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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2/30 22:52:04 |
Name | OPTIK |
Subject | 내 가슴속 가장 아픈 손가락 |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던가? 자식이 둘 이상일 때 흔히들 나오는 이 말조차, 사실, 100% 맞다고 하기 어렵다. 자식들이 다 잘살면 좋을텐데 인생이란 게 뜻대로 되지 않고, 또 순간순간 부모의 감정이란 것도 변수여서, 때때로 '더 아픈 손가락'이 생기기도 한다. 내겐 자식은 없지만 소중한 인연들이 몇 있고, 당연히 그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있다. 친구가 있었다. 너무 멋진 친구였다. 그 친구는 유독 나를 좋아했는데, '극과 극은 통한다', '반대 극에 끌린다' 같은 표현으로 대략 설명이 되겠지 싶다. 하여튼 나를 뒤집어 놓으면 다 그 친구였다. 얼굴도 조막만하고,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성격도 좋고, ......... 하여튼 우리가 왜 친구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흔하게 나올 정도로 우리가 친구인 건 이상했다. 근데 이상한 만큼 우리는 소위 '베프'였다. 내가 이 녀석을 생각만 하고 무뚝뚝하게 연락 안 하고 있으면 꼭 먼저 연락이 왔고, 내가 싫어하는 양식조차 이 녀석이랑 먹으면 잘도 넘어갔다. 이렇게 소중했던 친구가 시름시름 앓았다. 뭔가 있는 모양인데, 속 시원히 털어놓질 않는 거였다. 그냥 술이나 사줘, 하는 식이었다. 맥주 두 잔이면 넘어가던 애가 소주 한 병을 먹고도 걸어다녔다. 나는 나답게 뭔진 몰라도 곁에 있어주자고 생각했고 너무 많은 개입도 너무 많은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또 전화가 왔다. 술 사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장소가 이상했다. 한강. 알았어, 지금 갈게. ......... 설마 죽으려구. 떨리는 손으로 소주에 맥주에 통닭을 사가지고 뛰어갔다. 설마가 사람잡지 않는 모양이었다. 얌전히 앉아 있었으니까. 늘 그랬듯 예쁘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강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는 울먹이며 말을 꺼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자 전문가를 찾아간 모양이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뭔가 급한 기색이었다. 네, 네, 네......... 얘기를 듣는둥 마는둥 하는데 이 녀석은 괴로움에 북받쳤는지 눈물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이랬던 모양이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저 지금, 점심 시간이라....." 점심 시간이 가까웠으면 들이질 말던가. 애가 우는데...... 손이 떨렸다. 그래도 끝까지 듣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래서 이 녀석은 5분도 자기 얘기를 못하고 나온 모양이다. 그리고 한강에 와서 하루 종일 이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나도 울어버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한 채, 아이는 가슴에 자기 고민을 안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나와 기분 좋게 마시고, 전문가를 욕하며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잘 헤어져서 그 다음날 사라졌다. 나는 마지막에 위로가 되어 주지 못했다. 결국 내가 죽인 셈이다. 마지막은 결국 나와 함께였으니. "난 잘 모르겠지만, 정 누군가한테 말 못하겠거든 전문가를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 말을 했던 건, 나였다. 그리고 그 전문가는 배고픔에 점심 타령을 했고, 아이는 울며 뛰쳐나와 한강에서 결심을 했고, 마지막으로 날 만난 채 세상을 떠났다. 그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냥 어떻게 생긴 인간인가 얼굴이나 보고 싶었다. 아침부터 굶은 모양이지. 평소엔 따뜻한데 유독 그 녀석이 운이 없어 쌀쌀맞은 모습만 봤던 모양이지. ......... 난 친구 얘길 꺼냈다. 그는 친구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제가 잘 안 맞으면 다른 전문가를 찾아가야죠." 마음속 깊이 살인충동이 기어올랐다. 나는 별 말을 하지 못했다. 시작은 나였고, 이곳으로 인도한 것도 나였고, 결국 죄인도 나였다. 나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든든했어야 했다. 난 그러지 못했고, 내 무능력에 한 사람을 죽여버렸다. 5년이 지났고, 나는 그 전문가의 차가운 말투와 표정을 원망하려는 내 자신을 원망하면서, 그 아이를 그리워한다. 사람을 죽이는 건 이토록 쉬운 일이다. 그 아이는 기꺼이 부정하겠지만, 내 자신의 법에 의거하면 나는 살인죄나 자살방조죄 전과자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나를 용서하길...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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