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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7/26 23:05:39 |
Name | Raute |
Subject | (스포) 부산행 후기 |
한 줄로 쓰자면... 전형적인 좀비물을 한국 무대로 가져와 신파로 양념했다? 뭐 너무 정석적이라서 진짜 할 말이 없더라고요. 설정 뻔하지, 캐릭터 뻔하지, 스토리 뻔하지... 그렇다고 미장센이나 연출이 특별했던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등장인물들의 동기, 즉 기차 내에서 이동해야 할 이유가 빠져있었죠. 그냥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동시켰구나 싶었으니... 너무 노골적으로 판을 깔아놓다보니 역효과가 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가령 생존자들이 주인공 일행을 거부한 장면이 그랬습니다. 까놓고 판데믹 상황에서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탈출인원을 누가 받아줘요. 생존자 일행 주장이 타당하니 분노가 치밀긴 커녕 진짜 몰입이 안 되더군요. 애도 태어나지도 않은 마동석이 공유에게 충고하는 것도 그렇고요. 신파 역시 울컥하기 직전에 이렇게 짜내질 수 없어!란 생각이 들면서 현자타임이...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거라면 역시 마동석인데, 이건 캐릭터를 잘 뽑은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드문 스타일의 배우 덕이라고 해야할테고요. 그외에 정말로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어요. 공유 잘생겼네 + 수완이 귀엽네 정도? 최귀화가 연기한 노숙자와 정유미가 연기한 성경은 연기와 별개로 뭔가 만들다 만 느낌이라 아쉬웠네요. 예상에서 벗어난 장면은 영국(최우석)이 좀비가 된 친구들을 끝까지 공격하지 않은 것(업햄을 노렸나?)과 진희(소희)가 감염되고 나서 유치한 대사를 날리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뭐 별로 중요한 장면들은 아니었네요. 아, 하나 더하자면 임산부가 등장함에도 유산 or 출산 등의 이벤트가 없었던 것도 의외였습니다. 엔딩은 배드엔딩이 아니라고 들어서 대충 짐작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배드엔딩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병사들은 머뭇거리지만 지휘관이 발포를 지시하는 것과 맛이 간 병사가 멋대로 사격하고 허위로 보고하는 것 두가지가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전쟁영화도 아니고 후자보단 전자가 나았겠군요. 덤으로 저는 혼자 보지도 않았고, 여자친구도 아니고, 무려 어머니와 봤습니다. 4D도 처음이고, 좀비물도 처음인데다 무거운 영화는 기피하는 분입니다. 근데 먼저 본 누나가 괜찮다고 말했었고, 제가 좀비물 치고 수위 안 높을 거라고 했더니 삘이 꽂힌 건지 멈저 보러 가자고 하시더군요. 영화보는 동안 어머니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굳이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영화 외적인 면으로는 업계 종사자로서 메르스가 생각났다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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