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08 00:07:11
Name   에밀리
Subject   [29주차]눈에 띄는 자
주제 _ 선정자 : 에밀리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이야기
잃어버리는 어떤 것의 가치에 따라 수준은 달라지겠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은 슬픈 일일 겁니다. 슬픔이 담겼으면 좋겠지만, 까짓 잃어버려 기뻐도 괜찮겠죠. 지금 잃는 게 아니라 이전에 잃었던 얘기도 상관 없겠네요.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speller.cs.pusan.ac.kr

합평 받고 싶은 부분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뀝니다. 어떨까요?

하고싶은 말
집의 TV와 인터넷을 SKT로 바꿨어요. 좋네요. 아니, SKT가 좋은 거보다도 CJ가 구려요. CJ 쓰지 마세요.

본문
---------------------------------------------------------------------------------------------------------------------

"잘못 들었습니다?"

그 방의 회색 일색의 삭막한 벽과 투박한 책상은 묘한 압력을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반문이 담긴 목소리에서도 흔들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개신교가 뭐냐고."

앞선 목소리와 달리 여유 있는 목소리가 이전의 반문을 확인해 주었다. 이 방의 차가운 공기에도 익숙한 듯 심드렁함마저 엿볼 수 있는 말투, 이미 압박을 느끼고 있던 상대방은 그에 또 주눅이 들었다.

"네, 그.... 성당 말고 교회를 다니는데 예수를 믿는 종교입니다."
"그럼 그건 기독교잖아?"

여유 있는 말투는 여전히 심드렁했고 말한 이는 앞에 놓인 종이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주 앉은 이는 이제 표정으로도 당황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몹시 당황하는 중이었다. 아직 20대 초반이었던 입때까지만 해도 그는 기존의 카톨릭에서 새로이 만들어 나간 계파들을 일단 프로테스탄트로 묶고, 그들을 표현하기 위한 한국어로는 개신교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크리스트교를 음차했을 뿐인 '기독교'라는 단어는 카톨릭이나 정교회를 모두 포괄할 수 있기에 '개신교'를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생각들을 머리에 담고 있었기에 그는 곤혹스러워했다. 아마 5년이나 10년쯤 더 이전의 그였다면, 친구들에게 잘난 척 좀 그만 하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있던 그였다면 방의 분위기에 눌리지 않고 이를 줄줄 읊었으리라. 하지만 그도 변했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사춘기를 보내며 '사회화'인지 지랄인지 하는 과정을 거쳤거든. 나라는 모난 돌은 정을 맞으며 깎여 나갔고 아파했거든. 난 이제 군인이거든. 중대장 앞에서 상담을 하는 전입 신병에게 친한 친구의 종교가 '개신교'인지 '기독교'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사치일 뿐이거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사실 쉬웠지만, 그걸 인정하는 일은 밖에서 필사적인 사회화를 거쳤고 또 군대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던 그때까지도 쉽지 않았다. 아닌 건 아닌 거니까. 그 어려움이 당혹감으로 얼굴에 드러났겠지. 다행히 중대장은 내 감정을 눈치채지 못 했고 난 그저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에겐 중요한 얘기가 아니라 귀찮은 상담 중 한 번 물어나 본 거였으니까. 앞선 다른 질문에서 "지방대 애들은 이래서 안 돼."라는 말로 자존심의 상처를 얻었던 난 다음 질문에선 내 안의 모를 하나 잃고 말았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6083 1
    16095 일상/생각제2화: 1998년 가을, 그냥 편할 것 같아서 4 큐리스 26/03/24 182 2
    16093 일상/생각나의 윤슬을 찾아서 12 + 골든햄스 26/03/24 424 10
    16092 일상/생각제1화: 금요일 오후 5시의 공습경보 11 큐리스 26/03/24 452 9
    16091 음악[팝송] 미카 새 앨범 "Hyperlove" 김치찌개 26/03/24 147 2
    16090 방송/연예방탄소년단 광화문 콘서트, 어떻게 찍어야 할 것인가? (복기) 8 Cascade 26/03/23 601 21
    16089 일상/생각자전적 소설을 써보려고 해요~~ 5 큐리스 26/03/23 443 1
    16088 육아/가정말주머니 봉인 해제, 둘째 7 CO11313 26/03/22 522 20
    16087 게임[LOL] 3월 22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6/03/22 185 0
    16086 게임붉은사막 짧은 소감. 갓겜 가능성은 있으나, 덜만들었다. 6 닭장군 26/03/21 687 0
    16085 게임[LOL] 3월 21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6/03/21 203 0
    16084 영화[스포O] <기차의 꿈> - 넷플릭스에 숨어있는 반짝거림 당근매니아 26/03/20 332 1
    16083 게임[LOL] 3월 20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6/03/20 248 0
    16082 게임[LOL] 3월 19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6/03/18 273 0
    16081 일상/생각ev4 구입기 32 Beemo 26/03/18 1146 15
    16080 게임[LOL] 3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5 발그레 아이네꼬 26/03/17 299 0
    16079 일상/생각가르치는 일의 신비함 1 골든햄스 26/03/17 713 7
    16078 게임[LOL] 3월 17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4 발그레 아이네꼬 26/03/16 348 0
    16077 게임F1 2025 플레이 준비 완료 3 당근매니아 26/03/16 402 0
    16076 음악[팝송] 더 키드 라로이 새 앨범 "BEFORE I FORGET" 김치찌개 26/03/16 209 0
    16075 정치1992년 조지 칼린의 스탠딩 코미디, War.. War never change 2 kien 26/03/15 499 0
    16074 일상/생각평범한 패알못 남자 직장인의 옷사는법 11 danielbard 26/03/15 1320 7
    16073 정치트럼프 화법은 펀쿨섹 보다도 이상하군요. 3 kien 26/03/15 994 1
    16072 경제[삼성전자] 반도체의 겨울은 온다? 14 마술사 26/03/14 1370 6
    16071 게임[LOL] 3월 16일 월요일 오늘의 일정 4 발그레 아이네꼬 26/03/14 348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