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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05 18:10:32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연례 개봉 초여름 특선 최저임금 극장
최저임금위원회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경우엔 최저임금제와 최고임금을 연동시키는 살찐고양이법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와 관련해서 엠팍에서 꽤 재밌는 반응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런 거 관찰하는 맛에 엠팍 모니터링을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여튼 다른 의원들도 이 빅이벤트에 대해 주장을 펼치고, 사람들은 거기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도 합니다. 근데 그거 다 의미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최저임금에 대해 컨트롤할 어떤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1 헌법 상의 근거


최저임금제는 대한민국 헌법 32조 1항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헌법 32조는 근로자 개개인의 근로의 의무와 근로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조문인데, 이 중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는 32조 3항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법이 바로 전태일이 부르짖은 근로기준법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이나 해고, 근로조건과 취업규칙, 휴가 및 휴게, 작업시간 등 개개인이 사용자와 맺게 되는 근로 계약 상의 내용들을 제한하는 최저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32조는 이외에도 4항과 5항을 두어 연소자와 여성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이를 통해 근로기준법 상의 차별 금지 규정들과 '남녀 고용 평등법' 같은 법률이 서있을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최저임금제는 어디에 근간을 두고 있는가 하면, 무려 헌법 32조의 1항입니다. 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천명한 뒤, 국가가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면서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강제를 하고 있지요.

이는 1987년의 개헌을 통해 도입된 내용이고, 이에 따라서 1988년에는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어 실시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헌법 조문 상에 '적정임금'의 내용 만이 규정되어 있었고, 근로기준법 상에 최저임금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당시 근로기준법은 죽은 법이나 다름 없었죠. 물론 지금도 행정적인 이유로 사문화된 부분들이 꽤나 크긴 하지만요. 여튼 이러한 개정 이후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법이 따로 규정하게 되면서,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최저임금 관련한 조문은 삭제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뒤이어 나오는 헌법 33조는 근로자들이 서로 단결해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대항할 수 있는 권리들을 부여합니다. 이 조항에 의해서, 원래대로라면 형법이나 민법으로 규율되어야 할 불법행위들을 노조가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지요. 무울론, 언론은 그 딴 거 신경 안 쓰고 까지만요.)



/2 최저임금법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최저임금법의 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 이 조문을 매우 좋아합니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법이 해당 제도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간명합니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서, 근로자가 생활을 안정시키고 자기 계발할 시간도 주고 재생산할 여유를 두어서 경제 체제의 바퀴가 쉼 없이 돌아가는 걸 목적으로 하는 거죠. 이게 사실 지금까지도 최저임금 찬성자들의 최대 논거이긴 합니다. 근로자는 생산자인 동시에 퇴근하면 소비자이니, 그 사람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만 상품에 대한 수요 역시 유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요.

사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헌법 33조 상의 권리와 거기에서 파생하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약자입니다)도 그렇고, 근기법이나 최저임금법도 그렇고, 전세계의 모든 노동법들은 그 존재 근거를 같이 합니다. 일반 민법 등에서는 계약 당사자의 동등한 지위를 가정하고 법 논리를 전개해가는 것인데, 미시적인 레벨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지위와 권력관계는 결코 동등하지 못한다는 거죠. 때문에 민법 655조부터 '고용계약'에 대한 규정들을 두고 있음에도 그 특별 보호 법률로서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는 것이죠. 이는 제가 노동시장을 일반적인 수요-공급 관계로 도식화하는 걸 끔찍해 하는 것과도 그 결이 같습니다. 일반적인 재화를 사고 파는 시장에서 그 물건이 '생존'에 연관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근로 계약 관계에서의 계약 종결은 근로자의 생계 불안과 생존의 위협으로 곧장 다가오거든요. 해고와 사직이 가지는 무게감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이런 구도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 거래에서 거래의 중지는 사용자 일방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장치가 되어버리는 거죠. 이 권력의 불균형을 막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일련의 노동법 체계인데, 경제지들은 이런 기본 논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걸 꽤나 즐기는 듯 싶습니다. 뭐 올리버 트위스트가 그네들 입장에선 파라다이스의 서술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이야기가 많이 샜는데, 다시 돌아가자면 최저임금법은 저러한 실질에 바탕을 두고 그 1조를 써놨습니다. 각 법의 1조는 그 법이 목표하고 지향하는 바를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법 해석에 대해 의견이 갈릴 때에는 저런 해당 법률의 목적을 나침반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사실 1조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었습니다.

최저임금법은 처벌규정까지 다 더해봐야 31개 조문을 가지고 있는 짧은 법률안입니다. 그 중 대부분은 행정 절차적인 사항들을 명시하는 내용들이고, 그냥 쭉 읽어내려가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상식적인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부분을 재껴놓고, 법 14조를 까볼 겁니다.



/3 법 14조



최저임금법 14조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을 규정하는 조문입니다.

1항에서는 각 세력별 위원의 숫자를 정하고, 2항에서는 상임위원을 규정한 뒤, 3항 이하로는 임기와 절차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 15조에서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 다루죠. 그 중 우리가 봐야할 것은 14조 1항 하나 뿐입니다.

14조 1항은 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 근로자 대표 위원 9명, 사용자 대표 위원 9명, 공익 대표 위원 9명을 두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건 노동위원회라든지 하는 위원회 구성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배분이긴 합니다. 근로자 vs 사용자 vs 정부 및 공익 대표를 1대1대1로 두어서 요새 유행하는 '협치'를 보여주자는 거죠. IMF 이후에 한창 매스컴을 탔고, 최근에도 한번 입길에 올랐던 '노사정 위원회'와 비슷한 모양새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9대9대9 위원회의 논의를 통해서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 금액이 정해지게 됩니다. 일견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편으로 보이는 방식입니다. 근데 과연 그럴까요?






http://minimumwage.go.kr/about/aboutAllMember.jsp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 명단은 위와 같습니다.

상기한 바와 같이 각각 9명의 위원,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에 더해 최저임금법 16조에 의해 의결권은 없지만 회의에 출석해서 발언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세명의 특별위원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기준정책관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관이, 기획재정부에서 미래경제전략국장이 회의에 참석하게 되죠. 자 여기까지 깔아놓고 이제 면면을 분석해 봅시다.


.1 근로자 위원



우선 근로자 위원부터 보게 되면,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부위원장와 실무자 1명씩이 배정되었습니다. 한국의 노조 구성에서 양대 축으로 꼽히는 연합단체죠. 그런데 사실 여기서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되어 있는 노조이고, 전국섬유유통노조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노총의 일원입니다. 다시 말해 근로자 위원 9명 중 4명은 이미 한국노총에게 배정되어 있는 셈이 되는 거죠. 참고로 지난 철도노조 파업 당시의 철도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의 다른 노조 조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노조의 경우엔 '송곳'과 '카트'의 그 노조인 건지 별개 조직인지 찾다가 너무 복잡해서 일단 그 부분은 접었습니다. 홈플러스일반노조에 홈플러스테스코노조에, 홈플러스 자체가 워낙 조직구조가 복잡하니 노조 구조도 장난 아니더군요. 여튼 간에 저기에 명시된 홈플러스노조 부산지부는 확실하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입니다.

이렇게 해서 근로자 측에 배정된 9개 자리 중 한국노총이 4개, 민주노총이 3개를 차지했으니 남은 건 두 자리입니다. 그 틈바구니를 끼어든 것이 청년유니온이남신 소장입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청년층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초기업별노조입니다. 이러한 초기업별 노조는 당연히 어떤 기업체에 근무하는지에 관계없이 청년층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면 모두 가입 가능하고, 심지어는 실업자나 구직자의 경우에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노동부가 트롤링하는 지점이 또 있습니다만, 그건 다음 기회로 일단 미뤄두기로 하죠. 여튼 간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협상에 참여하게 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작년에 간곡한 호소문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었는데, 그건 한번 검색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글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남신 소장은 하종강 교수나 다른 노무사 등과 함께 '송곳'의 구고신의 모델이 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민주노총 쪽과 같이 활동도 오래하셨다가 최근에는 민주노총 내의 교조화나 경직화를 비판하기도 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각 세력의 스탠스를 좀 살펴보자면... 한국노총의 경우엔 정부의 어용노조 노릇을 상당기간 해왔고 지금도 꽤나 여당 친화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합니다. 당장 검색하다 보니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는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노조위원장이 어제 대통령 표창 받은 기사가 뜨는군요. 새누리 쪽에서 노동계 인사 영입했다고 하는 기사 뜨면 거의 백방으로 한국노총 출신이기 마련입니다. 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쪽 성향은 대강들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 짧게 치죠. 민주노총의 경우 위에 언급한 홈플러스노조 홈페이지 메인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실천하는 노동조합'일 정도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긴 합니다. 민주노총 본부에서 나오는 두 명의 스탠스는 제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만, 아시는 바와 같은 현재 한국 경제 사정으로 인해 내부 조직 중 최저임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가 꽤 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청년유니온과 이남신 소장의 경우엔 따로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테구요.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가 뭔가 하면, 이미 근로자 위원 9명 중 절반은 한국노총이 그간 보여온 스탠스를 재생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아군 중 절반이 이미 '방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갑갑한 노릇이죠.



.2 사용자 위원




쓰다보니 이쪽을 먼저 쓰는 게 더 재밌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위에서부터 훑어보면, 경총에서 전무와 기획홍보본부장 두명이 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전경련 본부장, 아스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끼고, 택시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추가되며, 좀 뜬금없이 화이버텍의 대표 이사가 참여합니다. 찾아보니 금속섬유 이용한 필터 등과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회사더군요. 여기에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과 한국주유소협회회장이 낍니다.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을 법한 업계와, 그렇지 않은 업계의 대표들이 섞어있는 모양새가 되죠.

사용자 위원들은 최근 7년 간 연속으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 왔습니다. 8년 전에는 50원 인상인가를 불러서 그나마 동결 주장이 아닌 것으로 기록되게 되었죠. 올해 경총 측 위원은 자체 연구 결과를 근거로 '103만원이면 단신 근로자가 한달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별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고, 다양한 망언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작년에 정리된 내용들을 가져와 보자면 대강 이렇습니다.

'푸에르토리코가 최근 부도 위기에 빠졌다는데,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서 그렇다고 한다. 그리스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게 가자는 것인가?'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규제하고, 일주일에 52시간으로 제한하려는 것이 문제다. 노동시간 규제하지 말고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사회보험료 문제도 있다. (노동자) 본인들이 저축해서 본인들이 혜택을 입는 것인데 왜 사용자들이 그 돈을 내야 하는가? 면제해주든가 정부가 대신 내든가 해야 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주유소 같은 곳에 가면 노인 분들도 일을 많이 한다. 어쩔 수 없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손도 느리고 하셔서, 이용하다 보면 솔직히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런 노인 분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최저임금 너무 오르면 기업들이 그들을 사용하겠는가? 이들의 일자리를 지켜달라.'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문장마다 위원 이름 석자를 같이 박아주고 싶은데, 누가 한 발언인지까지 잘 안나와서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일전에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지급과 관련해서는 '편의점·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은 에어컨 바람 쐬며 편하기 일하지 않느냐'라는 발언도 있었던 것 같더군요. 스바라시이.

여긴 딱히 비율 따질 필요도 없고 해서 편합니다.



.3 공익 위원



자 사실 이 내용이 이 글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 공익 위원의 유형을 나눠보죠.


-1 교수



우선 보이는 건 교수들입니다.

성신여대, 연세대, 인천대, 전남대 등의 교수들이 공익위원으로 초빙되었는데, 이들 전원은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이중 성신여대 박준성 교수는 2010년 고용노동부 용역 조사에서 연령별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액을 제안한 바 있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고령인력에 대한 고용유연성 강화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의 경우에는 임금피크제 전도사 역할을 맡아 다수의 인터뷰를 수행한 바 있고, 임금피크제와 창업을 통한 청년 일자리 확충을 주장합니다. 휴일과 공휴일이 겹칠 때 휴가 휴일을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이미 연차를 보장하고 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한 기사도 발견 됩니다. 김동배 인천대 교수의 경우에도 임금피크제와 연관해 언론 인터뷰를 한 내용들이 눈에 띕니다. 이지만 교수와 같은 적극적 찬성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여 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네요. 전명숙 전남대 교수의 경우엔 딱히 구글 기사 검색에서 잡히는 쓸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여튼 경영학과 교수들의 경우에 학문의 기본 특성 상 경영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기가 쉽습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이전의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을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 위원으로 초빙했었습니다. 참여정부 때인 6대(2003년~2006년)의 경우엔 경제학 3, 경영학 1, 산업경영학 1, 볍경대 1, 사회학 1의 구성이었고, 7대(2006년~2009년)에는 경영학 2, 사회복지학 1, 미디어정보사회학 1이었습니다. 이명박정부에 들어서도 8대(2009년~2012년)에 경영학 2, 경제학 1, 사회복지학 1, 농경제사회학 1, 소비자아동학 1, 소비자 주거학 1 등이 초빙되어, 5~7명 가량의 교수 중 한 학과에 몰아서 인원이 배분된 적은 없었습니다.

재밌는 건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이러한 공익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 중 교수에 대해 '5년 이상 대학에서 노동경제·노사관계·노동법학·사회학·사회복지학 또는 관련 분야 부교수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령에 노동법학 교수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이 넘는 동안 노동법 교수가 위원회에 참여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많은 노동법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 문제라고 봐야하는 걸까요.

참고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장은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이고, 8,9대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 국책연구원



그러면 9명의 공익 위원 중 나머지 구성은 어떨까요.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류경희 위원은 정확히 어떤 경력을 거쳐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동명이인이 워낙 많더군요. 다만 동일인물일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고용부 노사법제과장' 직함을 달고 등장한 기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 기사에서는 복수노조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류경희 당시 법제과장은 노조에 동시 가입하는 것은 근로자의 자유지만 그걸 이유로 한쪽 노조가 해당 근로자를 제명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참고로 이건 당시 한국노총 측에서 민주노총을 견제하고자 하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죠. 당장 한국노총 자체가 복수노조 금지 시절에 알박기 용도로 사용된 역사가 길기도 했구요.

여튼 다른 직함을 같이 달고 있는 사람들은 각각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2명),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소속의 연구위원들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국책 연구기관들이 정부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은수미 전 의원의 경우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했었는데, 당시에 은 전 의원은 사용자가 노조를 부당히 탄압하는 이른바 노조법 상의 '부당노동행위'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은 전 의원이 윗선에 밉보인 탓에 스스로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점이겠죠. 저 양반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정부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9명의 공익 위원 중 1명은 노동부 법무공무원 출신이고, 4명은 경영학 교수이며, 나머지 4명은 국책연구위원입니다. 자 이 사람들 중 최저임금액에 의해 생활 환경이 규정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4 위원회의 관례



최근 몇년 간 반복되어 온 패턴을 하나 이야기해보죠. 이건 정말이지 매년 똑같은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1. 매년 6월 즈음이 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협상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뜹니다.

1-1. 근로자 측은 10%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사용자 측은 동결을 요구합니다.

2. 협상 과정에서의 망언이 몇가지 소개되고, 근로자 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3. 6월 말 7월 초 즈음에 최저임금 협상이 올해에도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흘러 나옵니다.

4. 그래서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5. 근로자 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채 그 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는 뉴스가 방송됩니다.


이걸 가능케 해주는 건 최저임금위원회 시행규칙입니다. 그 중에서도 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는 18조에 의한 것이죠. 조문은 1항에서 재적위원 과반출석과 과반찬성에 의한 통과를 명시하고 있고, 2항에서는 의장이 표결을 선포한 뒤 사용자나 근로자 일방의 퇴장이 있었을 경우에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한쪽의 불복이고 나발이고 그냥 공익위원 + 사용자위원의 표결 만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죠.

덕분에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 입장에 알맞게 조리한 금액을 제시하고, 이런 인상안이 근로자 위원들의 퇴장 혹은 참여와 관계 없이 통과 가능해집니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근로자-사용자 간 힘싸움이 전개되고 공익위원들이 중재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행정부 간의 협의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립니다. 그 결과로 나오는 게 아래와 같은 표지요. 우리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은 정부의 의지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더민주 등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국회 산하로 들여오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5 올해의 결렬이유



그래서 올해도 위원회 회의는 최저임금 금액의 합의는 커녕, 협상에까지도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뭐 가지고 싸우느라 시간이 다 되어 결렬되었냐구요? 최저임금을 시간급 말고 월급과 주급으로 병기하자는 근로자 측 주장을 사용자 측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탓입니다. 저러면 뭐가 달라지는가 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이건 주휴수당의 지급 여부와 관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55조에 규정되어 있는 1주일 1일의 유급휴일 지급과 관련된 수당이고, 일전에 '편의점 점수 낚시글'에서 주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이러한 주휴수당의 경우엔 법으로 지급이 강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근로자 양쪽 모두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파다합니다. 정작 최저임금 결정할 때에는 이 금액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서 기준이 맞춰져 있는데도 말이죠. 당장 노동법 공부하는 저도, 저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하고 아닌 경우하고 맨날 헷갈립니다. 상시 5인 고용 기준과 단시간 근로자 적용 여부 같은 게 복잡하게 엮여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조항은 실질적인 수령액을 20% 차이나게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닌 규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법을 몰라서 온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오늘도 같이 살아갑니다.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위와 같은 이유로 해서 심상정 의원을 아무리 응원해봐야 최저임금 인상폭에 변동이 오는 일은 없습니다.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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