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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4/01 09:20:12 |
Name | Raute |
Subject | 이모 저 왔어요 |
어린이집을 다니던 코흘리개 시절, 도무지 입에 붙지 않는 말이 있었으니 '이모'였습니다. 홍길동 마냥 이모를 이모라고 부르지 못하고...는 아니었고, 부모님의 친구를 두고 이모라고 부르는 게 영 불편했습니다. 또 식당에서 아주머니들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친구들에 비해 유독 외가와 왕래가 잦았고, 아예 이모 손에 자란 적이 있어서 '엄마'라는 말처럼 '이모'란 말이 특별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엄마친구 XX이모야'라는 말에는 그저 안녕하세요, 식당에서는 여기요~ 아니면 아주머니~로 호칭했습니다. 근데 어느새부턴가 저도 모르게 이모라는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정확히는 식당에서 이모를 찾게 됐습니다. 아마도 동네에 단골집이 생기고 가게가 한가하면 얘기도 주고 받고 그러면서 정들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모이모 하는 거겠죠. 어머니는 지방 출신에 가난하게 자랐지만 어쨌든 그 지방에서는 손꼽히는 규모의 도시 출신입니다. 일찌감치 서울에 자리잡았고요. 그래서 '요새는 인심이 없다'는 말을 할 때마다 '스물넷에 상경한 도시 사람이 무슨 인심이야'라고 웃곤 했습니다. 저는 이미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자랐으니 저 '인심'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새는 저만의 인심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모한테 국수 한 그릇 달라고 하려고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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