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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0/10 22:48:02 |
Name | 범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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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뒷북주의) 한글이 파괴된다고요? |
어제 한글날을 맞이하야 인터넷 세상에서도 한글의 570돌을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십대들의 신조어를 한글 파괴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사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주로, '젊은 세대의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이 우리 말과 그 안에 담겨있는 민족의 얼을 파괴한다.' '자기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사용하여 세대간 차이를 넓힌다.' 이정도인데요. 억울합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문자입니다만, 우리가 변용하는 것은 한글이 아니고 한국어 입니다. 언어는 시대,장소,집단의 문화등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입니다. 표준어의 정의만 봐도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고, 이는 즉 표준어는 그 시대 사람들이 쓰는 말이 바뀌면 표준어도 바뀐다는 거죠. 어차피 변하는 게 당연한 언어인데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의 언어를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15세기 중세국어와 비교하면 기성세대가 쓰는 언어도 천지가 다섯번은 개벽하고도 남을 수준인데 그럼 현대인들은 전부 세종대왕께 죄송하다고 싹싹 빌어야 한단 말입니까. 심지어 우리는 아래 아를 비롯해서 어두자음군, 반치음같이 소실된 기호들은 발음도 모릅니다. 반성해야 할까요? 오히려 우리가 계속해서 신조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쓰기 불편한 언어들은 자연 도태되고 사용하기에 경제적이고 그 의미를 잘 표현하는 단어들만 남음으로써 한국어가 발전할 수 있겠죠. 이는 또한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의도와도 맞는 듯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좋은 신조어를 만들면 만들 수록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해주는 것이죠! (외쳐 주모!) 또 기사에선 이런 신조어들을 세대간 소통 불화의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물론 외계어같은 단어들의 향연에 정신이 어지러우신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세대간 소통을 하려면 젊은 세대들이 먼저 다가가는게 맞겠죠. 그치만 이 또한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대화할 때 "할아버지 올해 추석 용돈 대박! ㄹㅇ 통 크신 부분 인정?" ..이러지 않잖아요?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에 맞추어 대화합니다. 다른 세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신조어는 우리끼리만 씁니다. 이것이 문제라고 하면, 의사들 사이에서 의학용어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의사분들이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수술'해야 한다고 하지, '오퍼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한글을 파괴한 적도, 세대간 갈등을 조장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섀도우복싱한거죠. 사실 기자들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십년 전에 방가방가,하이루 하던 세대도, 이십년 전에 전화선 연결해서 통신하던 세대도 지금 다들 직장에서 기업문화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 아닙니까. 지금 신세대들도 한 때 흘러가는 유행을 소비하는 것일 뿐이니 좋게봐주십쇼 ㅎㅎ 한글날 인터넷 기사보고 분노에 차 폰 두들기다가 하루 삭이고 써봤습니다. 티타임에 제 생각 적어놓은건 처음인 것 같네요. 사실 욕먹는건 괜찮은데 제 수준의 밑천이 드러나서 좀 부끄럽습니다 헤헤. 이거 어떻게 끝내죠? 뿅!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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