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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1/15 13:42:53 |
Name | 민달팽이 |
Subject | 오빠 |
'오빠'라는 말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오빠라고 불러'라고 하는 말이 듣기 싫다. 친오빠와의 사이가 유독 돈독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오빠'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귀염성도 없고 애교도 없는 포지션으로 누구에게나 항상 똑같이 '선배님', '회장님', '팀장님', '실장님' 등등 직책을 붙여 말해왔다. "아람아, 정 없게 선배가 뭐냐. 오빠라고 불러" "아뇨, 저는 저희 오빠 따로 있는데요" "야, 그냥 오빠라고 편하게 부르라는 거지" "그래도 선배님이니까 저는 선배라고 부르고 싶어요" "말이 많아. 너랑 오빠동생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리고 그 '오빠'는 종강기념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잠든 내 가슴께를 더듬었다. "저기, 팀장님" "아람아, 우리끼리 있을 땐 오빠라고 불러도 돼" "아뇨, 그래도 팀장님인데…. 제가 그렇게 막 부를 수는 없죠" "야, 오빠가 너랑 친해지고 싶다는 건데 그걸 그렇게 딱 잘라 말하냐" "아니오…그래도…." "괜찮다니까. 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편하게 지내면 좋잖아" 어느 날엔가. 우리 와이프는 말라서 스타일은 좋은데, 만지기가 싫어. 뼈다귀 만지는 것 같고 아프다니까. 밤에 야식을 그렇게 먹이는데도 살도 안 찌고. 그게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어쩌구저쩌구 신세 한탄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그 '오빠'는 슬쩍 내 손을 잡더니 살 부드러운 것 좀 봐. 왜 넌 오빠한테 먼저 연락도 안 하고 그래? 오빠 속상하게. 그리고 팔뚝으로 점점 손이 움직였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고,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는 행동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 '오빠'는 씩 웃으며 어디 가고 싶은데 있거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오빠한테 연락해. 알았지? 근 한 달 후 오늘. <카톡!> 아람! 잘 지내? 전화도 안 받고… 오빠 섭섭하게~ 연락 좀 해!ㅋㅋㅋ ...... 꾸욱. <차단> 이 이야기의 99%는 실화입니다. 끙. 전 정말 진심으로 오빠라는 말이 싫습니다. 신성한 티타임 첫 글이 추저분한(?) 글이라 죄송합니다. 흑흑.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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