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17 01:07:07
Name   Raute
Subject   (스포) 터널 - 애미야 국이 싱겁다
재난영화로도 사회비판영화로도 신파극으로도 어중간합니다. 정말 간이 덜 된 느낌입니다.

재난영화로서의 면모는 화려하게 터널이 무너지고 바깥세상과 전화로 접촉하는 부분 이후 사라집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좁은 공간에서 두려움에 떠는 주인공은 갑자기 사자의 담이라도 씹어먹은 듯 담대해지고, 뜬금없이 등장해 강아지를 남기고 사망한 미나부터 각종 문제들이 치트키를 쓰듯 해결되는 전개는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비판도 시원찮은데 취재윤리를 망각한 언론을 좀 까는가 싶더니 흐지부지, 정부와 구조대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듯 한데 막상 뭘 잘못했는가 하면 딱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비정한 사회 역시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며 사회비판이 아니라 분량확보를 목표로 집어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는 눈물폭탄 신파극으로 가는 걸 막습니다. 뭐 이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만큼 영화의 방향성은 붕 떴다는 거죠.

이 영화 역시 해피엔딩이 어색해보였는데 원작 소설의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 훨씬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게 만들었다간 흥행이 안 됐을까요? 그래도 배드엔딩이면 최소한 사회비판이라도 어느 정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만큼 맛이 밍밍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어느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비극이 일어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고작 이 정도'를 보여주는 것에도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그렇게라도 참작해줘야죠. 안 그러면 소재도 배우도 너무 아깝거든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37 창작[조각글 38주차 주제공지] 나쁜 생각을 담은 글을 쓰기 1 헤베 16/08/19 4480 0
    3536 역사후장식 드라이제 소총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7 모모스 16/08/19 6035 3
    3535 스포츠[8.17]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시즌 14호 솔로 홈런,오승환 시즌 12세이브) 2 김치찌개 16/08/18 3456 0
    3534 스포츠[8.15]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시즌 13호 솔로 홈런,김현수 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6/08/18 3425 0
    3533 철학/종교분할뇌 문제와 테세우스의 배 패러독스 35 April_fool 16/08/18 6127 0
    3532 역사"국왕" 대신 "국가와 조국" 위해 싸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7 모모스 16/08/18 6026 3
    3531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2 AI홍차봇 16/08/18 2846 0
    3529 일상/생각유부남은 죽지 않아요. 다만... 8 세인트 16/08/17 4708 1
    3528 역사페라리와 프란체스코 바라카 2 모모스 16/08/17 7491 2
    3527 기타닉네임의 유래에 대해... 87 NF140416 16/08/17 5285 2
    3526 영화(스포) 터널 - 애미야 국이 싱겁다 14 Raute 16/08/17 4930 0
    3525 스포츠모럴 해저드 KBO? 15 kpark 16/08/16 4460 0
    3524 역사2차대전 이탈리아 전투차량은 전부 병맛? 9 모모스 16/08/16 9722 2
    3523 일상/생각(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다이나믹한 삶 14 elanor 16/08/16 4581 3
    3522 도서/문학[책나눔]포토샵 배우실 분? 11 난커피가더좋아 16/08/15 4515 7
    3521 스포츠[8.14]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시즌 12호 솔로 홈런,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6/08/15 3425 0
    3520 스포츠[8.11]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오승환 1이닝 1K 0실점 시즌 10세이브) 김치찌개 16/08/15 3045 0
    3519 철학/종교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15 Ben사랑 16/08/15 6923 0
    3518 게임[Don't Starve] 어드벤쳐 연재 #1-1 겨울의 왕 #1-2 4 Xayide 16/08/15 5139 5
    3517 게임[Don't Starve] 어드벤쳐 연재 #1-1 겨울의 왕 #1-1 1 Xayide 16/08/15 6484 5
    3516 철학/종교중2병의 원인에 대해서 제 멋대로 고찰 13 Ben사랑 16/08/15 6383 0
    3515 일상/생각벌과 나날 10 Moira 16/08/15 4195 3
    3514 일상/생각수능 수학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53 집정관 16/08/14 5404 0
    3513 요리/음식오늘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먹은 것들 5 Raute 16/08/14 4292 0
    3512 일상/생각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4041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