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06 13:52:36
Name   눈부심
Subject   비밀을 알았다. T.J. Maxx
http://www.bonappetit.com/entertaining-style/article/t-j-maxx-food-sources?mbid=synd_digg

미국에는 T.J.Maxx라는 동네마다 흔한 할인매장이 있어요. 주로 남녀의류, 잡화, 가구, 장난감, 액자, 여행가방, 욕실제품, 침대시트, 담요 등 온갖 떨이제품들을 파는데 랄프로렌이라든지 마크 제이콥스 같은 나름 고급 브랜드들도 꽤 있어요. 여기엔 화장품, 가공식품도 팔아요. 초콜렛, 과자, 히말라야 핑크소금, 커피, 각종 소스 등 미식가들의 애장품일 듯한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먹거리가 당장 단종될 듯, 조금씩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요. 그런데 의류, 잡화 등은 몰라도, 제아무리 비싼 브랜드라지만 떨이로 파는 먹거리는 선뜻 손이 안 가기 마련이에요. 저도 이 곳에서 먹거리를 산 적은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 기사를 읽고 비밀 하나를 알아버렸어요. 그거 다 각각의 브랜드 회사에서 정식 루트로 들여오는 멀쩡한 제품들이래요.


가공식품들의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T.J. Maxx측은 일단 대량주문을 해요. 그런데 이걸 무작정 내다팔려고 한 곳에 많이 방출하지는 않아요. 종류는 눈돌아가게 많지만 각각의 품목은 갯수가 많이 없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기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품목이니 이건 노다지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강박증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산된 마케팅이 숨어 있었어요. 물론 기자가 티제이 맥스 측에 문의해서 대량주문을 하는 것이 맞느냐니 고건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했지요. 영업비밀이니까요. 



T.J. Maxx가 미국 전역에 아주 많아요. 그래서 대량주문이 가능한 거죠. 떨이인 듯 하지만 고급브랜드인데다 같은 품목이 항시 준비되어 있는 일이 없고, 어떤 경우 몇 개 겨우 진열해 놓고 판매하니 소비자에게 있지도 않았던 물건에의 갈망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티제이 맥스의 마케팅전략은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조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멍때리며 매장에 들어왔다가 내 시야에 들어온 물건을 보자 조급증이 생기면서 바로 내가 원하던 녀석이라는 뜬금없는 깨달음을 갖도록 만드는 거였어요. 미국의 보통 큰 규모의 매장에 가면 똑같은 종류의 물건이 마치 편집증환자의 공간인 듯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소비자는 이런 풍경에 질리기 쉬워요. 늘상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을 하고 진열되어 있는 그 물건들은 오늘 안 사고 내일 사도 될 물건들인 거죠. 그치만 티제이 맥스는 온갖 잡탕물건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인데 브랜드도 고급이고 결정적으로 '많이' 없어요.

할인매장으로 물건이 빠져 버리면 고급브랜드 회사들이 이미지상 티제이맥스회사 같은 곳을 띠꺼워하지 않겠나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요. 손이 많이 가 보이는 고급브랜드 식품회사들이 다 고만고만한 비즈니스이다 보니 오히려 결제 따박따박 잘 해주는 티제이맥스를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다른 제품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식품유통의 비밀은 그렇대요.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착한 간사함 인정합니다.



1
  • 코스트코가 주기적으로 물건 위치를 바꾸고 품목도 바꾸는 것과 비슷한가 보군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636 일상/생각비혼이라는 설익은 거짓말 13 sisyphus 20/06/01 4300 4
11146 일상/생각비혼 출산은 과학적 남용일까? 10 sisyphus 20/11/19 3881 0
11580 창작비트코인의 미래 희망편 & 절망편 5 right 21/04/14 4484 1
9533 일상/생각비지니스와 아카데미, 일본의 두 기술자 그리고 교수 5 OSDRYD 19/08/10 5357 14
10692 의료/건강비중격 만곡증 수술 후기 9 혼돈의카오스 20/06/16 9317 7
12559 정치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19 호타루 22/02/28 4035 26
4653 IT/컴퓨터비와이패드 10 헬리제의우울 17/01/18 6233 0
14334 일상/생각비오는 숲의 이야기 38 하얀 23/12/14 2148 54
1685 기타비오는 수요일엔 장기 묘수풀이 <23> (댓글에 해답있음) 11 위솝 15/12/02 6857 0
4737 창작비오는 날의 대화 3 고양이카페 17/02/01 3144 3
572 일상/생각비오는 날 막걸리 이야기 3 술먹으면동네개 15/07/12 6021 0
13857 의료/건강비염에 굉장히 효과 있었던, 개인적인 방법과 습관 12 인생은서른부터 23/05/15 2460 2
4271 게임비열한 거리의 가젯잔 투기장 프리뷰 1 원추리 16/12/01 5268 0
14681 일상/생각비어있는 공백기가 아니라 충만한 탐색기(1) 4 kaestro 24/05/15 1207 2
4300 음악비슷하지만, 표절은 아닙니다. 8 별비 16/12/05 4375 0
4267 정치비박계(+국민의당?)의 전략 + (기왕 이리된거) 12/1자 정치 불판 50 Vinnydaddy 16/12/01 5261 0
8194 방송/연예비밀의숲 7 알료사 18/09/10 5953 7
3460 꿀팁/강좌비밀을 알았다. T.J. Maxx 8 눈부심 16/08/06 6628 1
7244 의료/건강비만약에 관한 잡상 21 맥주만땅 18/03/16 7418 5
10396 정치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또' 분당 위기에 몰린 민생당 6 토끼모자를쓴펭귄 20/03/18 4282 0
1401 음악비라뇨... 구름만으로 만족합시다. 6 새의선물 15/10/31 7750 2
14009 일상/생각비둘기야 미안하다 13 nothing 23/06/29 2432 7
1404 정치비동시성의 동시성과 한국의 페미니즘 40 난커피가더좋아 15/10/31 11191 6
6397 오프모임비도 오고 그래서.. 한잔 생각이 났어 66 1일3똥 17/10/10 5954 6
1864 도서/문학비극적 영웅의 조건 7 팟저 15/12/25 8375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