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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8/26 12:45:28 |
Name | 눈부심 |
Subject | 인생 한 번 멋드러지게 사는 개 |
외진 곳의 호숫가 근처 어디에서 6.5km가량 떨어진 마을로 매일 출근하는 개가 있어요. 주인없이 혼자 다니는 앤데 마을에 매일 들러 여러 인간들과 조우합니다. 마을을 그냥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녀요. 이름은 브루노입니다. 델리가게 뒷문에 와서 기다리면 가게 아줌마는 햄을 나눠주시죠. '여기 맨날 와요 ㅎㅎㅎ'라며 재미난 듯 웃으시는 마을 아주머니. 시청 앞에 안 보이면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있을 겁니다. 사람 있는 곳이면 능청스럽게 다가가서 이마 쓰다듬어주면 쓰담쓰담 하는대로 가만 있어요. 브루노를 모르는 마을사람은 없습니다. 이 마을에 이사온 젊은 여성은 이사오자마자 브루노에 대해 가장 먼저 전해들었대요. 브루노가 걸어 오면 사람들은 친절하게 차를 멈춰 브루노가 지나가길 기다리죠. 12년 전에 어떤 아저씨가 이 강아지를 발견했는데 근처의 낯선 이에게 당신 개가 목줄 없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자기개가 아니라고 하더라나요. 길 잃은 개다 싶어서 데려 와 목줄을 달았더니 거의 자해하다시피 몸부림을 치며 거부를 하더래요. 그 후 브루노는 쭈욱 자유로운 몸이 되어 마을 이곳저곳을 제집 마당인 듯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영물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냥 아무집에나 들어가도 다들 반갑게 맞아줍니다. 브루노는 모두의 친구이면서 마을사람들 전부가 브루노의 보호자이기도 합니다. 브루노를 트럭에 싣고 가면 마을사람들은 팔을 열정적으로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죠. 몇 년 전에는 마을에 브루노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도 세웠어요. 브루노는 점점 늙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개로 태어나서 저렇게 Break Free!!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살았으니 인생 참 찰지게 잘 살았네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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