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14 00:57:31
Name   Darwin4078
Subject   이세돌 9단의 5번째 대국의 큰 그림은?



아시다시피 이세돌 9단은 오늘 알파고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5번째 대국에서 흑돌을 쥐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분명히 알파고의 약점은 알파고가 흑돌을 쥐었을 때 있다는걸 알았을면서 말입니다.

대단한 멘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세돌 정도의 승부사가 과연 알파고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의 차원에서 이번엔 흑돌을 쥐고 해보겠다고 했을까요?
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3번을 졌지만, 이미 전세계 바둑계에서 알파고의 기력은 신급이라고 인정한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오늘 4번째 대국을 이겼으니 심리적으로도 홀가분하고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승부를 떠나서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한 것일수도 있죠.

그런데, 이세돌이 꼭 그런 낭만적인 생각만으로 5번째 대국에서 흑돌을 쥐겠다고 했을까요. 흑돌로도 백돌 알파고를 이길 수 있겠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Azurespace님이 말씀하신 것을 보면...
알파고는 대승, 신승, 석패, 대패에 따른 보상함수가 현재까지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집차이로 이기든, 반집차이로 이기든 알파고는 어쨌건 이기는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번 대국은 중국룰로 백돌에 7.5집의 덤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 7.5집의 덤을 흑선으로 인한 페널티, 경기의 균형으로 생각하겠지만 알파고는 백돌을 쥔 자기가 7.5집을 이기고 있다고 인식할 것 같습니다. 3번의 대국에서 드러난 알파고는 이기고 있을 때 세력을 확장하기보다는 항상 안정적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10집으로 이기든 반집으로 이기든 이기는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90%의 10집승보다 99%의 반집승을 택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딥러닝을 통한 자가학습은 20집 이상의 대승을 100점이라고 보고, 반집의 신승을 51점이라고 가정할 때 51점의 신승이 통계적으로 가장 많았을 겁니다. 결국, 알파고는 딥러닝의 통계의 일반화를 통해 51점의 반집 신승이 가장 유효한 승리라고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사범은 알파고의 이 맹점을 노리고 흑돌을 쥐고 이기겠다고 한게 아닐까요. 초반 7.5집의 승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알파고는 7.5집의 차이를 늘리기보다는 그냥 이 차이를 유지하는데에만 노력하고 안정적이고 느슨하게 포석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알파고가 백돌을 쥔 1, 3국을 보면 1국은 초반에 뭐 저런 수를 두냐,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국 이겼기 때문에 좋은 수가 된거지 수가 나온 그 상황에서는 떡수라는 말이 많았죠. 3국은 이세돌 9단이 변칙플레이로 응수했었구요.

이사범은 5번째 대국에서 초반은 절대 무리하지 않고 알파고처럼 현상유지를 해나가는데 중점을 둘 것 같습니다. 최대한 느슨하게, 그리고 알파고가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에 불완전한 집들을 많이 만들어두고 뇌관을 장착해두는 거죠. 어차피 알파고는 안정적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피하지도 않습니다. 어쨌건 자신의 7.5집을 지키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러다 뇌관을 한꺼번에 터뜨리면 알파고는 51%, 52%, 53%의 확률 싸움에서 헤매다가 자멸... 뭐 이런 시나리오를 써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제대로 되려면 실수가 없는 알파고를 상대로 이사범 역시 한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말이 쉽지 이건 뭐...

알파고의 신산능력은 이제 전세계 바둑인들이 다 알고 있고, 이사범은 이 이길수 없을것만 같은 알파고를 상대로 불계승을 따냈습니다. 5번째 대국은 심리적 부담감은 내려놓고 했으면 좋겠지만,
알파고 그깟 기계따위 개박살을 내고 오늘같이 지는 경기는 개매너로 일관하는 알파고에게 바둑참교육 시전해줬으면 좋겠네요. 낄낄...




근데, 5국 끝나고 왜 흑돌로 했냐는 질문에 이사범은 '그냥 재밌을거 같아서요~'라고 할거 같다능..;;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88 도서/문학천재 소년의 마음 속 온도 11 Darwin4078 16/01/22 6013 14
    2093 음악의식의 흐름으로 만나보는 연주곡 part 2 4 Darwin4078 16/01/22 4332 0
    2225 음악좋아했던 EZ2DJ 음악 몇개... 16 Darwin4078 16/02/15 7181 0
    2262 기타움베르토 에코 교수님이 돌아가셨습니다. 9 Darwin4078 16/02/20 3823 3
    2269 IT/컴퓨터LG의 플래그쉽 휴대폰 G5가 공개되었습니다. 15 Darwin4078 16/02/22 5070 0
    3012 문화/예술기돈 크레머 & 뤼카 드바르그 리사이틀 보고 왔습니다. 5 Darwin4078 16/06/13 4921 0
    2399 일상/생각이세돌 9단의 5번째 대국의 큰 그림은? 15 Darwin4078 16/03/14 4440 0
    2452 정치현재까지 더민주 상황 정리. 29 Darwin4078 16/03/22 4616 0
    2932 일상/생각개인정보 보호는 개나 줘버렷. 41 Darwin4078 16/06/01 4139 4
    2695 음악비가 오면 아재들은 이런 음악을 듣습니다. 30 Darwin4078 16/04/27 5035 1
    2767 음악아재가 달리기하면서 듣기 좋은 앨범 list5 10 Darwin4078 16/05/09 5493 0
    2980 생활체육볼티모어 김현수 관련해서 좋은 기사가 있어서 가져와봅니다. 12 Darwin4078 16/06/09 5459 1
    3240 스포츠유로 2016 우승국은 날두ㄱ..아니, 포르투갈입니다. 36 Darwin4078 16/07/11 5832 1
    3354 일상/생각이럴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33 Darwin4078 16/07/26 7006 6
    3359 일상/생각정의구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3 Darwin4078 16/07/26 3940 2
    3383 음악여름이니까 추천하는 앨범 list5 6 Darwin4078 16/07/28 5407 0
    3397 일상/생각청소는 한밤중에 해야 제맛. 12 Darwin4078 16/07/30 4977 2
    3474 일상/생각어떡하지? 너어~? 50 Darwin4078 16/08/08 5629 0
    4199 일상/생각힙알못이지만, 이 노래는 참 좋더군요. list5 7 Darwin4078 16/11/20 6461 1
    4307 음악집회에서 들었으면 좋았을 노래 list5 17 Darwin4078 16/12/06 6220 3
    4369 생활체육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16 발롱도르 수상. 23 Darwin4078 16/12/13 6543 0
    4770 정치오늘 문재인 캠프의 영입 시즌2 2호인 전인범 장군에 대해 예상되는 네거티브. 4 Darwin4078 17/02/04 6615 1
    4882 음악주관적으로 봄에 어울리는 노래 list5 6 Darwin4078 17/02/15 5259 2
    5224 기타웹툰 영업 좀 하겠습니다. - 파리대왕 9 Darwin4078 17/03/18 8239 5
    6864 일상/생각2017년 마지막날 써보는 뻘글. 8 Darwin4078 17/12/31 5276 1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