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2/18 17:36:23
Name   tannenbaum
Subject   지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
어제 저녁 가게 키와 레시피 북(이라고 해봐야 인터넷에 다 나와 있고 재료들 뒷면에 다 나온거지만....), 필요한 전화번호, 명함 다 넘기고 새로운 주인과 술한잔 했습니다. 계약할 때부터 쎄~ 하더니 취기가 올라와 이야기를 해보니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성격이더군요. 좋게 말하면 사회생활 오래해서 생활력이 강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내돈은 귀한돈 니돈은 내가 뺏어먹고 싶은 돈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

사실 그 분이 인수하겠다고 왔을 때부터 태도나 말투가 참 별로였습니다. 그 금액을 투자하는데 매달 그 수익은 좀 부족하지 않냐는 둥 인테리어가 좀 낡았다는 둥 아까 본데가 정말 좋은데 너무 비싸서 계약을 안했다는 둥... 어떻게든 내 가게(이젠 그사람 가게지만) 흠집을 찾아서 값을 깍으려는 게 눈에 너무 보였죠. 처음부터 난 투자 수익률 대비 적정한 가격으로 가게를 내 놓았고 네고는 불가하다 다 알리고 시작했습니다. 그 가격에 팔리지 않으면 그냥 계속 하면 되는 것이고 급할것도 없었고요.... 이해는 합니다. 사람이란 게 살때는 한푼이라도 싸게 팔때는 한푼이라도 비싸게 팔고 싶은건 누구나 그러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난 이가격 아님 안판다 몇번을 말했는데도 여기는 내가 인테이러를 다시해야하니 2천만 깍아달라. 저기는 어떠니 5백만 깍아달라.... 수도 없이 찾아와 귀찮게 했습니다. 뭐 결국엔 내가 내놓은 가격으로 거래를 했지만... 가게를 넘기고 분명히 무슨 말이 나올거라 예상했지만 그게 바로 넘긴지 하루만에 오늘 터질지는 몰랐습니다.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며 홍차넷, 옆동네, 포털, 야구동영상...(아. 이건 아니고..) 돌아댕기면서 잉여짓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 받자마자 대뜸 성질부터 내더니.... 분명 지금 일하는 알바생들 계속 일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아이들다 다 그만둔다고 했다며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버럭버럭 화를 내더군요.. 내일부터 다 안나온다 하니 내가 나와서 일을 하던 새로 구해놓던지 하라고 화를 냈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내가 애들 길을 잘 못 들여놨다고 그런 싸가지 없는 애들인 줄 알았으면 진작 내가 미리 다른 친구들 구했을거라고 뜸금없는 소리만 해댔습니다. 일단 알겠으니 애들하고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고 근무가 끝난 오전 알바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알바애가 새로운 사장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자 얘기하니 딴소리만 하며 안쓰려 했다 합니다. 그래서 대놓고 이전 사장형(고마워 얘들아... 나한테 형이라 해줘서...ㅜㅜ) 시급 얼마에 주휴수당까지 해서 얼마얼마를 받았다. 주인 바뀌어도 그 조건 그대로 받기로 했는데 맞느냐 물었답니다. (사실입니다. 애들이 계속 일하는 조건으로 내가 주던 급여 그대로 주기로 하고 계약했습니다. 구두계약이긴 했지만....) 그랬더니 대답을 회피하고 구렁이 담넘어가는 소리만 해댔답니다. 그래서 저 일주일에 몇시간, 일주일에 얼마 받는 것 맞느냐 집요하게 물으니 화를 버럭내며 어린게 무슨 돈돈거리냐 벌써부터 그럼 못쓴다며 일장 연설을 했다 합니다. 결국 시급 6천원에 주휴수당은 일하는 거 봐서 주겠다 대답하니 애가 어이가 없어 다른 알바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알바생 전원이 내일부터 안나오겠다 통보를 한것이었습니다.

다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이야기 했던거와 다르지 않느냐. 저는 지금 아이들 얼마만큼 주고 있고 사장님께서 그대로 승계하신다 약속하고 지금 애들 계속 일하기론 한건데 말을 바꾸시니 애들이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했더니..... 딱 이렇게 말하더군요.

'장사한지 얼마 안되 유도리가 없나 본데 법대로 칼 같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장사를 하다보면 좀 덜 줄수도 있는거고 일 열심히 잘하면 더 줄수도 있는거지 그렇게 답답하게 장사하면 안된다. 애들 버릇을 잘 못 들여 놓으니 내가 이 고생을 하지 않느냐. 새 직원 구할때까지 당신이 책임지라'

그 말을 듣는 저는 어이가 없어. 어찌되었든 간에 이제 사장님 가게니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라 말하고 끊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현재 진행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분도 지금 애들 계속 쓸 생각은 없었나 봅니다. 인수 초기이니 익숙한 직원들이 필요했던 것이고 자신이 가게에 익숙해지면 애들 다 바꿀 모양이었을 것입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애들이 그만둔다 하자 당장 불편해질테니 나한테 그러는것일 뿐.... 대충 계산하면 애들 한명당 월 19만원,  월 76만원 아끼려고 그러나 봅니다. 한동안 좀 귀찮고 골치 아파질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매우 강하게 듭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쌩깔거지만.....


여튼간에 지가 잘못 해놓고 왜 나한테 승질이야 진짜....


P.S - 지방도시 동네가게들이라 그런지 이동네는 주휴수당은 물론 최저시급 안지키는 가게들이 거의 대부분이더군요.



17
  • 덕분에 저녁에 다이어트합니다 속이 꽉막혀서 입맛도 떨어지네요
  • 양수자=개객끼로 해두시고 스팸처리를...
  • 사장님 멋지시니까 추천
  • 사장형 멋져요!!
  • 사장의 품격


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조심스럽게 연재물 예상해봅니다.
tannenbaum
아... 앙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저 사장 마인드대로 장사하면 3개월 내에 가게 평판 다 떨어지고 문 닫을거라 예상해봅니다.
알바생한테 저렇게 대하는 사람이 손님한테 잘 할거라고는 보이지 않네요..
tannenbaum
그럴지도요...
근데 제가 아는 사람 중 손님에게는 간, 쓸개 다 빼줄 듯 잘하지만 종업원은 무슨 조선시대 노비 부리듯 하는 사람이 있거등요.
잘 먹고 잘살더라구요. 엄청 부자로....
레이드
진짜 참..고구마 한 박스는 먹은 거 같네유..후..
집정관
정말 상종하기 싫은 부류네요.
에휴 고생많으시네요.
파란아게하
시-
작하면서 호로록 말아먹을 듯..
아유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는 처벌사항 아니었던가요... 장사 시작하시면서 노동청에서 잔소리 듣고 시작하면 저 사장님 기분 참 좋겠네요.
알료사
흠... 이건 어떻게 인실X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
피아니시모
지가 잘못해놓고 화내면서 성질부리는 게 박근혜랑 박사모 같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통화시 녹음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분이 쌔 합니다.
아이폰이라 녹음 힘드시면 녹음기 구해서라도 꼭 녹음하시기 바랍니다. 저런 인간들 나중에 꼭 뒤에 가서 딴소리 하면서 뒤통수 칠려고 들건데 그럴때 녹음기 흔들면 바로 꼬리 내릴겁니다. 꼭 녹음 하세요.
tannenbaum
인터넷으로 하나 주문해야겠어요.
아이폰이 다 좋은데 이런게 안좋아요.
저는 통화녹음용 마이크가 딸린 icd-513f 를 씁니다. 우리나라에선 단종돼서 좀 비싸긴 한데 녹음이 ㅎㄷㄷ 합니다.

외장 마이크 쓸 수 있는 녹음기 있으시면 '통화녹음 마이크' 검색하셔서 사시면 됩니다. 정 급하시면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녹음해도 되고요.
삼성갤육
sk 쓰시면 sk 어플... t 전화인가 그걸로 녹음 되실걸요...?
의무조항 과태료를 쳐 맞아야..
Darwin4078
저도 자영업자 입장에서 웬만하면 사장 편에서 사건을 보는 편이지만, 이건 양수한 사장 잘못이고 이전 알바들은 착한데요?

진짜 말그대로 4가지 없는 알바라면 계약서 안쓰고 1달 일한 다음, 노동청에 계약서 안쓴거, 최저시급, 주휴수당 안준거 다 고발하겠죠. 그리고, 사장 엿먹으라고 연락 안하고 출근 안하고 가게키는 업장 안에다 던져놓고, 핸드폰은 꺼놓죠.
tannenbaum
와... 저 진짜 착한 애들이랑 일한거군요.
무섭당....
Darwin4078
이런 경험도 있었습니다.

1달 수습기간을 두고 수습기간에는 최저시급으로 급여 지급하고, 수습기간 끝나면 책정한 급여를 지급하면서 보너스 형식으로 수습기간에 못받았던 원급여-최저시급분을 주기로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하고, 이거 보고 불만이 있으면 지금 말씀하시라, 1달 일하고 유니폼만 가져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맞춰볼 수 있으면 맞춰보고 아니면 다른 분 하고 일하겠다고 얘기하고 동의하고 일하는데 1달 일하고 하루 일하고 다음날 저한테 자기가 보호1종인데, 급여를 받게 되면 정부보조금을 못받게 되니 자기를 4대보험 처리를 해주지 ... 더 보기
이런 경험도 있었습니다.

1달 수습기간을 두고 수습기간에는 최저시급으로 급여 지급하고, 수습기간 끝나면 책정한 급여를 지급하면서 보너스 형식으로 수습기간에 못받았던 원급여-최저시급분을 주기로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하고, 이거 보고 불만이 있으면 지금 말씀하시라, 1달 일하고 유니폼만 가져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맞춰볼 수 있으면 맞춰보고 아니면 다른 분 하고 일하겠다고 얘기하고 동의하고 일하는데 1달 일하고 하루 일하고 다음날 저한테 자기가 보호1종인데, 급여를 받게 되면 정부보조금을 못받게 되니 자기를 4대보험 처리를 해주지 말고 본인 4대보험 낼 돈만큼 자기 급여에 포함시켜달라는 얘기를 합니다.

야... 진짜, 이 수준까지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ㅋㅋㅋ

이건 말이 안되는거 잘 알지 않냐고,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무단결근.

그리고 며칠 뒤 노동청에서 연락이 옵니다. 최저시급 미지급, 계약서 미작성으로 민원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니 뭐... 이체내역이랑, 도장 찍은 계약서랑 다 있고 그래서 별일 없이 넘어가긴 했습니다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tannenbaum
증거/녹취의 생활화가 필요하겠군요.
하다못해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이에서도 자꾸 밑장을 빼려 들어서....

손모가지 몇 번 잘라줬더니 소문이 났는지 제 앞에서 말 바꾸는 사람은 못봤습니다.... 만 몇 주 전에 또 말 바꾸는 사람이 나와서 과거 녹음 폴더 뒤적거리는 중입니다. 아무리 부장이라도 저한테 걸리면 손모가지 잘리지 말입니다.
tannenbaum
머시써~~~ 하트 뿅뿅
굉장한 경험을 하셨네요.
좋은 참고가되었습니다..
지나가던선비
이건 연재물각이네요 그래서 미리 추천!
Bergy10
욕보셨습니다. 나이 한두살 계속 들어가면서 느끼는게 진상하고 엮이지 않는것도 복이라는 건데, 연말에 새해 액땜한다 생각하시길...
+) 연재물이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크크
tannenbaum
설마.... 연재물이 되지는 않겠.... 지요???
새해 액땜 미리 땡기는 걸 거에요.
그럴겁니다.
절름발이이리
커피숍 매각하셨군요.
tannenbaum
넹~ 크게 이득은 없지만 적당한 가격에 넘겼습니당.
kaestro
이젠 커피에서 만난 진상손님 고마운 손님 글은 더 못보겠네요
살짝 아쉬울지도...
양웬리
아니 그럼 이젠 다름 사업 하시나요?
tannenbaum
아이고... 사업은 무슨요... ^^;;
먹고 살려면 무언가 하긴 해야겠죠? 헤헤.
저도 학교 다닐 때 카페 알바 참 많이 했는데요. 주휴수당이고 뭐고 그런 게 어딨어요. 흑흑... 저도 참 모자란 놈이라 그런 거 그냥 참고 일하다 일 그만두고 노동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또 막상 일하다 보면 사장이랑 가족같이(?) 지내고... 정 들고... ㅋㅋㅋㅋㅋㅋ 근데 웃고 넘길 게 아니라 일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꼭 지킬 걸 지키지 않는 사장들을 가리고 신고해야 개선이 될 텐데, 전 쉽지 않더라고요...

별개로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운영하시던 가게의 프랜차이즈가 이디야인가요?
tannenbaum
아니에용. 그닥 알려지지 않은 프랜차이즈였습니다.
애패는 엄마
한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레코드
왜 제가 아쉽죠... 한번도 안 가본 커피숍이지만...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군요
더이상은 괴롭힘 안당하시길..
매직파이
가게 정리 하셨나부네요.. 위치만 알면 스리슬쩍 가보고 싶은 가게였는데..새로 시작하시는 일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사나운나비
으으.. 진짜 시르다......

앞으로는 어떤거 하시나요^^?
tannenbaum
백수~~
조심스레 연재물이 될거 같다는 의견에 한표를 더합니다만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연말에 액땜 제대로 하신다 생각하시고 넘기세요.
개인적으론 자영업자 연재물(?)이 사라진다는게 아쉽긴 합니다. 그간 잘 읽었었는데요.ㅎㅎㅎ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96 기타딸바보와 바보딸 27 민달팽이 16/12/16 5212 22
4397 기타머리에 꽃 꽂은 그녀 3 nickyo 16/12/16 4371 5
4398 일상/생각밥벌이하는 두통 환자 7 OPTIK 16/12/16 3245 0
4399 역사러일전쟁 - 펑톈 전투 4 눈시 16/12/16 4781 5
4400 음악메탈돼지아재의 노래방 애창곡 7 tannenbaum 16/12/16 5650 0
4401 정치항문주사가 근거있는 말이 된다면 6 windsor 16/12/16 7560 0
4402 게임슈퍼마리오 런 플레이 소감 1 Leeka 16/12/17 3414 0
4403 기타. 21 삼공파일 16/12/17 4127 2
4404 일상/생각노래로 얻는 교훈.. 그리고 근황;; 5 켈로그김 16/12/17 4093 0
4405 음악집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 27 하니n세이버 16/12/17 5350 3
4406 기타. 23 삼공파일 16/12/17 4577 0
4407 정치[불판] 그것이 알고싶다 - VIP 5촌 살인사건 28 Toby 16/12/17 6864 1
4408 창작첫키스의 맛은 -上 9 16/12/18 5232 0
4410 꿀팁/강좌이론, 가설, 법칙 15 눈부심 16/12/18 5450 6
4411 일상/생각멍뭉이 8 유자 16/12/18 4070 6
4412 일상/생각지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 41 tannenbaum 16/12/18 5183 17
4413 음악집회에서는 거의 못 듣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 7 nickyo 16/12/19 3828 3
4414 영화<바르샤바 1944>와 바르샤바 봉기 3 에밀 16/12/19 9529 1
4415 일상/생각새해 첫날을 경찰서에서 13 하니n세이버 16/12/19 5176 19
4416 일상/생각어느 옛날 이야기 2 뜻밖의 16/12/20 4092 0
4417 일상/생각오늘 하루는 마음이 싱숭생숭한 하루가 되 버릴듯... 7 NF140416 16/12/20 3142 0
4418 역사러일전쟁 - 제독의 결단 6 눈시 16/12/21 5706 5
4419 게임나름 역사를 바꿨던 사건들 #1 - 플스의 탄생 7 Leeka 16/12/21 6001 3
4420 일상/생각오랜만에 생각난 의경시절 이야기들 12 쉬군 16/12/21 4546 1
4421 일상/생각1년 만에 휴식 후 복직 3 고민하는후니 16/12/21 353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