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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2/09 20:34:59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손학규 박사의 박사논문을 읽어보자 |
손박사 (원래 현직 직함을 붙여줘야겠지만 관심이 없어서 직함이 뭔지 모르겠음)는 다들 아시겠지만 유신시대 때 활발하게 운동을 하다 80년 즈음인가 돌연 잉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리고 7년 여의 유학생활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금의환향, 이곳 저곳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데뷔하지요. 그의 박사논문은 Title: Political opposition and the Yushin regime : radicalisation in South Korea, 1972-79 Further information: by Hak-Kyu Sohn Author: Son, Hak-kyu, 1947-. University of Oxford. Faculty of Social Studies Publisher Details: Thesis (D.Phil.)--University of Oxford, 1988 Publication Date: 1988 제목: 정치적 저항과 유신체제: 남한의 급진화, 1972-79 by소낙규 ... 1988 그리고 딱 1년 만에 유수의 학술출판사인 라웃리지에서 해당 논문을 단행본으로 냅니다. Title: Authoritarianism and opposition in South Korea Further information: Hak-Kyu Sohn Author: Son, Hak-kyu, 1947- Publisher Details: London : Routledge Publication Date: 1989 제목: 권위주의와 저항 in 남한 by 소낙규 ... 1989 둘을 비교해봤는데 그냥 별 차이 없습니다. 자 그래서 제가 이제 이걸 다 읽고 신나게 리뷰를 남기.. 이거 되게 재미 없네요 -_-;;;;; 다 읽는 건 도저히 못하겠고 꾸역꾸역 서론결론 읽고 각 장별 결론 정도 읽어봤어요. 개요: 본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이승만, 박정희 등을 거치면서 한반도에서의 권위주의의 형성과 전개에 대해 다루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시작하지만 중반부터는 그런 역사적 설명을 스리슬쩍 포기하고 그냥 유신시대 재야인물 투쟁사 정도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저렇게 재야에서 힘겹게 투쟁했고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단체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외부변수 (미국이라든가)가 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요. 마지막으로 유신이후 재야에서의 분열을 살짝 다루는데 양김을 필두로 한 운동세력에 대해 어떻게 반미반제를 표방한 급진적 세력이 성장하고 또 도전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끝냅니다. 특징: 1. 개신교회의 역할을 부각시킵니다. 손박사가 종교인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강한 종교적 아이덴터티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뭐 운동과정에서야 이렇게 저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었겠지만 구한말 개항기 이후에 개신교 및 YMCA가 권위주의적 양반사회질서를 뒤엎고 근대정신을 한반도에 들여왔다고 서술할 때는 음... 그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닌데 'ㅅ' 2. 반미반제 급진파의 대두를 제법 자세히 소개합니다. 소개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본인 스스로가 이 급진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비중있게 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진파 부분이 논문의 큰 줄기 (권위주의 정권과 재야세력의 저항)에 포섭되지 않고 따로 노는 경향이 있어요. 뭐랄까. 저자가 급진파의 주역들과 세대차이를 느낀 게 아닌가 싶어요. 저자 손학규의 시대인식은 유신시대 때 형성되었기 때문에 후속세대의 시대정신과 약간의 간극이 생긴 거지요. 마치 386세대와 그 후속세대간에 시대인식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것 처럼요. 3. 글이 안좋습니다. 흐흐.. 나중에 누가 제 박사논문 훔쳐보고 이런 이야기할까 두렵네요. 그런데 솔직히 좀 그래요. 영어문제는 아니고 (에디터를 썼는지 아니면 본인 개인기인지 어쨌든 문제 없음) 그냥 글쓰기 자체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이야기 했다가 저 주제로 점프했다가 다시 이 주제로 돌아왔다가 다시 제 3의 이야기로 뛰었다가 하는 일이 많아서 문단간의 흐름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좋게 말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말하려다 욕심부려서 그런 거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중언부언 (...) 하는 거예요. 어쩐지 이후에 펼쳐질 손박사의 정치역정과 묘하게 겹쳐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요? 4. 논증이 희박해요.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자료를 널리 수집해서 디테일하게 이것저것 서술한 것 까진 좋은데 그걸 일관해줄 논증이 잘 안 보여요. 이건 사실 작성중인 제 박사논문의 문제이기도 한데 (ㅡㅡ;;;;) 논문을 관통할 문제의식보다 논문을 작성할 소재부터 찾은 경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관심법을 거하게 써보자면 손박사는 "그래! 유신체제와 그에 대항하는 운동사를 써보겠어!"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본문 부분을 디테일하게 작성했을 거예요. 그런데 써놓고 보니 [사실의 나열]은 많은데 그걸 꿰뚫을 줄기/키워드/주장하는 바가 약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미 본문은 써놨으니 수습하려해도 잘 안됨 --> 에이 그냥 내자 이렇게 된 건 아닌지 싶어요. 어쩐지 제 석사논문 이야기 같네요 (눈물). 그래서 그런지 논문 전체가 샐러드 같아요. 재료는 많이 모았는데 딱히 그걸 능숙하게 요리했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총결론: 별 재미 없다. 그리고 학위 논문은 반드시 엠바고를 걸어서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하자. 끗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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