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20 17:56:43
Name   Last of Us
Subject   [소설] My funny teens
우리는 이불에 누워있던 채로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말이 방문을 비집고 들어오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말은 너무 얇아서 누구의 입에서 떠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담배를 많이 피워 목에 가래가 낀 나이든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시계는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우리는 일어난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으며,
서로에게 눈빛으로 어제 혹은 이번 주에 잘못한 일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모두들 이렇다할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던 재빠른 손들은 어느새 난간을 짚고 있었고, 그 중 큰 손은 옥상 문을 열어 환한 빛을 모두가 품게 했다.
'엎드려라'
우리가 왜 엎드려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을 누군가는 있었겠지만, 그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검은 프라스틱 관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었다. 내려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목을 꺾을 수 밖에 없었고, 그것과 함께 할 수 없다는데서 생긴 울분을 우리의 엉덩이에 토해냈다.
한 명 한 명 그 울분을 당해내지 못한채 딱딱한 대리석 바닥을 굴렀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앞서와 같은 힘으로 검은 관의 목을 꺾었을 텐데, 아직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이제 남은 분이 없어서일까. 혹은 따뜻한 하늘이 꺾인 목을 받쳐들어서였을까.
큰 고통은 나에게 오지 않았다.
'왜 아침을 안먹는거야'
아. 조금 전 까지 어떤 소리도 내지 않던 나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침을 먹지 않는 행위가 우리를 깨우는데 충분한 행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의 목을 아니 다른 무언가를 꺾는데는 충분한 행위라는 것은 깨달았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56 창작[소설] R.I.P Romance 1 태양연어 20/03/08 4470 1
    382 기타[소설] My funny teens 3 Last of Us 15/06/20 6042 0
    3404 게임[소닉 매니아], 소닉 시리즈의 부활??? 9 커피최고 16/07/30 4682 1
    6817 게임[소녀전선] 제9전역 클리어 후기 2 루아 17/12/23 5773 0
    6581 게임[소녀전선] 나의 10제대 이야기 3 루아 17/11/12 7313 0
    888 음악[소개] 프롬(Fromm) 10 *alchemist* 15/09/02 5814 0
    829 음악[소개] Wasted Johnny's (부제:신난다! 달리자!) 8 *alchemist* 15/08/22 4455 0
    4572 IT/컴퓨터[소개] Swift Calcs - 최고의 온라인 계산기 8 April_fool 17/01/08 8574 10
    13587 꿀팁/강좌[셀프케어] 내돈내산 케어템 리뷰 3 Only 23/02/22 3752 10
    13759 음악[세월호 추모곡] 치타x장성환 Yellow Ocean 뛰런 23/04/16 1900 1
    14040 기타[설문조사] '관광지 일탈행동에 관한 행동의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 핑크팬더 23/07/14 2094 0
    12012 철학/종교[설문조사 진행중] 건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시급) 30 매뉴물있뉴 21/08/25 3494 2
    13698 일상/생각[설문]식사비용, 어떻게 내는 게 좋을까요? 7 치리아 23/04/01 2238 0
    5417 정치[설문?] 여러분은 이 후보를 왜 지지하시나요 20 니생각내생각b 17/04/12 3900 0
    11840 오프모임[선착순 2명] (7/9 금 저녁 7시 서울 8호선 문정역) 독일맥주 강의+시음회 47 캡틴아메리카 21/07/02 4160 3
    12314 오프모임[선착순 1명] * 벨기에 맥주 최강자전 * (12월 3일 서울 신림역 인근) 18 캡틴아메리카 21/11/30 4030 1
    10495 기타[선거시 코로나 전파를 막기 위해서] 손소독 + 민증소독 4 당나귀 20/04/15 3759 0
    8815 도서/문학[서평]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최고요, 2017 1 化神 19/01/28 4151 4
    7471 도서/문학[서평]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피터 콜린스, 2018 3 化神 18/05/02 4626 7
    11347 도서/문학[서평] 충만한 일 찾기(How to Find Fulfilling Work, 2012) 2 bullfrog 21/01/17 3915 7
    11417 도서/문학[서평] 인에비터블(The Inevitable, 2016) 4 bullfrog 21/02/14 3625 3
    8052 도서/문학[서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2011 7 化神 18/08/13 5292 4
    8247 도서/문학[서평] 세대 게임 - 전상진, 2018 2 化神 18/09/17 4927 8
    249 기타[서평] 빅데이터 시대 : 알고리즘적 자아와 존재론적 위기, <만물의 공식> 5 그녀생각 15/06/07 9732 0
    8726 도서/문학[서평]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메아리 19/01/04 4459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