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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06 07:32:46
Name   저퀴
Subject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리뷰

원래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나 이야기해볼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원래 누구나 좋아하던 걸작을 리마스터한다고 또 이야기할 게 있진 않더군요. 그나마 PC판 최적화가 별로라서 프레임 드랍이 심한 것 말고는요. 그래서 이어서 플레이한 인피니트 워페어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캠페인 구성은 메인 시나리오와 곁가지가 되는 부가 임무들로 나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가 임무는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전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니까 수많은 식민지의 다양한 배경을 활용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지구에서 치고 박고 싸우던 전작보다 단조롭습니다.

대신 전투기를 조종하는 부가 임무는 기반이 탄탄해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차라리 보병 같은 건 때려치고, 로봇이나 전투기만 나오는 게임이나 만들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속도감 있는 함대전은 어지간한 우주전을 다루는 게임들보다 낫습니다. 다만 첫 시도인만큼 생각보다 반복적이더군요.

그리고 주 임무도 나쁘진 않습니다. 고스트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스트는 몰입이 안 될 정도로 중구난방이었고, 상당수가 비좁고 플레이어가 정면만 보면서 싸워도 될 정도의 단순한 레벨 디자인이 많았는데요. 인피니트 워페어도 별로인 부분은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전함 같은 넓은 장소에서 싸우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좀 더 나아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시나리오에 있어선 합격점을 주기 어렵습니다. 인피니트 워페어의 캠페인은 과장해서 표현하면 고스트에서 전혀 발전한 게 없어요. 고스트는 상식을 무시하는 설정과 자극적이기만 하고 실속 없는 전개로 가득했는데, 인피니트 워페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상력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더욱 문제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악역인 SDF는 정말 유치합니다. 우주 시대의 인류에게 반인륜적인 파시스트 집단을 악역으로 넣는 건 너무 많이 봤거든요. 심지어 그 묘사란 것도 대부분 정신 나간 놈들의 윽박 지르기가 전부라서 적을 상대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승리하여 쾌감을 느끼는 것도 어려워요.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이미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을 통해서 그런 연출을 질리도록 봤습니다. 심지어 그보다 못하고요.

또 꽤 많은 조연이 등장하는데, 모두 비중도 적고, 제대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비중 있는 조연들을 다 합치면 본격적인 RPG에서나 할애할 수 있는 분량이고, 플레이 시간이 훨씬 적은데다가 액션에만 치중된 콜 오브 듀티에선 만족스러운 묘사가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래서 후반부는 거의 날림 전개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전개로 매스 이펙트 2를 떠올릴 수 있었는데, 둘을 비교하는 건 매스 이펙트 2에 대한 모욕에 가까울 정도고요.

마지막으로 SF 게임인데 상상력도 빈약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뛰어다니는 시대에 등장하는 군용 로봇은 사람 형상을 한 보병과 전차 역할의 보행 병기가 전부에요. AW의 드론 떼거리나 블랙 옵스 시리즈의 다양한 군용 로봇에 비하면 더욱 미래를 다루는 게임이 왜 이리 진부한지 모르겠더군요. 그나마 상상력을 쏟아부은 부분이 총기 밖에 없는데, 그 총기조차 실제 존재하는 총기 디자인에 아주 조금씩 상상을 더한 게 고작이라서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영상미에 있어선 AW 이후로 블랙 옵스 3보다 나았네요. 특히 프레임만 아니라면 인게임에서 컷신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꽤 자연스럽고, 대부분의 컷신은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무엇보다 컷신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오히려 잘 살린다는 점에서 장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별로라고 말한 후반부도 콜 오브 듀티란 제목에 어울리는 군인 정신에 대한 묘사는 일관성 있게 연출한 것도 호평까진 아니더라도 괜찮았고요.

그 밖에 PC판으로는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도 지적한 프레임 드랍이 좀 과하게 일어나서 플레이가 방해가 되던데, 이제 콜 오브 듀티 PC판은 도저히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최적화가 아니에요.

그리고 멀티플레이는 서플라이 드랍을 또 보기 싫어서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AW는 최악이었고, 블랙 옵스 3는 초반부까지만 납득할만한 수준이었는데 인피니트 워페어는 선을 넘었어요. 만일 다음 작도 이게 유지된다면 앞으로 제가 콜 오브 듀티를 안 할 것 같네요. 모던 워페어의 영광 이후로 가면 갈수록 PC판 인원은 줄어들고 있는데 액티비전은 돈 밖에 모르고 있네요. 예전에 엘리트 같은 불합리한 정책도 알아서 폐지했던 곳인데 판단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전 콜 오브 듀티의 정체성은 특유의 캠페인과 개인에 중점을 둔 캐쥬얼한 멀티플레이가 전부라고 생각해서 팬들의 불만인 획일화되는 SF 배경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하지만 SF 배경을 계속 추구하려면 새로움이 있어야죠. 인피니트 워페어는 인피니트 워드가 최선을 다해 만든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게임이네요. 오히려 리마스터를 맡았고, 경력도 있는 레이븐 소프트웨어의 콜 오브 듀티가 더 보고 싶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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