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03 20:59:15
Name   OshiN
File #1   20160603_192612.jpg (2.90 MB), Download : 3
Subject   바보 바보 바아~보


1. 학교를 마치고 헤드폰을 구경하러 홍대에 놀러갔습니다. 여러가지 많이 들어봤지만 전부 사용중인 젠하이져 HD600만 못한 것 같습니다. 볼일을 마치고 귀가를 하려 합니다.

2. 집이 과천입니다. 네이버 지도로 알아봤는데 홍대입구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게 제일 빠르다길래 처음으로 공항철도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3. 마침 플랫폼에 열차가 들어오길래 급하게 탔습니다. 오홍 공항철도 열차내부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감상하는 와중에 DMC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어라?

4. 아니 내가 이런 실수를? 하지만 페이커도 솔킬을 당할 때가 있는 법. 침착하게 다음역인 DMC에서 내려서 반대방향 열차를 타면 틀림없이 서울역에 도착하겠죠?

5.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을 구경합니다. 그나저나 DMC라니,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데빌메이크라이?

6. 열차에 탑승합니다. 배차간격이 짧지 않아서인지 출입문 개방시간이 깁니다. 출입문 근처에 서있는데 플랫폼에 서있던 할아버지께서 제게 "학생, 이거 인천공항 가는 거 맞아?"라고 물어보십니다. 친절하게 아니라고 답해드렸습니다.

7. 방금 막 플랫폼에 내려오신 또다른 분께서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니라고 답해드렸는데 옆에 계신 아가씨가 맞다고 합니다. 어라?

8. 그 순간 문이 닫혔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열차이동상황을 나타내는 화면을 바라봅니다. 진짜 인천공항행입니다. 심지어 다음역은 김포공항입니다. 어라?

9.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엔 왠지 너무 손해같아서 일단 내립니다. 지상으로 나오니 진짜 공항이 보입니다. 저멀리 착륙중인 비행기도 보입니다. 여긴 어딘가 난 누구인가. 빨리 집가서 롤챔스 봐야 하는데;

10. 잠시 비행기 타고 집에 가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고보니 집앞 버스정류장에 공항셔틀버스가 멈추는 걸 자주 보았습니다. 올커니, 그걸 타고 가면 되겠습니다. 배차시간과 교통상황이 살짝 걱정되지만 집앞까지 편히 앉아갈 수 있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안을 떠올리는 내가 어른스러운 거 같아 대견합니다.

11. 그런데 5분 후에 도착할 셔틀의 티켓이 매진이랍니다. 심지어 다음 차는 1시간 반 뒤에 옵니다. 어라?

12. 위에서 언급했던 이유들 때문에 지금까지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에는 망설여집니다. 아이씨. 그냥 셔틀버스 타기로 하고 대합실 의자에 탈푸닥 앉습니다. 옆자리에 푸른색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정말 예뻐보입니다. 세상에 요즘 교복은 저렇게 예쁘게 나오는구나. 감탄하면서 중고교 학창시절에 교복폐지를 주장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저는 교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란 사실을 깨달은 현명한 어른입니다.

13. 대합실에 놓여진 TV 속 기아 타이거즈는 또 지고 있습니다. 끄덕끄덕

14. 현재 김포공항 시외버스 대합실에서 글을 작성중입니다. 사실 크게 곤란한 일도 아닌데 여태까지의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글쓸일 별로 없잖아요? 덕분에 시간도 잘 갑니다, 개이득!

15. 아, 지금 절 기다리는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너 늦게 오니까 우리끼리 맜있는 소고기 먹으러 집을 나섰답니다. 뭐시여?

16. 어제 유머게시판에 비행기 조립하는 영상을 올렸던 일이 문득 생각납니다. 아 그래서 지금 내가 공항에 앉아있나...

17. 배가 꼬로로록 고픕니다. 엄마 보고 싶어요 잉잉



4
  • 12번이 눈에 확 띄네요.
  • 춫천
  • 뭔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54 여행인도, 진짜 매력적인 여행지 11 이젠늙었어 16/06/06 6272 5
2953 과학/기술Re : Re : 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30 고양이카페 16/06/06 5396 9
2952 정치서울메트로의 사표 쇼 19 눈부심 16/06/06 4145 0
2951 꿀팁/강좌무서운 라마 14 눈부심 16/06/05 4581 1
2950 정치스위스 : 전국민 기본소득 국민선거 코 앞에=>부결 14 눈부심 16/06/05 3863 1
2949 일상/생각두 경제 경영학자의 글을 읽으며 2 까페레인 16/06/04 4084 0
2948 경제Re : 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8 이러사우호 16/06/04 4280 2
2947 일상/생각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산 이야기 2 Leeka 16/06/04 3433 0
2946 일상/생각바보 바보 바아~보 16 OshiN 16/06/03 3181 4
2945 음악EXID 정규 1집 앨범이 도착했습니다. 6 NightBAya 16/06/03 4597 0
2944 정치뉴스타파가 고위공직자 재산 검색기를 공개했습니다. 7 Toby 16/06/03 4766 4
2943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10 AI홍차봇 16/06/03 3542 0
2942 창작[29주차 주제]무언가 잃어버리는 이야기 1 얼그레이 16/06/03 3273 0
2940 기타[불판] 잡담&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44> 10 NF140416 16/06/02 3557 0
2939 정치서울대 사회학과의 <일베보고서> 16 눈부심 16/06/02 4875 0
2938 경제한국에서 구조조정은 왜 실패하나?(하) 8 난커피가더좋아 16/06/02 5278 4
2937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2 AI홍차봇 16/06/02 2598 0
2936 정치중국은 왜 북한을 버리지 못하나?(+예고) 8 난커피가더좋아 16/06/02 3817 0
2935 영화<아가씨> 즉석 단평 29 구밀복검 16/06/02 6129 3
2934 정치우린 세월호 선장이 아니다 11 Toby 16/06/01 3704 1
2932 일상/생각개인정보 보호는 개나 줘버렷. 41 Darwin4078 16/06/01 4092 4
2931 정치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14 까페레인 16/06/01 3501 0
2930 일상/생각정보가 넘치는 시대. 신뢰도는 사라지고 있다. 16 Forwardstars 16/06/01 3887 0
2929 과학/기술what3words - 전세계 공통 주소체계 19 April_fool 16/06/01 6247 1
2928 창작[28주차] 디어 3 묘해 16/06/01 4042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