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28 16:06:51
Name   리틀미
Subject   정치혐오증에 대한 변명
나는 운동권 정서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꼰대성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치혐오증이라고 비판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그렇기에 나는 우리 또래의 정치혐오증을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대 간에는 대충 그려지는 공통적인 위기나 정서가 있다. 한국의 그림은 전후세대는 생물학적 위기, 386세대는 사회적 위기, 지금은 실존적 위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인 대강의 모습이지만.

보수가 북한을 걸고 넘어지는 걸 진보는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보수적 입장이라는 젊은이들도 이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 되풀이한다. 문제는 진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운동권 정서를 담습하여 그대로 쏟아낸다.

자신들이 겪었던 위기를 공감해주지 않는 젊은이들은 그들의 시각으로 볼 때 뭘 모르는 어린것들이다. 북한의 위협도 잘 모르고 민주주의 위기도 잘 모른다. 지금도 북한은 위협적이고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기지만 우리의 위협과 위기는 북한이나 민주주의가 아니다. 87년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해도 그럴법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처럼.

할아버지들과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 또래 친구들한테 쯧쯧쯧 혀를 차는 모습을 보면 별로 달갑지가 않다. 특히 운동권 정서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거나 책을 읽으라는 말을 하면서 우월감까지 표출한다. 이런 우월감이 싫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원래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게 되고 표출하고 싶어진다. 미국에서 상대방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를 했더니 양쪽 모두 1위가 "멍청해서"였다고 한다. (페미니즘 논쟁에서도 남녀진영이 무식하다와 책읽어라가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었다.) 이런 마음을 심리학적 용어로 "정치적 혐오감"이라고 한다.

즉, 다시 말하면 정치에 무관심해서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운동권 정서는 꽤 심하게 정치적 혐오감을 표출해왔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무시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메갈리아에서 민주당 지지 사이트들과 충돌하고 정치 이야기를 하면 극도로 꺼려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이는 이유 중에 하나.)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자동적으로 혐오감이 느껴질 수 밖에.

정치 사회에 관심 갖는 건 어쩌면 오타쿠 취급 받는 게 우리 세대에게는 정당할 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그냥 현실 감각 없는 오타쿠라고 생각한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13 일상/생각인공지능은 카렐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스카이넷이 될 것인가 1 Eneloop 16/03/16 6353 3
    891 기타선선한 늦여름 아랫목에 배 깔고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38 위솝 15/09/02 6353 0
    9299 경제바뀌지 않는 국책사업의 이면 5 쿠쿠z 19/06/11 6352 18
    8955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7 임아란 19/03/12 6352 57
    6716 음악[번외] Jazz For Christmas Time -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를 중심으로 (1) 8 Erzenico 17/12/06 6352 6
    1877 음악Gabriel's Oboe, Nella Fantasia, A Rose among Thorns 3 새의선물 15/12/28 6352 0
    8632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6351 63
    7812 게임[불판]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 - 한중전 180 OshiN 18/07/08 6351 1
    10121 스포츠가을이횽이 그리핀 신임 대표로 돌아옵니다. 4 Groot 19/12/27 6350 0
    11421 사회일용근로자 월가동일수 기준 축소에 반대한다 7 주식하는 제로스 21/02/16 6348 16
    8597 스포츠nc 다이노스가 외국인 선수로 에디 버틀러를 영입했습니다. 키스도사 18/12/03 6348 0
    13308 사회한국 사회의 검열이 완화되지 않는 진짜 이유? 80 카르스 22/11/10 6347 7
    10388 오프모임아무래도 다가오는 주말의 마지막에는 홍차를 마시는게 좋겠어 32 나루 20/03/17 6346 7
    10102 일상/생각환상의 나라에 대한 환상 3 소고 19/12/22 6346 6
    9882 오프모임(마감) 가을 할로윈 볼링벙!! 53 은목서 19/10/24 6346 14
    5409 경제차를 굴린지 1년, 비용을 계산해봤습니다. 10 토비 17/04/10 6346 2
    11911 정치기재부가 정말로 돈을 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매우 짧은 생각 37 알겠슘돠 21/07/22 6345 0
    10579 일상/생각작년 한 해를 겪으며 생존해온 이야기 21 shadowtaki 20/05/13 6345 22
    2758 음악토토가?? 토토팝!! 7 Bergy10 16/05/07 6345 1
    10980 일상/생각고양이 이야기 3 Velma Kelly 20/09/23 6344 23
    4190 기타Bruce Springsteen - The River 5 새의선물 16/11/19 6344 5
    9360 일상/생각페미니스트로서 트렌스젠더 이해하기? 18 와하하하 19/06/28 6343 4
    5193 게임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은 대단합니다. 12 커피최고 17/03/15 6343 3
    2892 경제한국에서 구조조정은 왜 실패하나?-STX법정관리에 부쳐(상) 25 난커피가더좋아 16/05/25 6343 8
    3598 일상/생각정치혐오증에 대한 변명 17 리틀미 16/08/28 634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