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01 21:36:51
Name   쉬군
Subject   나 역시 꼰대가 되었다.
평어체로 글을 쓰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1.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와 내 친구, 선배, 지인들만이 내 세상의 모든것이고 어른들은 그저 꼰대일 뿐이였던 그런 시절이..

어른들은 지금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따위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어른이라는 이유로 충고라는 명목아래 훈계와 잔소리를 하는 사람일 뿐이였으며,

나보다 두살많은 복학생 형은 모든걸 알고있는 현자였던 시절이...


2. 나는 꽤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도 꽤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요즘 나오는 아이돌도 모두 꿰고있다.

모바일게임, 인터넷 게임도 굉장히 많이 하고 덕질도 열심히 한다.

인터넷 용어들도 자유롭게 사용하며 트렌드에도 민감하고 옷도 전혀 유부남처럼 입지 않는다.



3. 15살 어린 동생이 있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 동생은 올해 20살이 되었다.

나름 동생의 생각을 존중하고 동생이 하고자 하는일을 위해 지원을 하며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를 접고 힙합을 하겠노라 선언했을때 한숨을 쉬던 어머니를 설득시킨것도 나였고, 동생이 곡작업을 할때마다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것도 나다.



4. "타투가 하고싶어."

동생은 갑자기 저렇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는 극렬하게 반대하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 당장 하는걸 극렬하게 반대하셨다.

타투를 하면 군대에서 괜히 책잡힐수도 있다. 그러니 군대 다녀와서 해라..라는게 어머니의 말씀하셨다.

나는 딱히 반대할 마음은 없었다.

타투라고 해봐야 목쪽에 작게 하나정도. 그정도로 군대에서 책잡혀 고생할 일은 없다.

하지만 나도 반대했다.

이유는 어머니가 반대를 하니까.

지금까지 니가 하고자하는 모든걸 찬성해준 사람이 반대를 한다면 너도 하나정도는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이유로 동생을 설득시켰다.

이렇게 꼰대가 되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에 12시간. 꽤 고강도의 아르바이트다.

동생이 하루하루 힘들어 하는게 보인다.

안쓰럽지만 자기가 선택한 길이다. 그정도 고생은 해야지.

아, 이것도 꼰대 마인드인가.



6. 어제는 동생이 씩씩거리며 퇴근하더라.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아르바이트 하는데 약간의 실수를 했단다.

매니저도, 형들도 괜찮다며 별말없었는데 같이 일하는 여자선배가 심하게 갈궜단다.

분해서 참을수가 없다면서 씩씩대고 있길래 그럴수있지. 뭐, 일하다보면 비일비재 하니까. 라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퇴사할때 매니저한테 다 이르고 나갈거란다.

그래봐야 대체 뭐가 변하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예전 내 생각이 났다.

나도 동생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절이...

그래서 말을 거두었다.

나만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이 모든게 아니라는걸 깨닫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는걸 느낀 그 시절도..

그래서 그냥 두었다.

그 시절, 그 세상의 자신을 더 즐기는게 인생인듯 해서.

그렇게, 나는 더 꼰대가 되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49 일상/생각미장센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제 참여작이 상영됩니다! 11 한아 16/05/05 5565 5
    2732 일상/생각오늘의 일기 6 April_fool 16/05/02 3576 0
    2730 일상/생각[조각글 24주차] 이해와 인정 사이 3 nickyo 16/05/02 2888 3
    2725 일상/생각나 역시 꼰대가 되었다. 4 쉬군 16/05/01 3358 1
    2721 일상/생각[회고록] 잔느 랑방. 1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5/01 3420 0
    2715 일상/생각5/5 ~ 5/8 특박입니다. 8 삼성그룹 16/04/30 3498 0
    2696 일상/생각약국에서 환자 심신의 안정을 위해 듣는 음악. 9 켈로그김 16/04/27 4050 1
    2689 일상/생각속이 들여다보이는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시도 22 NF140416 16/04/26 3515 0
    2673 일상/생각신병위로휴가 나왔습니다! 16 삼성그룹 16/04/22 4192 2
    2668 일상/생각슬견설 - 이와 개의 목숨은 같은가 50 김보노 16/04/21 10756 4
    2666 일상/생각일산의 대중교통 #1 스피드 레이서 21 化神 16/04/21 5946 5
    2665 일상/생각위로가 필요한 하루 12 레이드 16/04/21 3301 0
    2664 일상/생각예비군 5년차 후기.ilgi 31 에밀리 16/04/21 36936 0
    2661 일상/생각뻘글이나.. 30 하늘깃 16/04/21 3414 0
    2658 일상/생각제가 경험한 미국 행정 이야기. 28 Zel 16/04/21 5623 0
    2657 일상/생각절친그룹과 우울증을 앓는 친구 18 헤칼트 16/04/21 4150 0
    2654 일상/생각종합 정치정보 커뮤니티, 홍차넷 37 Leeka 16/04/20 5249 8
    2643 일상/생각[회고록] 그와 그녀의 슬픈 도토리. 8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19 3277 0
    2636 일상/생각차별과 진보정치 10 nickyo 16/04/18 3992 4
    2630 일상/생각게임 일기 7 1일3똥 16/04/17 4226 1
    2623 일상/생각무모(無毛)한 도전 9 성의준 16/04/16 4224 2
    2603 일상/생각아침에 갔다오니 사람도 적고 좋네요. 15 에밀리 16/04/13 4071 1
    2598 일상/생각나는 과연 몇번에 투표를 해야하는가. 4 소노다 우미 16/04/12 3787 0
    2594 일상/생각[회고록] 그 밤은 추웠고, 난 홍조를 띠었네. 4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12 4418 10
    2587 일상/생각영상을 끄적끄적끄적.. 5 Leeka 16/04/10 333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