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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07 00:11:43 |
Name | 王天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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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스포] 대부 보고 왔습니다. |
한 남자가 자신의 딸이 당한 억울한 일을 하소연합니다. 이를 듣던 중년의 신사는 다소 쉰 목소리로 근엄하면서도 퉁명스레 대꾸하며 남자의 기를 죽입니다. 그리고 액수를 묻는 남자를 더 엄하게 나무랍니다. 자신의 힘은 결코 푼돈 따위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남자에게 자신을 향한 존중을 요구합니다. 신사의 나무람에 남자는 지난 날의 소홀했던 대접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앞으로는 깍듯이 모시겠다고 예를 다해 약속합니다. 검정색 연미복 사이로 유난히 도드라지는 빨간 장미의 신사에게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이 엄숙한 의식 속에서 남자는 마지못해 간절함과 경의를 담아 신사를 이렇게 부릅니다. Godfather. 갓파더란 카톨릭에서 세례를 받는 아이의 후견인을 뜻합니다. 아이의 부모가 죽을 경우를 그 부모를 대신해 자식을 책임져 줄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지요. 대부라는 존재는 한 아이가 친부모의 보살핌 아래에서 자랄 수 없을 만큼 세계가 불완전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I believe in America로 시작하는 보나세라의 한탄은 그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현대에도 얼마나 불공평하고 위협적인 곳인지를 말해줍니다. 그가 여태 믿어왔던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사람들이 법과 질서 아래에서 안식을 찾는 국가라는 체제는 한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비토 콜리오네는 그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안위를 챙겨주고, 또 그럴만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나세라가 비토 콜리오네를 대부라 부르는 것은 세계가 법과 규칙을 벗어난 어둠의 질서가 그만큼 강대하고, 또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공간임을 알리는 장면입니다. 또한 신앙의 후견인이 되준다는 의미에서, 대부라 불리우는 비토 콜리오네는 하나님의 신앙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존재처럼 폭력이라는 가치관이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양분된 세계에서 비토 콜리오네는 대부이자 아버지로서 동시에 군림합니다. 특이한 것은 이것이 아직 선명하게 양분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콜리오네 패밀리는 이름 그대로 하나의 가문이면서 동시에 폭력조직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마이클이 조직을 물려받기 전까지, 조직의 실질적인 구성원들은 비토 콜리오네의 아들들이며 핏줄이 아닌 조직원들도 마치 삼촌처럼 살갑게 어울리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콜리오네 패밀리가 가업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조직의 중대사는 가족적인 행사와 겹쳐서 일어납니다. 장례식, 세례식, 가족여행 등의 행사에서 콜리오네 패밀리의 조직적인 사건들이 동시에 다뤄집니다. 이 중 영화의 처음을 장식하는 결혼식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관객은 갱스터 두목으로서 비토 콜리오네를 먼저 목격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그의 위압적인 대화가 끝난 다음에야 관객은 딸의 결혼식을 참석하는 분주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비토 콜리오네의 양면성을 확인합니다. 두 세계에 걸쳐있는 비토 콜리오네의 존재는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갱스터 조직으로서 얽혀들게끔 만듭니다. 결혼식은 외부인을 혈연이라는 내부 조직으로 맞아들이는 행사로서 다른 세력을 흡수하고 자신의 세력을 불리는 행위입니다. 비토 콜리오네는 사위를 맞음으로써 자신의 가족을 한층 더 확장하게 됩니다. (이 날 맞아들인 사위 카를로는 콜리오네 조직의 일원이 됩니다.) 또한 자신을 거부하던 보나세라를 콜리오네 조직에 복속시키고, 죠니나 다른 이들의 간청을 들어주면서 조직의 세 또한 확장합니다. 그러면서 한 딸의 아버지이자 조직의 두목으로서 바깥에 자신의 권세를 자랑하지요. 그럼에도, 마이클은 가족이나 여전히 조직은 아닌 상태로 선을 긋고 바깥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가업으로 존재하던 콜리오네 패밀리 조직은 비토 콜리오네가 피습당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이 본격적으로 콜리오네 패밀리의 일에 연루되게 됩니다. 마이클은 내내 갱스터로 암약하는 아버지와 가족에게서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 이후에는 아들로서 아버지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죠. 우리는 여기서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사랑이 곧 조직이 되고, 비즈니스가 되는 과정을 보며 조직과 가족 사이에서 얽힌 마이클의 숙명을 확인합니다. 마이클이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콜리오네 패밀리의 아들이 아니라, 조직원으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찰서장 맥칼리스터에게 얻어맞고 퉁퉁 부은 얼굴을 놀리는 형 소니에게 마이클은 싸늘하게 항변합니다. “이건 비즈니스야. 개인적인 게 아니라고.” 아버지를 지키려는 연민은 득실을 따지는 철저한 기업 논리로 탈바꿈합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두 가지를 엿봅니다. 마이클이 부자간의 정으로 발을 들인 조직 세계는 얌전한 대학생이던 마이클이 살인에 손을 대야하는 비정한 세계라는 것, 아버지의 부상과 자신이 당한 모욕을 두고서도 비즈니스와 생존을 계산하는 마이클의 냉철함과 담대함은 콜리오네가의 왕자로서 누구도 갖지 못한 자질이라는 것을요. 자신을 애송이 취급하며 회유하려 하던 솔로조와 맥칼리스터를 죽이고 마이클은 계획대로 유유히 식당을 떠납니다. 콜리오네 패밀리의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일을 마이클이 해낸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비토 콜리오네가 부상에서 회복하지만 장남인 소니는 다른 조직원들에게 무참하게 난사를 당하고 죽습니다. 시칠리아에 피신해 있던 마이클은 아폴로니아란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경호원에게 배신을 당하고 하마타면 자동차 폭발에 휘말려 죽을 뻔 하지요. 이 사건들은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소니는 여동생을 괴롭힌 매형 카를로를 혼내주려 가다가 함정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조직간의 암투에서 콜리오네 패밀리가 더 이상 혈육의 정을 우선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마이클은 이전처럼 패밀리와 거리를 둔 채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개인적 안위를 추구하며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마이클은 조직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폭력의 그늘 아래 손을 담근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란 행복은 단순히 애정과 공정함만으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하지요. 비토 콜리오네는 다른 패밀리들의 수장과 회담을 갖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복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혈사태를 일시적으로 종식시킵니다. 이제 마이클은 콜리오네 패밀리가의 후계자로서 왕가를 승계받으며 실질적인 결정권자로서 조직의 일을 관리합니다. 마이클은 단순히 마이클이 아니라 마이클 “콜리오네”로서 차가운 세계에서 차가운 인간으로 점점 적응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옛연인인 케이에게 찾아가 청혼하며 살인과 폭력에 대한 세계의 그림자를 설명하는 부분은 마이클이 완벽하게 그 쪽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가족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남성의 근본의식이 결국 자신의 안식처를 꾸미고 싶다는 욕망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요.(영화는 이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미화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콜리오네 패밀리를 이어받는 마이클의 모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혈육을 조금씩 배제해가며 비즈니스로서 조직의 정체성을 새로이 꾸민다는 것입니다. 마이클은 변호사를 담당하던 의붓 형 톰을 비즈니스의 중심에서 밀어냅니다. 그리고 L.A.의 카지노에 찾아가 모우 그린에게 위협적으로 거래를 제시하는 한편 프레도를 향해 조용하게 윽박지릅니다. “프레도형, 난 형을 형으로서 사랑해. 그런데. 두번 다시 패밀리 앞에서 다른 놈 편은 들지마. 다시는.” 마이클은 감히 내 형에게 수치를 줬다며 모우 그린을 위협하지만 자신의 비즈니스에 간섭하는 프레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혈육이라는 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이클의 주도 아래에서 콜리오네 패밀리는 가족과 결연해서 철저한 비즈니스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 비토 콜리오네는 아들과 조직의 일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괴로워합니다. 마이클이야말로 자신이 이 세계에 가장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그리고 빛의 세계에서 떳떳하게 성공했으면 했던 자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화 속에는 조직의 장보다도 아버지로서 먼저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비토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를 달래며 조직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레 확인시키는 마이클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던 아들과,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콜리오네 가문에는 이들의 의지마저도 담쟁이넝쿨처럼 얽혀들게 하는 운명적 가연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 비토 콜리오네가 죽고, 마이클은 아버지의 왕좌를 물려받게 됩니다. 마이클이 카를로(누나 코니 콜리오네)의 아이를 세례를 서주는 장면은 그가 한 세계의 절대적 지배자가 됐음을 알리는 상징입니다. 표면에는 조카의 대부를 서주는 마이클이 있습니다. 아마 그는 자신의 조카에게 실제 아버지를 능가하는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비토 콜리오네가 했듯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대부 노릇을 하며 관계를 맺고 자신의 손 아래로 복속시킬 것입니다. 대부를 서는 것은 아이의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반대로 한 아이의 생명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권력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화면은 교차하며 생명을 축복하는 마이클과 처형 준비를 하는 마이클의 집행인들을 보여줍니다. 신부는 묻습니다. “마이클, 당신은 이 세계를 창조하신 전능한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까?” 마이클은 그렇다고 대답하는 동시에 콜리오네 패밀리의 주적인 바지니가 등장합니다. 뉴욕 5대 패밀리의 수장인 그의 모습은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믿음을 향한 질문과 겹칩니다. 신부는 마이클에게 묻습니다. “마이클, 당신은 사탄과 결연하겠습니까?” 질문 다음에 곧바로 마이클의 부하들이 다른 패밀리 보스들을 암살하는 장면들이 대답과 겹쳐 이어집니다. 마이클은 사탄의 존재와 업적과 화려함을 부정하고 답변의 차례대로 다른 패밀리의 보스들은 죽어나갑니다. 이 시퀀스에서 성聖과 마魔는 완벽하게 엇갈립니다. 한 쪽에서는 절대 선을 이야기하며 뒤에서는 철저하게 악을 수행하는 마이클이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마이클이 절대선인 하나님을 기만하고 부정하며 그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승과 추락의 수직운동으로 나타납니다. 마이클은 세례 내내 눈을 위로 치켜 뜨고 대답합니다. 마이클의 부하들은 계단을 올라갑니다. 5대 패밀리의 정점에 있던 바지니는 더 이상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고 총에 맞아 굴러 떨어집니다. 저 위에 있는 정점을 향해 마이클은 노려보고 그 자리를 향해 올라가던 이들을 모조리 굴러떨어트립니다. (마사지를 받는 모우 그린은 세례를 받는 갓난아기와 어딘가 겹쳐보이기도 합니다) 빛의 세계에서 마이클의 인간성은 완벽하게 악의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린 fallen angel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권좌를 가장 정적으로, 그리고 극적으로 차지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패자가 됩니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음에도 평화를 위해 용서하고, 협정을 맺던 아버지 비토 콜리오네의 대의와는 완벽하게 다른 성질의 규칙, 죽고 죽이는 힘만이 마이클 콜리오네에게 있을 뿐입니다. 이제 관객들은 조직으로서 패밀리의, 패밀리를 위한, 패밀리에 의한 마이클 콜리오네만이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마이클은 자신의 형 소니를 죽게 결탁한 카를로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누이의 남편이자 자신이 대부를 선 아이의 아비라는 것은 아무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카를로가 패밀리 내부의 질서를 흐트렸고 패밀리의 존속을 위협했다는 사실이니까요. 마이클은 무정하고 무심하게 카를로를 죽여버립니다. 이후 자신을 원망하는 누이를 방에서 내쫓아내고, 진실을 추궁하는 아내의 질문을 단칼에 쳐내는 마이클은 이번 한번뿐이라며 아내의 호기심을 허락합니다. 정말 매형을 죽였냐는 아내의 불안함에 그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No.” 이 대답에 안도한 케이는 한잔 하자면서 방 바깥으로 나가지만 마이클은 여전히 방안에서 머무릅니다. 이내 방안에 콜리오네 패밀리의 조직원들이 들어서고 그 중 한명은 마이클의 손에 입을 맞추며 말합니다. “돈 콜리오네”. 콜리오네 왕가는 마이클이라는 군주 아래에서 냉혹한 비즈니스 집단으로 개편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질서 아래 세운 마이클의 집단 속에서 비토 콜리오네 시대처럼 가족이 끼어들 여지는 더 이상 없습니다. 관객은 케이의 시점이 되어 저 멀리 있는, 그리고 이내 닫혀버리는 방문 너머에서 싸늘하게 존재하는 마이클과 콜리오네 패밀리를 힐끗 쳐다볼 수 밖에 없죠. 대부는 부자 2대 간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이면서도 폭력의 왕국 속 권력의 승계와 진화를 보여주는 서사시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핏줄의 숙명, 가족의 탄생과 해체, 타락함으로서 승천하는 아이러니, 남성의 야망,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얽혀서 쌓아올려진 왕궁과, 그 왕궁이 허물어지고 새로 솟아오르는 이야기가 이 작품 안에 모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것은사바세계 법의 휘장 뒤에 숨어서 우리가 훔쳐볼 수 밖에 없는 이계의 이야기이자, 전통과 유대가 자본으로 교체되고 있는 시대 속 우리들이 잃어버렸다고 상상하는 것을 고스란히 간직한 로얄 패밀리의 신화입니다. 어두운 방안, 비토 콜리오네의 시선으로 시작하며 빛으로 나아가던 영화는 지켜보는 우리의 눈을 피해 방문 너머 그들의 어둠으로 다시 모습을 감추며 끝납니다. 이 정도면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듯이, 그리고 더 보면 딱히 좋을 게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 잔학한 왕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왕국을 더 높이 쌓아올리며 인간들을 거느릴지, 속편을 통해 확인해야겠지요. @ 젊은 시절의 알 파치노를 이렇게 확인하는 건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그 특유의 쉰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굉장히 미남이기도 하고. @ 알 파치노는 대부 1의 마이클 콜리오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자신이 말론 브란도보다 많은 시간 출연했음에도 조연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서 아카데미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이 영화를 보면 나면 한국 조폭 영화들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많은 레퍼런스를 따왔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신세계야 말 할 것도 없고 범죄와의 전쟁 역시도 많은 부분 겹쳐보입니다. @ 1편으로는 이렇게 읽히지만, 2편을 보면 마이클의 변모가 아버지 세대로부터의 변질인지 아니면 조직의 성질을 물려받은 것인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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