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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0/13 14:27:12수정됨 |
Name | elanor |
Subject | 태어나서 받아본 중에 제일 최악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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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종사촌 동생은 저와 터울이 16년 정도 납니다. 제가 20대 중반 좀 넘어섰을 때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죠. 제 눈에는 아기라서, 귀엽다고 10살이면 다 큰 애인데 안고 뽀뽀하고 다녔어요. 미국인이라서 아주 가아끔 오거든요. 어느 일요일엔가 꼬맹이를 데리고 교회를 갔다가 오는 길에 미국엔 없는 신기한거 보여주려고 천냥 백화점을 데려갔지요. 아주 싸고 이것저것 이상한 물건이 많은지라 별세상이었는지 구경에 여념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제게 힘들게 말을 꺼내는데 조그만 허브 화분 하나만 사달라고 하는거예요. 사줄 수는 있는데 왜 사고... 더 보기
제 이종사촌 동생은 저와 터울이 16년 정도 납니다. 제가 20대 중반 좀 넘어섰을 때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죠. 제 눈에는 아기라서, 귀엽다고 10살이면 다 큰 애인데 안고 뽀뽀하고 다녔어요. 미국인이라서 아주 가아끔 오거든요. 어느 일요일엔가 꼬맹이를 데리고 교회를 갔다가 오는 길에 미국엔 없는 신기한거 보여주려고 천냥 백화점을 데려갔지요. 아주 싸고 이것저것 이상한 물건이 많은지라 별세상이었는지 구경에 여념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제게 힘들게 말을 꺼내는데 조그만 허브 화분 하나만 사달라고 하는거예요. 사줄 수는 있는데 왜 사고 싶은거야? 하고 물어봤는데 엄마한테 선물 하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아, 그래? 하고 선뜻 사줬고 무척 기쁜 표정의 꼬맹이와 함께 이모가 계신 우리집으로 걸어갔지요. 근데 현관 앞에서 안절부절 하는거예요. 왜 그래? 하니까 선물인데 포장이 없다고 그러더군요. 저도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건 그러네... 싶다가도 그게 안절부절 할 정도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죠. 없어도 되잖아요? 어쨌거나 애가 힘들어하니까 뭐라도 해야죠. 집 앞에 박스 모아둔 곳에 가니 알맞게 작은 무지 박스가 때마침 있었고 거기에 화분을 넣어줬습니다. 아이는 등 뒤에 박스를 숨기고 엄마한테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선물! 하면서 어서 리액션을 하라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재미있던 감정이 있었는데요, 화분은 내 돈으로 산건데 상당한 유난이다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아이가 박스에 포장해서 손에 드는걸 본 순간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온전히 그 아이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겠지요. 이 글 읽으면서 옛날의 에피소드가 생각났어요. 꼬맹이는 그 화분이 내가 사준거라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았으니, 본문의 남자와는 다른 타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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