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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17 05:09:57
Name   은머리
Subject   SBS인터뷰이야기, 문재인 불호 주의




문재인, 이재명 대선후보가 SBS 8 뉴스가 기획한 '2017년, 대선 주자에게 묻는다' 코너에 나와서 짤막한 인터뷰를 했어요. 아직 기획초기라 이 두 사람만 출연한 것 같아요. 되도록이면 선호도가 높은 순서로 인터뷰를 하되 각자 개인 일정도 고려해서 정한 순서라고 합니다. 문재인이 먼저 나오고 이재명이 두 번째로 서로 다른 날에 등장했어요. 이재명의 인터뷰를 들어보시고 문재인의 인터뷰를 다음으로 들어보세요. 제가 문재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세라면 어쩔 수 없다란 생각이 있었는데 불호가 더 커져버려서 큰일이네요 -_-

이재명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해 보여요.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잘 알아요. 말뿐인 사람도 있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전달력도 좋아져요. 탄핵민심 때엔 박근혜탄핵을 가장 먼저 소리 높였고 이번 인터뷰에선 부정부패와 재벌독식경제체제를 타파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고 다들 듣고 싶어하는 말들이라 오히려 인터뷰가 틀에 박혀 보일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문재인의 인터뷰로 넘어가는 순간 고구마 백 개 먹은 사람이 돼요.

공통질문 : 본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이재명] : 저는 단순하게 우리 작년 연말 그리고 올초까지 촛불시민들, 열심히 지금 광화문에서 싸우시는데 전국에서, 원하는 바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70년동안 쌓여온 이 나락의 적폐, 부패기득권 구조의 청산,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공정한 나라의 건설,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 제가 지난 번 대선 때 사용했던 슬로건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입니다. 둘째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이게 제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역시 제가 지난 번 대선 때 공약했던 것인데요.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열겠다라는 공약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 청와대는 국민과 격리된 구중궁궐입니다. 국민과 소통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소통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겨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서 남대문시장의 상인들과 함께 소주도 나눌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지금 청와대와 북악산은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그런 시민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어찌 인터뷰 끝날 때까지 재벌얘기 한마디도 안 하실 수가 있나요. 이 분이 민주당 후보로 나오면 투표하러 LA까지 운전하기 너무너무 귀찮을 것 같아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공약 1호는 무엇입니까?

[이재명] : 공약으로 치면야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경제 또 정치 여러 영역이 있겠습니다만 딱 한 개를 꼽으라면 국가의 제 1기능은 억강구약,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들을 구축해서 같이 살게 하는 것인데 현재 정부 또는 국가의 모습은 강자들의 편을 들어서 그 부패한 부당이득을 나눠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부정부패적 요소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윤석열 검사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서 완전히 깨끗하게 정부 내 부패를 청산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질문자가 문재인에게 공약 1호를 묻지 않고 개헌에 관한 의견을 물었을 때도 처음부터 애매모호하게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해야한다'라고 대답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방향을 밝혔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개헌은 내용에 있어소도 권력구조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또 선거제도를 개편할 수 있는 그런 개헌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 개헌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를 대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독일정당명부제'라든지 '결선투표제'라든지 세간에 떠도는 구체적인 대안들이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애초부터 내각제는 아니라고 훅 밀고 들어왔으면 좋았을 것을 질문자가 권력구조개혁에 대한 질문추임새를 넣어주고 나서야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검증된 바 없으니 지금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중임제, 지방분권, 책임총리제 등이 좋겠다는 언급을 해요. 이 말 하면서 인터뷰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어요.

문재인이 경제불공정, 불평등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롤모델로 삼는 이로 루즈벨트 전 미대통령을 뽑았는데 롤모델이 이재명과 같아요. 그런데 이재명은 '재벌독식'이라는 워딩을 분명히 사용한 반면에 문재인의 워딩은 굉장히 두루뭉술해요. 둘 다 루즈벨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지만 이재명이 한 가지 문재인과 자신을 차별화한 것이 있는데 자기는 법인세 정상화를 덤으로 꼽았지만 문재인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짚고 넘어가요.

인터뷰를 볼 때마다 드는 인상은 문재인은 인터뷰를 숙제처럼 힘들게 끝낸다는 느낌이 들고 이재명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신명나서 얘기한단 느낌이 들어요. 저는 문재인에게도 공약 1호를 물었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가 무척 궁금해요. 아마 부정부패, 재벌독식 타파 등 이재명이 말한 부분과 같은 내용을 언급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예전 탄핵시국 때 문재인이 자신의 지지자들 사이에 둘러 싸여 질문을 받은 날, 이미 당차고 앳된 젊은이가 이런 류의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제가 타임라인에 올리기도 했죠. 그 청년의 질문은 두 개였어요. 하나는 문재인의 대선후보사퇴를 조건으로 새누리가 탄핵을 찬성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였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다루고 싶은 사안이 무엇이냐는 거였어요. 첫 번째 질문은 얼마든지 위트있게 넘길 수 있는 거였는데 표정이 굳어지며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이번 박근혜탄핵에 임하라는 당부로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이게 참 명답이란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학생이 문재인 곤란할 질문을 던졌다고 분위기 이상해진 상황에서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원망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주의를 돌릴만한 센스를 발휘하지 못하고 표정이 급변하는 그의 모습이 저는 정말 못마땅했어요. 저런 별 것 아닌 질문도 보는 사람 조마조마하게 어렵게 넘기나 싶어서 실망이 컸었어요. 그리고 이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게 바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대답을 하긴 했는데 별 내용이 없었어요. 희망찬 대한민국 어쩌구 라는 알맹이 없는 답을 했어요. 그 때 정말 너무너무 실망했었어요.

으아... 이렇게까지 비판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의식을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그가 대세라면 제게 확신을 줄만한 행보와 언행을 보여주셨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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