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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6/14 23:05:25 |
Name | 에밀리 |
Subject | [30주차]길들이기, 길들여지기. |
주제 _ 선정자 : 얼그레이 '잠', '짝사랑', '홍차' 세가지 단어를 활용하여 글쓰기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 필수 조건 세가지 단어가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추가 과제 - 필사하기] 불참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급적이면 권장해드립니다.(의무는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최소 노트 반장 분량의 글을 써주세요. 필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나 표현등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우신 분은 필사를 통해 천천히 시작하시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습니다. 혹시 꾸준히 작성하실 분은, 일정한 분량을 잡고 꾸준히 진행해나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 중에서 원하신다면 필사 과제를 추가로 더 작성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생긴 '타임라인 게시판'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speller.cs.pusan.ac.kr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싶은 말 캐릭터의 성격을 좀 더 드러내고 싶었는데 어려웠어요. 좀 더 긴 분량을 계획해야 가능할 것 같아요. 본문 --------------------------------------------------------------------------------------------------------------------- 눈을 뜨니 정신이 없다. 떴다기보다 뜨인 것만 같은 기분이다. 새벽 5시, 해가 일찍 뜨는 여름임에도 아직 사위는 어둡고 세상은 잠들어 있다. 하지만 난 이제 잠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머리를 한 번 흔들어 본다. 어스름한 빛에 방이 눈에 들어오니 정신도 조금이나마 돌아온다. 어지러움을 이겨내고 주방으로 향한다. 전기 포트의 스위치를 올리고 물을 끓인다. 이 친구를 얻은 이후 가스 밸브를 열고 불을 켜는 수고가 줄었다. 불행히도 수고만 준 게 아니라 시간도 줄었다. 전기 포트는 금세 물을 끓여낸다. 어서 준비해야 한다. 동이 트지 않아 어두웠지만 능숙하게 컵과 티백을 찾아 차를 준비한다. 이내 띵 소리가 울린다. 물을 먼저, 티백은 나중에. 잠깐 찾아온 여백에 의사의 말을 떠올려 본다. 만성 소화불량에 고생하다 찾아간 의사는 커피를 예로 들며 카페인이 있는 음료를 마시지 말라고 했었다. 홍차를 얘기하진 않았지만, 사실 차에도 카페인이 있는데 말이지. 그 때문에 눈을 뜨자마자 찾는 건데 말이지. 몸에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다. 이마저 그만두면 소화불량보다 더한 악영향이 있을 것 같아. 대충 시간이 지났을까, 티백을 빼곤 입에 한 모금 머금는다. 이런 떫은 느낌을 바디감이 있다고 하던가. 속으로 그런 것도 느끼냐, 다도인이 다 됐다고 낄낄대며 웃어 본다. 굳이 골라둔 아쌈은 떫고 썼지만 그만큼 내 마음을 빠르게 잡아준다. 정신을 잡고 돌아보니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조용했다. 내 집도 그랬다. 주방도 그대로, 내 방도 그대로,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사이 달라진 건 없었다. 아쉽게도. 옛날에는 달랐다. 그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 사람은 찻주전자로 물을 끓이며 내게 차를 권했다. 가끔은 손수 만든 티타임용 쿠키까지 챙겨주곤 했다. 간단히 티백으로 우리지 않고 찻잔을 덥힌 뒤 정성스레 찻잎을 깔고 어느새 티포트에 옮겨 담은 물을 부어주던 사람이었다. 묵직한 아쌈보다 부드러운 다즐링을 좋아하던 섬세한 그 사람, 이제 내 곁에 없는 그 사람. 아쉽게도, 내 방엔 그 사람의 흔적이 없다. 그이가 아끼던 다기며 다구들은 그이와 함께 사라졌다. 그이가 내게 쏟던 정성도 그이의 마음과 함께 자리를 비우고, 전기 포트와 티백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지금은 내가 차를 찾아야 한다. 길들인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라고 여우가 말했었다. 어린 왕자와 이별해도 노란 밀밭을 보며 금발의 어린 왕자를 생각할 거니까. 나도 이렇듯 차를 마시며 항상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이 해주던 차와 다르지만, 난 매일 아침 이 한 잔에 그 사람을 생각한다. 나도 그 사람에게 길들여졌겠지. 글쎄, 여우가 말한 것처럼 근사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만두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몸에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다."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사이 날이 꽤 밝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반 이상 비운 컵에는 우아한 붉은 빛이 남아 있었다. 아쌈의 바디감이 강해서일까. 입이 썼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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