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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7/13 16:59:22 |
Name | 까페레인 |
Subject | 육아일기 - 아이들 블럭 & 종이로 만들기 |
저도 아직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를 회상하는 건 늘 즐겁습니다. 잠깐 아이들 육아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아이가 어렸을때 읽은 육아책 한권이 있었는데, 전체 내용은 일반적인 육아서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육아수필이어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인상깊은 점이 하나 있었어요. “아이에게 하얀도화지를 주어서 아이가 마음대로 원하는대로 그리게 하세요.” 그 이후로 그 분의 말씀은 저에게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 하나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에 어떠한 장벽을 선입견을 심어주지를 말자, 인위적으로 아이의 사고를 제한하는 걸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자 이런 것들이었어요. 요즘 나오는 블럭들에 편하게 할려고 자석을 붙여놓았는데 자석이 없는게 오히려 더 낫지 않나 뭐 그런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또한 가격이 비싼 장난감이나 유행을 타는 장난감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기도 했었어요.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빠듯해서 일부러 더 비싼 장난감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비평적으로 장난감을 사야한다는 강박감에서의 표출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얀 종이나 나무블럭은 아주 경제적으로 제가제공할 수 있는 좋은 장난감이었으니깐요. ) 결국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림책에 색칠하기나 따라하기를 거의 하지 않고스스로 생각해가면서 만들어보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된 셈이었지요. 아이들이 만3-4세 무렵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장난감도 필요하고 블럭을 사다주어야겠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질 좋은 유럽산 나무 장난감은 아주 가격이 비싸더군요. 제가 원하는 아이 장난감은 아주 간단하게 색깔이 안들어있는 나무물결 원색 그대로의 인공미가 없는 나무블럭이었거든요. 그 당시 한 2만원대의 색색깔이있는 장난감 나무 블럭을 생일선물로 받기도 했지만 더 많은 나무블럭이 놀이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무로된 아이블럭을 만들었어요. 먼저 남편의 공구를 샀습니다. 나무자르는 전기쇠톱 가격이 아마 나무 블럭 한자루 보다 더 비싸겠다는 저의 의심은 절대 아닐세로 모르쇄로 주관되는 남편태도에 다음에 또 쓸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유야무야 싸고 좋은거야로 잘 타협이 되었습니다. 큰 두께가 다른 두 종류의 나무막대를 사서 싹둑싹둑 잘라서 사포를 가지고 모서리를 잘 다듬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100개 정도의 나무 토막을 세모 네모로 자르고 크기는 일정하게 만들다가 변화를 줘야한다면서 좀 더 다른 크기도 한 세트 더 만들고 해서 블럭을 만들었어요. 그 이후로 아이들이 초등학교 3-4학년이 될때까지는 정말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친구네집에 갔더니 가베 원목 장난감이 있더라구요. 그 때 처음 가베 장난감 교구들을 보고 든 생각이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잘 정리되어서 박스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어떤 모양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선생님 부모님 가이드 책도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뭔가 형식을 요구하는 인공미가 느껴지네 하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저한테 그 당시에 가베 장난감을 사 줄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세모 네모 자르는 고생은 전혀 하지 않았겠지요. 좋게 해석하면 결핍이, 궁즉통한 뭐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탑을 쌓기도 하고 전함도 만들고 집에 있는 모든 장난감을 총출동시켜서 만들고 노는 아이들 놀이시간이 바라보는 저도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던것 같아요. 고슴도치 엄마라써 그랬는가봅니다. 그런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는 축구운동 시간이 길어지고 마인크래프트 게임도 하니깐 어느새 훌쩍 자라서 더 이상 블럭놀이는 하지 않게되었어요. 그리고는 컴퓨터를 고학년이 되어서 이용하게된 때부터유튜브를 알게되더니 유튜브가 자신의 스승이라면서 색종이로 만들기 프로젝트를 혼자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그림을 그릴때는 혼자 생각해서 그려야했는데, 이제는 유튜브의 각종 프로젝트 선생님이 하나하나 가르쳐주니깐 아마도 어느 정도 정형화된 따라하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서도.. 선생님이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유튜브가 선생님이라고도 합니다. 아이가 혼자 여가시간에 사실..책도 안 읽고 공부랑 학교서 해라는 것만 딱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유튜브에서 뭔가 재밌는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만들기를 한다는 것이에요. 이제 집안 곳곳 코너에 아이가 만들어 놓은 장난감이 그득합니다. 어제 소개해주신 볕뉘님이 알려주신 사이트를 아이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해 주었는데 얼른 종이모형 장난감 하나를 저녁에 저랑 이야기하는 사이에 아이들끼리 종이를 출력하는 눈치였는데요. 여전히 얇은 종이에요. 집에 일마치고 돌아오니, 저한테 막내가 자기 혼자서 다 만들었다고 뿌듯해합니다. 막내는 둘째처럼 손이 야무지지 못하지만 그래도 오빠 어깨너머로 많이 보고 배워서 둘이 곧잘 서로 도와서 잘 만듭니다. 아이들 만든 아트 작품들은 보고 또 보고 해도 참 좋네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만드는가 싶습니다. 물론 제 눈에만 예쁘다고 아이들이 엄마 또 사진 찍어? 하지만서도 자기가 만든 것들을 아직도 저한테 슬쩍 가져옵니다. 그러는 와중에... 첫째는 게임/책/자전거만 관심있는 틴에이저의 세게에 입문했구나합니다. 그냥 둘째 셋째는 아직도 아기같고 열심히 이 시기가 지나가기 전에 아이들이랑 재밌게 지내야겠어요. 2-3년후면 맹숭맹숭 시커먼 사춘기 아그들이 될 테니깐요.
만 5-6세 시절에 한창 놀던 블럭들.. 우주선 둘째 초등 3학년때 학교 바인더 한창 3학년때 그리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엄마가 오후에 없는 시간에 열심히 만들기를 했어요. 막내 여동생에게 노가다 하청을 주어가면서 만들기를 했지요. 이건 처음 만든 유튜브 제작자나 이걸 보고 따라하는 둘째 모두 저한테는 미스테리... 역시 여동생의 노가다 하청이 함께 포함된 작품이에요. 좀 무섭게 생겼는데 둘째는 자기 책상에 아주 소중히 보관하고 있네요. 빳빳한 종이 좀 사주세요!! 엄마!!! 라고 처음 요구한 그러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답니다. 귀여운 둘째 작품들이었어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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