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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02 15:46:42
Name   눈부심
Subject   어떤 미국악당


마틴 쉬크렐리는 현재는 회사대표가 아니지만 다라프림이라고 하는 항생제를 생산하는 회사의 대표였어요. 한 알에 $13.50이던 약값을 갑자기 한 알 당 $750불로 인상시켜 미국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됐지요. 그는 미의회 청문회에 불려갔는데 변호사를 동반하고 연신 '싸가지없는' 표정을 짓거나 피식피식 웃기도 하는 등의 불량한 태도로 미국의원들을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의원들의 모든 질문에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수정헌법 5조의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의원님의 질문에 답하지 않겠습니다."란 대사를 앵무새처럼 읊습니다. 첫번째 영상은 한국어로 된 뉴스예요.



미의회청문회 영상인데 1분 36초에서 Trey Gowdy라는 의원이 질의를 하죠. 화가난 듯 엄격한 어투로 쉬크렐리를 심문하지만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만 합니다. 참 나쁜 놈이지 않나요? 어렵게 만들어지는 약도 아닌데 수백불씩 뻥튀기를 해놨으니 쉬크렐리 때문에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나쁜놈도 저런 나쁜놈이 없죠. 그런데 이상하게 쉬크렐리가 마냥 악당같지만은 않아요. 잔머리를 굴리고 태도도 불량한데 그의 이미지에 신자유주의 자본국가 미국 사회를 오버랩시켜 형상화하면 꽤 재미있는 풍자화가 될 것 같이 흥미가 당겨요. Trey Gowdy는 티파티의 일원이고 공화당하원의원입니다. 약력을 대충 훑어보니 뼛속깊이 네오칸이에요. 미국의원들이 펀드레이징 압박에 굉장히 시달린다고 하는데 여튼 공화당이 미국제약회사에서 끌어모으는 선거자금은 어마어마하죠. Trey Gowdy 개인이 마틴 쉬크렐리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록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미국 제약회사와 공화당과의 긴밀한 공생관계, 보통 당의 이념을 따르곤 하는 대부분 의원들의 태도 등을 미루어 짐작컨데 저렇게 호통칠 입장이 아닌 건 분명하죠.

마틴 쉬크렐리는 언변이 좋고 스마트하고 심지어는 위트까지 겸비한 악당이에요. 그러나 미국 정치인들이 지난 역사동안 적법한 절차로 취해온 뇌물의 이미지가 이 악당을 사악한 조연이 아니라 미국사회를 맘껏 비웃는 주연으로 격상시키는 듯한 착각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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