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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2/15 20:11:07 |
Name | DarkcircleX |
Subject | 민주당 대권 경선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들 |
1. 지난 2012년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당원을 무시하냐던 소위 비노들의 아우성이 있었죠. 당시의 민주당을 (제 기억에 의하면) 소위 친노라 불리던 집단과 친노라 불리지 않던 집단의 헤게모니 투쟁이었던 상황으로 본다면, 문재인은 일종의 '도전자' 입장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권력 나눠먹기를 모바일 투표로 대표되는 비당원 참여 경선으로 돌파했으니까요. 비록 최종적으로는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당 개혁을 어떻게든 달생해냈고, 총선도 승리했으며 대권주자를 본인 포함 셋이나 배출해내는 등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뒀죠. 아시다시피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릅니다. 문재인은 All or Nothing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지난시절 모바일 투표가 그의 막강한 원군이었다면 이번에는 그에 버금가는 완전국민경선제가 그의 대권가도에서의 최대 함정으로 기능할테니까요. 더군다나 그는 안희정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에 대항해 그가 이뤄낸 것들, 그리고 그가 이루기 위한 목표를 모두 지켜야하는 수성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충청대망론은 물론이거니와 평생의 숙적 자칭 보수주의자들의 '적의 적은 아군-제3자 전략'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 2. 연말연시에 코빈 동지(Comrade Corbyn)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토니 블레어로 대표되는 New-Labour 세력이 장악한 영국 노동당 하에서 철저한 좌파로 약 30여년간 의원직을 지켜온, 여당 내 야당으로 기능했던 제레미 코빈이 어떻게 영국 제1야당의 당수로 선출되었는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그의 정치관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서술이 주가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때 노동당의 주류 자리까지 위협했던 당시 노동당내 구좌파는 당수 후보를 낼 수 있는 하원의원의 추천수조차 충족시키지 못해 번번이 손가락만 빨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은 구좌파에서도 후보를 내도록 압박을 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죠. 서민들의 온라인을 통한 후보 배출 노력에 이은, 노동당 의원들을 향한 구좌파 후보 추천 운동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구좌파 출신 후보를 배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운동의 배경으로는 당시 개정되었던 노동당수 선거제도가 있습니다. 현행 민주당 대권 경선과는 다르게 노동당에 대해 충성한다는 서약을 받았고, (책을 제대로 읽은게 맞다면) 참가비도 어느 정도 걷었습니다. 기존 주류 출신 당권 경선 참여자들은 코빈에 대해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하고 맙니다. 결선투표는 가지도 못한 채로. 흡사 제가 어릴 적 이뤄졌던, 노풍과 비슷한 분위기였죠. 3. 현재의 민주당 경선은 다릅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그리고 (왜 나오셨을까 싶은 고양고양한) 최성 네 후보는 나름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김종인 의원의 오늘 멘트에서는 "대권 초기의 노무현을 떠올리게 하는 안희정, 노무현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하는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역시 청문회때의 노무현처럼 시원하게 할 말 한다는 평을 한때나마 받았었고, 최성 역시 16대 인수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는, 어떻게든 네 후보 모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접점을 가지고 있죠. 반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특정 후보가 있다고 볼수는 없습니다. 대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문재인인 반면, 당내 소수파와 상당수 대중의 지지 역시 확보하고 있는 안희정을 놓고 보면, 오히려 코빈과 닮은 후보는 안희정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완전히 겹쳐지지는 않을지언정). 지난 미 대선에서도 이런 구도는 아니었고, 영국 노동당 경선과도 차이가 있는 상황이죠. 물론 과거의 노풍이나 12년 경선과도 명백히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당심과 민심을 고루 대표할지도 궁금하구요. 4. 일반인들의 민심과 권리당원들의 당심을 결합해보려는 시도 자체는 이제는 참신하다기보다 익숙한 체제가 되었지만, 특정 여론으로의 편중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죠. 이는 영국이나 우리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체를 운영체제로 삼아 작동하는 국가라면 어떻게든 보완책을 찾아 더 나은 방법을 수행해서 민의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당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시도에서 나타난 시행착오가 견딜만한 수준일지, 아니면 대선 패배라는 돌이킬 수 없는 악재를 들고 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죠. 5. 어떤 사람이 민주당의 대권 후보로 나서게 될까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이번 경선에 일반참여로 신청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그가 되든, 타인이 되든 어쩄든 경선 승리자는 대권 본선에서 경쟁해야 할테고, 그때 가서 결집할 다른 당의 견제와, 민주계에서 갈라선 또 다른 당의 견제까지 이겨내야 하겠죠.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영국의 자유당처럼 내분에 휩싸인 뒤 몰락할지도 모를 일이구요. 어찌됐든, 올해에는 지난 2012년의 악몽을 다시 겪고싶지는 않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두서없는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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