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11 15:30:17
Name   black
Subject   영화 <색, 계> (와 아주 살짝 관련된 이야기)

아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영화 <색, 계> 가 재개봉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색계>와 관련된 일화 하나가 떠오르네요.


영화 <색계>가 처음 개봉해서 파격적인 수위로 핫 했던 그 시절에도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같은 신진 문물은 없었지만 요즘과는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어요.
잠을 잔다고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워서는
이불속에서 핸드폰으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뒹굴 거리곤 했죠.

“야 색계가 그렇게 야하대~”
“맞아 막 다(?) 보여준대!”
“우리도 한번 보러 가볼까??”

와 같은 내용을 꺆꺅 꺄르륵~ 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어요.


컴퓨터 메신저로 좀 전에 자러 간다고 인사를 다 마쳤던 아는 남자 사람에게서

“OO아 나 영화 <색계>가 너무 보고 싶은데 이번 주말에 같이 보러 갈래?”

라는 문자가 오더군요.


순간 ‘이 색...이 미x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요.

연인사이도 아니고, 절친한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동성 사이도 아닌,
더구나 영화를 같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사이에서
색계 처럼 수위가 쎈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말하다니
그 애는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어요.

“야 XX(남자 사람)이 나보고 색계를 같이 보러 가재”
“헐~? 뭐야 걔 완전 변태 아냐?”

게다가 먼저 문자를 나누고 있던 친구도 제 의견에 백퍼센트 동의를 해 주었지요.

저는 “야 이 삐~~~” 라고 욕을 한바가지 쏟아주고 싶었지만
저의 사회생활은 소중하기 때문에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맑게 하여

“응?? 그 영화 엄청 야하다던데? ㅎㅎ” 라고 은근한 거절의 문자를 보냈지요.

그러자 10초도 되지 않아서
“응??? 그 영화에 야한 장면이 있나??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하는 장문의 답장이 도착하더군요.

이것은 무언가 이상했어요. 이것은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장문의 답장이었지만 첫줄만 읽고도 본능적으로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새하얘졌어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차근차근 그 애가 먼저 보내온 문자를 확인해 보았죠.



“OO아 나 영화 <식객>이 너무 보고 싶은데 이번 주말에 같이 보러 갈래?”


...............................................


거기엔 어느새 영화 제목이 <색, 계>에서 <식객>으로 바뀌어 있던 것이에요!!!!






그렇습니다. 저는 망한 것입니다.
이제 저는 자러 간다고, 침대에 눕는다고 말해놓고는 야한 영화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음탕한 여자가 된 것입니다!!!

어떻게든 저는 이 사태를 수습해야만 했어요.
원래부터 간혹 난독 증세가 있긴 했지만 그런걸 핑계로 댈 수는 없었어요.
어떻게든 저는 화제를 돌려야만 했어요.

“응! 그래! 나 이번 주말에 시간 많아! 영화 보러가자 영화!”

그렇게 얼떨결에 영화 약속을 잡았고
그러고 보니 그게 마침 오늘(빼배로 데이) 였네요...

그리고 결말은..

뭐.. 여러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스토리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입죠...


지금은 서로 연락도 닿지 않는 사이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잠시나마 설레였을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 ..)




그러게 왜 영화계는
비슷한 제목의 영화를 동시에 개봉 했답니까?! (버럭)




ps. 사실 이 글은 빨리 묻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타임라인에 쓰고 있었는데
영화 사진 퍼오려다가 창을 잘 못 닫아버려서 글이 다 날라갔... ㅂㄷㅂㄷㅂㄷ
분노의 마음을 용기로 바꿔서 티타임에 올려보지만
티타임에 글쓰기는 넘나 부끄러운 것.. *-_-*




17
  • 흑역사는 좋아요 1
  • ㅂㅌㄴ ㅊㅊ
  • 춫천
  • 삶의 애환이 닮긴 유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 추게에 박제합시다.
  • 변태는 추천
  • 쏴랑해요 음란마귀
  • 이 맛에 추천 누르는거 아닙니까?
  • 이런건 박제해야죠 흐흐
  • 변태는 츄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42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1 기아트윈스 16/09/04 7313 17
4134 일상/생각영화 <색, 계> (와 아주 살짝 관련된 이야기) 16 black 16/11/11 5723 17
4347 일상/생각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45 기아트윈스 16/12/10 5626 17
4412 일상/생각지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 41 tannenbaum 16/12/18 5733 17
4648 사회뉴게(?)를 보고 몇 자 적어보는 구속수사 8 烏鳳 17/01/17 5745 17
4926 사회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국제 개발,원조의 경우) 7 하얀 17/02/19 6156 17
5134 일상/생각(변태주의) 성에 눈뜨던 시기 11 알료사 17/03/10 6868 17
5261 일상/생각구두통 메고 집 나간 이야기 16 소라게 17/03/22 4445 17
9352 일상/생각20년전 운동권의 추억 31 제로스 19/06/27 6077 17
5463 일상/생각세월호를 보고 왔습니다. 2 Terminus Vagus 17/04/17 4653 17
5593 일상/생각얘드라 싸우지말고 ㅅㅅ해 ㅅㅅ!! 26 세인트 17/05/09 6053 17
8845 기타스타2 마스터 드디어 달성했습니다! 12 김치찌개 19/02/07 5505 17
5808 역사삼국통일전쟁 - 1. 일백일십삼만 대군 15 눈시 17/06/18 5382 17
5827 일상/생각간만에 끓여 본 미역국이 대실패로 끝난 이야기. 15 빠독이 17/06/22 4951 17
5972 도서/문학저 면접 못갑니다. 편의점 알바 때문에요. 18 알료사 17/07/19 6870 17
6010 일상/생각인생은 다이어트. 9 프렉 17/07/26 6709 17
6068 일상/생각수박이는 요새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完 26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8/07 7098 17
6074 일상/생각익숙한 일 11 tannenbaum 17/08/08 4400 17
6112 경제LTV-DTI 규제 강화는 현 여당에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드나? 38 소맥술사 17/08/16 8334 17
6147 사회노 키즈 존. 20 tannenbaum 17/08/22 6350 17
6166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3 8 호라타래 17/08/25 4675 17
6183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4 6 호라타래 17/08/28 4540 17
6225 정치핵무기 재배치의 필연적 귀결에 대한 "무모한" 설명 44 Danial Plainview 17/09/04 6374 17
6247 일상/생각그때 미안했어요. 정말로. 10 알료사 17/09/08 5684 17
6885 IT/컴퓨터정보 기술의 발달이 지식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추억 11 기쁨평안 18/01/03 5420 1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