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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9 21:06:51
Name   王天君
File #1   sicario.jpg (92.9 KB), Download : 12
Subject   [스포] 시카리오 보고 왔습니다.


Sicario - hitman, hired killer (gloss, especially when referring to Latin American drug cartels)

케이트 메이사는 납치사건을 담당하는 FBI 요원입니다. 유력한 용의자의 집을 수색하던 중 벽 안쪽에 유폐되어있는 수십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죠. 참혹한 현장에 간신히 정신을 다잡나 싶었는데, 엄청난 충격이 케이트를 덮칩니다. 수색하는 경찰을 노리고, 앞마당 창고에 누군가가 설치한 폭탄이 폭발한 겁니다. 사건 직후, 국방부 고문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맷 그레이버라는 자가 본부를 방문합니다. 그는 이 사건의 뿌리, 소노라 카르텔의 보스를 체포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이에 합류하기로 한 케이트는 으리으리한 전용기를 타고 작전 수행지인 엘 파소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맷의 사전설명과 달리 작전은 국경 너머 멕시코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상황, 우락부락한 용병들, 요청할 때와는 딴판으로 고압적인 맷, 이 틈에서 케이트는 겉 돌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맷이 사냥개라고 소개한 외부 고문 알레한드로의 존재는 영 꺼림칙합니다. 이 불편한 동행과 국경을 넘은 순간, 케이트는 전혀 다른 공기를 직감합니다. 차 안에서 알레한드로의 인사가 이어집니다. “웰컴 투 후아레즈”.

1.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주인공들이 마약 카르텔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 목표로 설정된 소노라 카르텔은 이 영화에서 악의 축이죠. 이들을 추적하게 되는 계기도 FBI 납치 전담반인 케이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납치가 발각되고 나서부터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이들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질 않습니다. 카르텔 조직원들의 비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묘사는 전혀 나오질 않아요. 이들은 악행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의 누구 - 라는 신상정보로만 존재하죠.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서 카르텔은 단 한명도 죽이지 않습니다. (초반 폭발 장면은 죽인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강조됩니다) 거기에는 오로지 악행의 결과만이 있을 뿐이고, 이 대부분은 대사로 처리될 뿐입니다.

2. 관객들은 폭력의 증거만을 목격합니다. 그 결과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악행이 전시된 "공간" 입니다. 소노라 카르텔 조직원의 집이 그렇고, 시우다드 후아레즈의 광경이 특히 그렇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주체가 되는 집단 간의 대결이 아닙니다. 평온한 영역과, 평온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누어진 세계관의 이야기죠. 이야기의 중반까지 영화는 폭력이 잠식한 세계를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관객은 케이트의 눈을 통해 이를 보게 됩니다. 중무장한 경찰들이 수십대씩 호위를 붙고, 효시된 시체가 널려있고, 모든 정경에 중화기들이 걸려있는 공간, 이것이 여태 케이트가 알지 못했던 진실입니다. 이곳은 총소리가 폭죽소리처럼 들리고 폭발이나 총기의 화염은 근사한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곳이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우다드 후아레즈라는 도시,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라는 지리적 조건일수도 있습니다.

3. 이 양분된 세계를 주요 인물들 이 "침투"하거나 오가는 움직임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소노라 카르텔의 집을 케이트와 요원들이 돌입하고, 후아레즈로 맷 부대가 들어가고, 땅굴 안으로 맷 부대가 잠입하고, 마지막에는 알레한드로가 카르텔 보스의 집으로 침입합니다. 전투보다는, 이동 장면들이 더 많이 화면에 잡히죠.

케이트가 후아레즈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영화는 버드아이샷의 구도를 많이 활용합니다. 비행기나 헬리콥터의 움직임을 따라 높은 곳에서 밀려나가는 지평선을 보여주죠. 이것은 이야기랄 게 없는 진행과정을 미쟝센으로 떼우는 효과도 있지만 이야기의 주제 자체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것은 공간 자체를 부각시킵니다. 케이트가 후아레즈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케이트의 관점을 취하지만 동시에 차 바깥에서 경호 차량을 보여주고, 점점 더 익스트림 롱샷으로 구도를 잡습니다. 그 결과 화면은 케이트와 맷 부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주인공들은 도로 위 많은 차량들, 더 수많은 차량이 있는 교통 흐름 속의 점, 그 교통이 이어지는 수많은 도로와 건물, 산이 있는 땅 그 자체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화면은 다음과 같은 함의를 띄게 됩니다. "정의의 편이 차 몇대를 끌고, 셀 수 없는 차와 집이 자리한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연히 인간들의 존재감은 미약해지고, 공간이 더 두드러지게 됩니다. 케이트란 인간의 정의나 의지가 이 압도적인 공간 속에서 초라해지는거죠. 대통령 후보도 암살당할 뻔 한 그 도시 말입니다.

후아레즈에서 기예르모를 수송하는 장면이 유독 긴장되는 것은 단순히 사운드트랙의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케이트가 처음으로 오게 된 그 공간 자체가 바로 거대한 위협이니까요.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에 대한 긴장이 아니라, 그 적을 품고 있는 "공간" 자체에 케이트는 발을 들여놓은 겁니다. 좀 오래된 말로,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호위차량이 붙는데도 영화는 전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호위 차량이 필요하다고 위험한 것만 반증할 뿐이죠. 오히려 꼭 이렇게 온 걸 티를 내야하나? 하는 걱정마저 하게 됩니다. (영화는 중간에 총소리가 나자 이동 경로를 바꿉니다. 그리고 하필 멈춰서있던 그 곳에서 프레임은 벽면에 붙어있는 실종된 여자 포스터들이 들어와있습니다.)

영화의 끝에 가면, 버드아이샷은 이 영화의 복선이란걸 알게 됩니다. 엘 페소로 가는 수송기 장면은 그 자체로 맷의 권력을 상징하는 장면이죠.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카메라는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육지를 보여줍니다. 이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비행기 조종사들의 손과 계기판을 보여주죠. 이 시점 자체가 "뭔가를 위에서 조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암시합니다. 꼭대기 위에서 다 내려다보고, 이것 저것 지시하고 바꿀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의 이야기라는 거죠. 케이트에게는 알 수 없는 공간일지 몰라도, 맷과 일행들에게는 하나하나 다 흝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결국 후아레즈라는 도시 자체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건드리는 "판"일 뿐인거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따라다닙니다. 심지어 알레한드로의 가장 개인적인 복수극에서도 위에서 내려다보며 카르텔 보스 집안의 인원수를 체크해줍니다.

4. 영화 속 인물들이 공간을 체험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은유합니다. 초반 침투한 집에서 벽 바로 뒤에 시체가 있습니다. 케이트는 한꺼풀만 벗기면 드러나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국경을 넘어 후아레즈로 가니, 폭력의 지배라는 진실은 여기저기 대낮에 널려있습니다. (후아레즈로 넘어갈 때 차들은 미끄러지듯이 쓱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교통 체중 때문에 버벅댑니다.) 그리고 이 폭력의 경계는 케이트의 사적인 영역까지 범위를 넓힙니다. 마음에 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려 할 때, 가장 내밀한 공간인 집안까지 폭력이 손아귀를 뻗치죠. (해당씬에서 테드와 알레한드로의 등장 모두가 이런 함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는 땅굴로 들어갑니다. 진실을 얻기 위해서 케이트는 가장 심층부인 지하로 움직이죠. (땅굴 장면에서 야간 투시경의 시야로 전개되는 촬영방식 역시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알레한드로는 실비오의 차 뒷좌석 어둠 속에서 숨어있습니다. 차는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달립니다.

에필로그 형식의 마지막 장면, 케이트와 알레한드로가 집에서 대면하는 부분 역시 이런 공간적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케이트는 알레한드로에게서 발코니에 서있지 말라는 충고를 듣습니다. 집에서 발코니라는 공간은 집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은 집 안도, 바깥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이죠. 이 때, 케이트는 커튼 너머로 "흐릿하게" 보입니다. 관객은 어떤 영역 너머에 있는 케이트를 확인하게 됩니다. 케이트는 어떤 경계에 걸쳐있고, 그 경계 바깥에 있는 알레한드로를 끝내 쏘지 못합니다.

5. 사실 긴장감이 대단해서 그렇지 액션 영화치고 치열한 "대전"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거의 어지간한 액션 장면들은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쓸어버리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프로페셔널들이, 벌벌 떨고 어쩔 줄 모르는 아마츄어들을 상대로 학살하는 이야기인겁니다. FBI 부대의 침투, 기예르모의 수송, 땅굴 전투, 이 모든 장면들이 살해자인 한 쪽과 시체가 된 다른 쪽을 보여줍니다. 고속도로 장면을 자세히 보면 맷 부대는 사격자세를 취하고 다가갔다가, 일부러 다른 데 신경을 파는 척을 합니다. 카르텔 조직원들이 공격태세를 취하자 곧바로 쏴 죽여버리죠. 땅굴 작전이 끝나자 맷은 킬킬대며 아주 깔끔하고 쉬운 작전이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습니다. 심지어 알레한드로가 카르텔 보스의 집에 잠입할 때도 이런 식의 액션이 이어집니다. 알레한드로는 단독으로 작전을 실행해야 합니다. 현재 실내에는 6명이 있고, 우리는 지원해 줄 수 없다, 라는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집에 들어간 알레한드로가 마주친 조직원을 쏴 죽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조직원이 알레한드로를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인간입니다. 무고한 가정부 하나,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보스와 그의 아내, 아들 둘이 이 집에 있는 전부죠. 숫자를 세게끔 조건을 던져놓고, 영화는 곧바로 학살의 장을 꾸며놓는 겁니다.

<시카리오>의 세계 속에서 폭력이란 쌍방 교환이 아닙니다. 치고 받고, 힘겨루기를 한 다음 승리를 쟁취하는 공식이 없어요. 철저한 힘의 논리로, 강자가 무력한 이들을 그냥 정리하는 과정만이 뒤따릅니다. 여기에는 절대적 가해자와 절대적 피해자만이 있습니다. 이 일방적 폭력이 단지 방향을 바꿀 뿐이죠. 한때 무력했던 알레한드로가 아내와 딸을 잃었던 것처럼, 보스가 벌벌 떨며 애원하다가 몰살을 당합니다. 이 힘의 위계 질서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계 질서는 이미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대를 거듭해가며 폭력의 연쇄를 만들어 낼 겁니다. 언젠가는, 실비오의 아들이 알레한드로에게 복수할지도 모릅니다. (알레한드로가 정보를 캐낼 때도 이 일방적 폭력이 작동합니다. 지켜야 할 딸이 있다고 상대방들이 애원하면, 알레한드로는 더 거칠게 몰아붙입니다.)

또한 이런 구도는 폭력의 미적 효과를 배제합니다. 총격전 속에서 서로 쏘고 숨고 하면 관객은 이를 오락으로 소비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영화는 대결이라는 과정을 통해 폭력 그 자체를 즐길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 싸움 개시, 너덜너덜한 시체와 핏자국, 끝. 이게 다입니다. 이 영화의 폭력은 비인간적입니다. 폭력이 살육의 모양새를 갖출 때 카타르시스보다 윤리적 고민을 던지죠. 선악의 가치관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이를 얼마나 의지할 수 있는가.

6.  이 영화는 케이트를 주인공으로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실질적인 핵심은 "알레한드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한 세계의 폭력은 한 인간을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가 부터, 힘과 윤리에 관한 여러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힘의 세계에서, 힘이 없어서 모든 걸 잃은 사람에게, 그 힘을 따르지 말고 정의를 따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의라는 목적을 위해 불의의 수단은 기꺼이 용납해야 하는 것일까요? 혹은, 진짜 정의라는 게 있기는 하는 걸까요? 폭력의 연쇄 안에 들어간 인간에게 과연 구원이라는 게 있기나 하는 걸까요?

7. 이 영화의 스토리는 구조적으로 이등분, 혹은 삼등분 할 수 있을 겁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과 후로 나눈다면 케이트 & 알레한드로 - 케이트 VS 알레한드로  로 볼 수 있을 테고 더 세분화한다면 케이트 VS 맷 (땅굴 작전) - 알레한드로 (카르텔 보스 암살) - 케이트 VS 알레한드로 (에필로그) 로 볼 수 있겠죠. 결국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이들이 충돌하는 이야기입니다.

알레한드로의 복수극이 시작되면 영화는 케이트의 시점에서 전지적인 시점으로 바뀝니다. 때문에 영화는 땅굴 작전으로 마무리가 된 이야기에 길다란 에필로그가 걸려있는 느낌을 줍니다. 중반부까지 케이트의 눈으로 비교적 객관적 관찰을 하고 건조한 충격을 얻었다면, 후반부에서는 개인의 원한이 얽힌 복수극으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픽션 드라마에 가까워지니까요. 감독의 전작 <그을린 사랑>과 비교해본다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작에서는 개인이 흝고 가는 과거의 흔적이 곧 한 집단과 인류 전체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도달하는 진실 역시도 이 모든 시점의 총제적인 답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카리오>의 이 양분된 시점은 거시적 관점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를 갑자기 미시적으로 함몰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케이트 시점의 모든 이야기가 알레한드로의 복수극 이전의 길고 긴 프롤로그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관객은 케이트를 통해 <시카리오>의 세계와 알레한드로라는 인물을 봅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흐릿한 인상을 얻을 뿐이죠. 맷의 대사를 통해 그 정체를 알게 되어도 케이트는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알레한드로의 증오와 절망은 온전히 그의 것이고, 관객은 그저 심정적인 추론을 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케이트의 충격을 고스란히 알레한드로의 응축된 감정으로 이동시킵니다. 이 전환은 좀 갑작스럽습니다. 이 부분은 감정적 비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차라리 보스 집의 무고한 누군가의 눈을 빌렸다면 건조한 느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알레한드로의 직접적인 감정 분출에서 손실이 있었겠죠.

8. 알레한드로와 케이트의 마지막 대화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문장은 알레한드로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어설픈 정의로 까불다가는 무자비한 폭력에 그냥 박살이 날 거다" 라는 세상의 진리를 경고하고 있기도 하죠. 끝내 케이트가 사인을 했다는 건 폭력이 선을 이겼다는 추상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약 카르텔이 사법 조직을 눌렀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알레한드로는 메데인 카르텔 소속이니까요. 이 세계의 폭력은 조금 더 온순해지겠지만, 길들여진 채로도 여전히 무고한 피해자들을 계속 낼 겁니다.

결국 케이트는 실비오, 테드와 같은 층위에 놓이게 됩니다. 이익이 됐건 공포가 됐건, 법을 믿지 못하고 가까운 폭력에 굴복해 악이라 불리는 이들에 동조하고, 은닉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지켜야 할 가족이 없었는데도요. 케이트는 끝까지 애매한 상태로 남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 속에서 폭력의 연쇄을 공고히 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건, 아직 뭔가를 잃을 사람들만이 가능한지도 모릅니다. 개인의 울분과 절망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어요. 수라도를 걸으려면 그만큼의 업보에 치이고 깔려야합니다. 그 때야 비로서 싸늘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되겠죠.

법과 정의를 믿는 사람에게, 더 없이 무거운 고민을 남겨줄 작품입니다. 일상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유례없는 긴장감을 끌어낼 작품입니다.

@ 후속편을 위한 여러 설정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알레한드로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 기획되고 있다고 하는데, 정식 후속편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에게 "딸"을 연상합니다. 나이 상으로 보면 어색할 수도 있는 비유죠. 그러나 이는 야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능력에서 이 둘이 어른과 아이만큼의 격차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케이트가 발코니로 나가 알레한드로를 겨눌 때, 이 총은 알레한드로가 분해한 그 총일 수도 있습니다. (철컥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나요)
무력화시킨 폭력에 케이트가 다시 의지한다면, 케이트는 결국 알레한드로의 계승자가 될 지도 모르죠. 그런 의미에서 "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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