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16/05/18 00:40:50 |
Name | 에밀리 |
Subject | [26주차] 순간에서 영원까지 |
주제 _ 선정자 : 지환 두 명이서 어디론가 가는 이야기 조건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써주시면 좋겠어요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speller.cs.pusan.ac.kr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싶은 말 어렵네요. 처음엔 이게 아니었는데 항상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아요. 근데 전 둘이서 가는 게 아니라 혼자 가네요. 길게 써달라고 하셨는데 길지 않아 죄송합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좀 더 길어졌을 것 같은데 항상 그렇잖아요. 시간과 예산이 좀 더 있었다면... 죄송... 본문 --------------------------------------------------------------------------------------------------------------------- "김우현" 날씨 좋은 강변의 유채꽃밭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다. 이런 날이 올 수도 있구나 하고 자조 반, 감격 반의 중얼거림을 속으로 흘리곤 천천히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얀 원피스에 하얗고 챙이 넓은 모자, 누가 봐도 연인과 봄소풍을 나온 옷차림의 아가씨가 있었다. 노란 유채꽃을 배경으로 날 향해 웃어주는 그녀가 몹시 눈부시다. 눈을 뜰 수가 없다. "김우현" 내 옆에 선 그녀가 날 낮고 작게 불렀다.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그녀를 흘깃 보니 그녀도 날 흘깃 보며 무서운 입 모양과 샐쭉한 표정으로 혼을 냈다. 왜 지금 눈을 감고 있냐는 의미겠지. 하지만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신부의 옷을 입은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까. 순결을 상징한다는 하얀 웨딩드레스, 면사포며 장갑에 손에 낀 반지까지 모두 흰색, 밝고 휘황찬란한 것들로 가득 장식된 홀, 그 많은 물건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그녀, 난 또 눈이 부셔 그녀의 장난 섞인 구박에도 눈을 감고 말았다. "김우현" 들릴 리 없는 그녀의 목소리, 난 여전히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채 이렇게 속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나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면 날 불러 자신을 보게 하던 그녀는 이제 없다. 시선을 항상 잡아당겼음에도 눈이 부셔 막상 바라볼 수는 없었던 그녀를 이제는 쉽게 바라볼 수 있다. 눈앞의 그녀는 이전과 같이 하얗고 아름다웠지만 더는 빛나지 않는다. 지금 눈을 감고 있는 건 내가 아닌 그녀, 침구며 커튼이며 그녀가 입고 있는 옷까지 온통 하얀 이 방, 마치 원래 이 방의 부속물이었던 양 하얗게 녹아 있는 그대. 난 잠깐 내 마음을 보기 위해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눈을 뜨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그녀가 있다. 검은 옷은 그녀가 입지 않던 옷인데, 그녀는 눈과 같이 하얀 사람이었는데. 슬픈 듯, 기쁜 듯 혹은 둘 다인 듯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한 그녀, 방금 날 부른 건 그녀였고 난 내 표정을 제어할 수 없어 웃었다. 예전 그녀가 날 보며 지어주던 미소가 이랬을까, 아쉽지만 거울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날 보는 그녀는 아직도 마주 웃어주지 않는다. 이내 내게서 눈을 뗀 그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내가 있었다. 하얀 곳에 누워있는 나, 검은 옷을 입은 그녀. 그 찰나의 순간 스쳐가는 우리의 기억들에 말을 잃었고 이제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말이 필요없다면서도 굳이 속으로 한 번 되뇌이곤 그녀가 내민 손을 잡는다. 따뜻하지 않지만 따뜻했고 난 또 웃었다. 그녀와 손잡고, 함께 걷는다. 0
이 게시판에 등록된 에밀리님의 최근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