 모닝빵처럼 뽀송뽀송한 빨래의 자태며, 먼지필터에 처참하게 널부러져있는 먼지들을 보니 쾌감이 느껴진다.

사야한다. 이건 사야한다. 필시 몇십만원씩 하는 제품이고 그 돈이면 코인세탁방 VVIP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사야한다.

살림은 온전히 집안에서 이루어 질때 그 빛을 발한다. 그게 살림이다. 이것은 필시 주부의 그 것이겠지.


미국에서 몇년 살다온 직원이 있어 보여줬더니




"아, 전기건조기요? 그거 저 미국에 있을때 진짜 잘썼어요. 완전 좋아요 :)"




전기건조기? 가스건조기 아닌가? 잘못들었나? 여튼.

검색에 열을 올린다. 근데 가스건조기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 설치가 더 문제다.

이건 가스건조기다. 가스를 쓰는 기계. 요즘 누가 가스배달해서 쓰나, 도시가스쓰지. 그럼 연결을 해야하는데

가스니깐... 이건 터질 수있으니깐... 뭔가를 설치해야한단다. 구조가 안맞으면 벽에 구멍도 뚫어가면서.

건조하면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빠져나갈 연통도 설치해야한다. 벽에 구멍을 뚫어서.

원룸 전전하며 월세사는 인생에 이건 못쓰는 가전이다. 벽에 못하나 박을때도 "이 못질이 나중에 이사갈때 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려 날 괴롭히지 않을까"하며

수십번 고민하는 월세er에게 벽에 구멍이라니. 이건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이 박혀있을때서야 쓸 수 있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잠깐... 아까 전 대리가 전기건조기라고 하지 않았나?"




미국은 전기가 싸다. 매우싸다. 누진세? X까. 전기로 열내서 말릴수있는 나라다. 그러니 뭐 번거럽게 가스를 쓰겠나,

전기코드꼽으면 화씨 176도를 뿜뿜하면서 말릴 수 있는데.


포스코는 전기로 용광로 때우던데 왜 나는 안되나.


한전이 문제다. 원룸 옵션으로 들어있는 TV때문에 수신료 거부도 못하고 있는데 빡침이 올라온다.




"아니야...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2톤트럭을 써가며 이사하면서 다짐했던 맹세-기필코 짐을 줄이리라-는 까마득히 잊은채 가스건조기의 매력에 빠져버린것이다.




"그래, 가스배달을 시켜서 그 가스통이랑 건조기랑 연결하면 프로핏!"




웃기지마라. 우리나라 소방법이 호구가 아니다. 도시가스의 은혜를 받지 못한 주거지의 가스통들이 괜히 밖에 나와있는게 아니었다. 건물내부에 가스통? 미친짓이다.

당연히 이 미친짓에 동조해줄 건조기 제작회사는 없다. 그런방법은 없다.


결국 한전이 나쁜놈이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6 IT/컴퓨터가난한 자(?)의 블랙베리 - 타이포 키보드 10 damianhwang 15/09/29 10408 0
    10972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1 rustysaber 20/09/20 6076 22
    5949 일상/생각가난했던 젊은날 24 soul 17/07/14 4838 19
    418 도서/문학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박가분 그리고 장정일 38 뤼야 15/06/24 14010 0
    9489 오프모임가로수길! 목요일! 점심! 먹어요!(식당 마감) 49 나단 19/07/30 5250 5
    4646 일상/생각가마솥계란찜 6 tannenbaum 17/01/17 4028 13
    3813 일상/생각가면 13 elanor 16/10/03 3245 0
    14172 일상/생각가문의 영광. 3 moqq 23/10/08 1747 0
    7322 일상/생각가방을 찾아서 : 공교로운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 10 化神 18/04/03 4347 9
    12493 도서/문학가벼운 독후감: "의사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6 열한시육분 22/02/05 3634 8
    1319 요리/음식가볍게 써보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간단한 치킨 리뷰. 12 관대한 개장수 15/10/22 11997 4
    4525 일상/생각가볍게 적어보는 2017년 계획 17 쉬군 17/01/03 3558 0
    846 기타가볍게 풀어 보는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7 위솝 15/08/26 5553 1
    4539 음악가사 야시꾸리한 나름 신곡 팝송 3곡 22 elanor 17/01/05 5353 0
    4516 음악가사가 우울한 노래 네 개 1 은머리 17/01/02 4070 1
    4929 음악가사를 모르는 노래 찾는 이야기 5 mysticfall 17/02/19 3261 1
    7146 일상/생각가상화폐에 대한 개발자의 단상 집에가고파요 18/02/23 3562 1
    6333 IT/컴퓨터가성비 끝장 노트북 추천해드립니다. 14 팅핑랩썬브클 17/09/25 5928 2
    14836 정치가세연 김세의 부친상에 조화를 보낸 사람 17 당근매니아 24/08/10 2155 3
    10427 정치가속주의: 전세계의 백인 지상주의자들을 고무하는 모호한 사상 - 기술자본주의적 철학은 어떻게 살인에 대한 정당화로 변형되었는가. 18 구밀복검 20/03/24 9714 21
    4368 일상/생각가수 데뷔한 친구 형님의 슬픈 얼굴 11 Toby 16/12/13 4147 0
    1740 일상/생각가스건조기에 대한 고찰 2 전크리넥스만써요 15/12/09 6190 0
    1850 기타가슴에 내려앉는 시 모음 시리즈.jpg 1 김치찌개 15/12/23 8061 0
    10152 일상/생각가습기를 닦다가 2 사이시옷 20/01/06 4791 12
    13957 기타가시화 되는 AI 저작권 1 우연한봄 23/06/06 216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