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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21 16:51:31
Name   알료사
Subject   손 굳은 아재가 스타크래프트1 하는법.
게임은 출시했을때부터 즐겨왔었지만 제대로 각잡고 배운건 2005년~2007년 정도였습니다.

종족은 손 느린 초보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프로토스로..

가르쳐 준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였고 나름 테란 고수였습니다.

처음에 친구가 중점을 둔 가르침?은 과감하게 멀티를 늘려나가고 맵 전체를 보려고 노력해라. 였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하던 방식은 본진 자원만으로 한방조합을 만들어 그걸로 공격해서 이기든 지든 게임을 끝내는 식이었거든요. 스타 처음 나왔을때 하던대로.. -_-ㅋ

1~2게이트에서 드래군 서너마리만 뽑고 앞마당을 한다는게 도무지 불안해서 실행을 못했었는데

친구는 괜찮다, 어차피 테란은 쉽게 진출 못한다, 그냥 막 멀티해라, 하는 식으로 알려줬습니다.

다음에 생긴 문제가 풍부해진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멀티가 돌아갈 즈음해서 미네랄이 확 늘어나는데 거기에 맞춰 게이트를 늘리고 테크를 올리고 이런걸 못해서 돈이 계속 남았죠.

친구는 이 두가지를 숙련시키기 위해서 제가 병력을 거의 안뽑고 더블, 트리플을 먹은 다음에 200병력을 채울 때까지 공격을 오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해 게임을 했습니다.

200병력을 모으면 친구(테란)이 진출하고 그 한방싸움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마인을 미리 제거해놓고, 시즈모드하면 물러서고, 최대한 탱크가 이동중일때, 최대한 광활한 곳에서 드래군을 넓게 펼쳐 싸우고 질럿을 어떤 식으로 접근시키는지 등등... ) 을 가르쳐 주었고,

한번 주병력을 소모한 다음에 추가병력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멀티를 어떻게 늘려나가고 유리하더라도 가능하면 테란이 자리잡은 곳에는 들어가지 말고 자원의 우위를 점하면서 말려죽이는 방식으로 운영하라고.. 그런걸 배웠습니다.

얼추 학살이 아닌 싸움 비슷한 게임이 된다 싶었을 때부터는 이제 친구가 초반에 공격을 했습니다. 아무때나 공격한건 아니고 세가지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앞마당 했을때 FD나 투팩으로 찌르기, 트리플 했을때 6팩으로 찌르기, 200싸움 이후 막멀티할때 캐논 없는곳 벌쳐로 털기.

마지막으로 테란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며 저보고 테란을 고르게 한 다음에 친구가 프로토스로 온리 드래군으로만 저를 학살하더라구요. 교육과정중 가장 참혹한 관문이었고 이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저는 테란 사기라는 말을 절대 못합니다.. ㅜㅠ

요렇게 한 세달 배우고 나니까 배틀넷 공방 들어가서 1:1초보 오세요 하고 들어가면 한 40% 승률은 나오더라구요.  APM은 80~90정도..

테란전만 배웠는데 저그전은 어떻게 했냐고요? 그당시가 테란 전성시대라 공방 들어가면 테란밖에 없었습니다... -_-ㅋ

프프전은 저 처음 하던 방식대로 해도 어느정도 대처가 되더라구요. (본진자원만 가지고 싸우는거..)

아무튼 그때는 잘하지는 못해도 그렇게 이기고 지고 하면서 재미나게 게임을 했는데

점점 공방 수준이 올라가더니 어느순간부터는 20번 해서 한번 이기기도 힘들어지는 겁니다... ㅜㅠ 거기다가 상대가 저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져서... ㅜ

스타는 하고 싶고 게임을 이길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된게 컴까기 입니다... (비참)


컴까기를 해도 나름 너무 심심하지 않게 긴장감을 가지고 하려고 제 스스로 핸디캡을 주고 합니다.  맵은 헌터입니다.


1.  나(프로토스) vs 컴(테란 셋)  핸디는 질럿,드래군만 뽑기.. (캐논안됨..)

우스워보이는데  마린메딕 첫 러시를 막는게 의외로 빡셉니다... ㅜ  질럿을 늘리면 거기에 맞춰 파벳비율이 올라가 전부 드래군으로만 상대하게 되는데

제가 드래군 무빙샷을 못하니 컴 셋이 모여서 한꺼번에 오면 거의 70%이상 집니다.. ㅜㅠ 시간차를 두고 공격해 주길 바라고 각개격파 합니다.. ㅜ 각개격파를 하더라도 첫 부대에서 살아남은 메딕이 두번째,세번째 부대에 합류하니 항상 아슬아슬한 싸움이 되더라구요..

가끔씩 선발대를 먼저 보내 각개격파한다거나 엉뚱한 곳으로 유인해 포위공격하는걸 시도해봤는데...  이럴경우 컴이 병력을 나눠서 제 선발대를 포위공격하더라구요 ㄷㄷㄷ

제가 다른곳에 멀티를 하려고 일꾼을 먼저 보내놓으면 그 일꾼 먼저 제거하고 옵니다 ㄷㄷㄷ ;;  저는 블리자드가 잠수함패치로 인공지능을 올리는거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ㅜㅠ

첫 러시를 막고 약간의 텀을 두고 이제 컴은 마메+탱크 조합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 전에 빨리 어느 한 세력을 없애야 합니다. 근데 이게 또 만만치 않아요.. 벙커 두개로 수비하고 있는데 시간도 많이 끌리고 이긴 후에 병력소모도 심해서 꼼수를 씁니다..  드래군 두세기로 벙커를 치고 물러서면 병력들이 밖으로 나오는데 그걸 싸먹은 다음에 들어가는거죠.. (치사하게)

근데 그렇게 들어가도 본진을 다 정리하기 전에 나머지 두 팀의 구원병력이 옵니다. 이걸 되는대로 병력 대열 흐트러져 있는대로 싸우면 대패하게 되어서 미리 구원병력 언제 오나 신경쓰고 있다가 온다 싶으면 정렬 잘 해서 싸워줍니다..

그 다음은 비교적 무난한 마무리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이 헌터란 맵이 좁은 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있어 마메+탱크 조합은 항상 유리한 싸움을 하게 되니 조금만 방심하면 드래군 녹고 밀리더라구요 ;;  손이 느리다보니 그런 최소한의 조심할 요소만 가지고도 언제나 긴장감 있게 게임을 하게 됩니다.  

2. 나(프로토스) vs 컴(저그 셋)  핸디는 4드론 방어부터 하기,

핸디가 좀 이상한데 한마디로 더블넥을 안한다는 겁니다. 적잖은 확률로 저그 셋중 하나 이상이 4론을 하는데, 그걸 방어하기 위해서 6파일런 짓고 포지,캐논을 짓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4드론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체감상 6파일런을 안했을 때 4드론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컴터가 제 빌드를 보고 빈도수를 조절하는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_-) 여기서의 자원손해가 적절한 핸디캡이 되어줍니다. 4드론을 막았든 아무 일 없이 진행이 되든간에 다음은 더블넥을 하고 캐논수비를 하는데, 제 캐논 숫자를 보고 컴터가 공격타이밍을 조절하더라구요.. 캐논이 많으면 안들어오고 센터를 먹습니다 -_-..  그렇게 센터에 스포어랑 러커가 들어서버리면 밖으로 나가기가 엄청 깝깝해져버려서.. 적당히 컴터가 들어오고 싶어질 만큼의 캐논만 짓고 나머지는 병력을 뽑는데.. 그 적정수의 캐논이 얼마만큼인지 감 잡는 동안 많이 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쉽더라구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세 세력의 저그 물량이란게 숫자상으로는 엄청 많다보니까 깨 부수는 맛이 있어서 심심치 않습니다 ㅎ 게다가 센터를 안내줘도 나머지 좁은 길목의 스포어+러커 조합은 항상 신경을 써줘야 돼서..

3. 나(저그) vs 컴(테란 셋) 핸디 없음.

핸디고 뭐고 무슨짓을 해도 제실력으로는 절대 못이기... 겼었는데, 홍차넷 회원분께서 러커를 최대한 빨리 뽑으라는 팁과 함께 리플레이까지 보내주셔서 그걸 흉내냈더니 반반승률은 나오더라구요.. 러커로 1차 마메러시를 막고 한 세력을 없애는 동안, 나머지 둘이 마메+탱크 조합으로 내려오는데 그걸 걷어내는게 너무 빡셉니다 ㅜ 그리고 제 삐꾸손으로는 기본적인 러커 버로우 컨트롤이 한계가 있어서.. 엄청난 격전을 치르는 조합... ㅋ

4. 나(저그) vs 컴(프로토스 셋) 핸디 없음.

초반 하드코어 질럿러시가 아주 징그럽습니다.. 다른 컴퓨터 조합은 1차 러시 막히면 약간 텀 두고 다른 조합으로 나오는데, 프로토스 셋일 때는 질럿만 주구장창 밀려와요 ㅜㅠ 이걸 성큰으로 막을라니 드론없어 죽겠고.. 어찌어찌 막고 나가려고 보면 플토는 조합 다 갖췄습니다.. 템플러에 리버에.. 간간히 섞여있는 다크와 커세어 스카웃도 굉장히 번거롭습니다.. 3번보다는 수월한데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하게 만듭니다... ㅋ

5. 나(테란) vs 컴(프로토스 셋) 핸디 없음.

스타 초창기에 많이 했던 1:7 하는법하고 똑같이 하면 되는데.. 그거랑 다른게 컴터가 셋일 때는 이놈들이 멀티를 먹고 테크를 올립니다.. 템플러 스톰도 스톰인데 커세어 웹 + 스카웃,캐리어 조합이 엄청 짜증나요.. 이것들이 사람처럼 한타 싸움해서 다 잡아내면 되는게 아니고 한기 두기 끊임없이 와서 괴롭히니.. 인내심 싸움으로 보통 갑니다 -_-

6. 나(테란) vs 컴(저그 셋) 핸디 없음.

컴이 가장 물량을 잘 뽑는다는 느낌이 드는 조합.. 기본적인 저글링 히드라 러커 조합만도 왕창 쏟아지는데다가 나중에 디파일러 스웜,플레이그도 잘쓰고 퀸으로 탱크 브루들링 거는게 지옥입니다 ;; 중반에 폭탄드랍으로 어느 한세력 없애는 방법 안쓰고 정면대결로 이기려면 헌터 자원 다 파먹고 한시간 반정도 지나는 경우가 많아요... ㅜㅠ  자리잡은 테란 수비병력에 들이받을때 가장 약한 것이 저그의 기본조합이라 게임이 잘 어우러집니다 ㅋ


손스타 좀 하시는 분들은 제가 얼마나 게으른 유저인지 금방 아실겁니다. 그냥 나만 재밌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죽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리쌍록 보고 나서 예전처럼 한번 빡세게 해볼까 하는 충동이 들더라구요.

무슨 레더를 할것도 아니고 그냥 공방 초보방에서 이기고 지고 하는 실력 만드는게 그렇게까지 어려울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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