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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8 20:54:32
Name   엘에스디
Link #1   http://www.english-heritage.org.uk/visit/places/home-of-charles-darwin-down-house/
Subject   다윈의 안식처, 다운 하우스 (사진다수)
2013년 영국 여행에서 들렀던 곳인데, 생각이 난 김에 사진 올려봅니다 ㅎ_ㅎ
근데 전부 휴대폰 사진이라 품질이 개판이네요... 이때쯤 카메라가 망가져서 수리 맡기는 바람에...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런던 빅토리아 역에서 Southeastern행 기차를 타고 브롬리 사우스에서 하차해서 Y번 정류장에서 146번 버스로 갈아타면 됩니다.
기차로 30분 버스로 30분 정도 걸려요. 19세기에도 말이나 합승마차로 두어 시간밖에 안 걸렸다는데,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관계로 잘못하면 현대인이 패배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런던까지 아슬아슬하게 통근이 가능하고, 당일치기로 우편물을 받아볼 수 있는 정도가 다윈이 원한 입지조건이라 하니, 딱 적절한 거리인 것 같습니다.


구글맵을 사용하시거나 정류장 이름을 띄워 주는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신 분은 Downe Church 정류장에서 내리시면 되고.
아닌 분이라면 이렇게 작은 교회와 삼거리와 '퀸즈 헤드' 펍이 보이는 곳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ㅅ@

다윈이 처음 이곳에 이사해 온 1492년에는 동네 이름이 Down이었는데, 아일랜드에 같은 이름의 카운티가 있어서 1850년에 e를 하나 더 붙였다네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택의 공식 명칭은 'Down House'입니다. Downe에 있는 Down House...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위험하게 차도를 따라 켄트 지방의 녹음이 우거진 길을 10분 정도 더 걸어가면...


요렇게 다운 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건물 자체는 19세기 초반 조지안 양식의 네모반듯한 건물인데, 다윈 일가가 들어오면서 신나게 개축을 반복한 끝에 지금처럼 묘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중앙 구역 빼고는 전부 다윈이 덧붙인 부속 건물입니다. 하인들 거주공간까지 신경을 써 주었다는게 또 다윈스럽죠.

잉글리시 헤리티지 사이트로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입장료는 12.30파운드. 당연하게도 다양한 혜택이 가능하니 링크의 홈페이지 참조 @_@//
매표소와 작은 기념품 상점이 딸려 있지만, 책 말고는 딱히 다윈스러운 물건은 없는 일반적인 헤리티지 상점이고, 오디오 가이드 대여도 가능합니다.


2층에서는 다윈의 일생을 정리하고 관련 물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라지에타 앞에 앉아 있는 쪼꼬만 다윈 씨.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커다란 대리석상보다 이쪽이 더 정감이 가고 좋더라구요 @ㅅ@
전시실에 들어가면 비글 호 시절의 젊은 다윈의 입체영상이 진화론의 발견에 대해 설명을 해 줍니다만... 그리 볼만하진 않아요 (...)


학창시절의 곤충표본과 비글 호 시절에 사용했던 물품들.
이 외에도 비글 호 모형이나 각종 서적, 종의 기원 초판본 등이 전시되어 있지만, 사진이 전부 망한 관계로 (...) 생략합니다.


유명한 결혼, 결혼, 결혼!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이과적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 https://www.brainpickings.org/2012/08/14/darwin-list-pros-and-cons-of-marriage/
솔직히 이거 스물아홉 나이 꽉 찬 청년이 썼다고 생각하면 좀 귀엽지 않나요 ㅋ_ㅋ
어찌됐든 1839년에 엠마 웨지우드와 결혼한 후, 장인어른의 재정지원을 받아 1842년에 다운 하우스로 이사해 옵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건강과 환경 문제가 컸겠죠. 하수시설과 대기오염이 해결되지 않은 1830년대의 런던은 반쯤 지옥도였을 테니까요. 게다가 결혼 후까지 아데나움 클럽에 은둔해 있을 수는 없었을 테니,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다면 런던을 뜨는 것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1882년 사망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으니까 이곳에서 꼬박 40년을 산 셈이네요.

1층은 다윈 가족이 살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물론 가구나 소품들이 전부 진품은 아닙니다. 엠마 다윈의 사후 한동안 여학교로 사용되다가, 1929년에 박물관으로 조성하면서 유품과 가구들을 옮겨 온 거라서요. 재현도 자체는 높다고 합니다 @ㅅ@

만년의 엠마 다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주일학교를 열고 가난한 이웃에 자선을 베풀기도 하여 마을에서 존경받았다고 하지요.
다윈에게는 사촌동생이자 소중한 아내이자 자금줄(...)이자 간호사이기도 했습니다. 항해에서 얻어온 질병으로 평생 고생한 다윈을 죽을 때까지 보살폈죠.
가족이 케임브리지로 이사한 다음에도 엠마는 여름마다 이곳으로 돌아와 휴양했다고 하며,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14년 후인 1896년에 사망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걸려 있는 다윈 가의 응접실.
응접실은 엠마의 공간이며, 동시에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자식들은 엠마가 직접 런던까지 가서 응접실용 벽지를 골라 왔다고 기록에 남겼죠. 뒤편의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도 엠마 겁니다. 찰스는 저녁마다 벽난로 가에 앉아 엠마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하죠. 부부가 백개먼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네요. 한쪽 벽에 점수판도 걸려 있어요.


앨범처럼 펼쳐 놨지만, 사실 찰스 다윈이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은 저것이 유일합니다. 다운 하우스로 이사해 들어온 1842년에 장남 윌리엄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다윈의 서재...의 화질구지 사진... 약품과 실험도구와 표본으로 가득합니다. 이곳의 전시물 중 많은 수가 실제 다윈이 사용했던 유품입니다.
책장의 장서 중 일부는 케임브리지 도서관에서 임대해 온 실제 다윈의 책들입니다. 마르크스가 헌정했다고 알려진 <자본론>도 있는데, 전혀 읽은 흔적이 없다고 하죠 (...) 그 외에도 멜서스의 <인구론>이나 동료 및 선배 과학자들의 책이 눈에 띄고, 두꺼운 책은 분절해서 읽곤 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반토막 나 있기도 합니다.


조금 나은 사진 ㅠㅠ ... 책상 위에는 다윈이 사용했던 현미경과 해부도구가, 의자에는 말년에 유명해진 중절모가 놓여 있습니다.


빌리어드 룸. 웨지우드 가문을 통해 구입한 당구대입니다. 저택에 다른 남자라고는 집사인 파슬로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마 두 사람이서만 줄창 쳐댔을 겁니다. 뭐 그래봤자 아들이 공부할 나이가 되자 공부방으로 내줬다고는 합니다만. 유부남의 취미란 게 다 그런 거죠...
당구대 위에는 <종의 기원>의 출간을 다룬 신문기사와 편지가 놓여 있습니다. 대책 회의라도 벌였을 법한 분위기입니다.


식당. 식기는 당연히 '그' 웨지우드입니다만, 엠마가 가져온 것이 아니라 찰스가 어머니 수재너에게서 물려받은 물건들입니다.
수재너도 웨지우드 가문이었으니까요. 엠마의 아버지인 조슈아의 누나였으니까, 찰스와 엠마는 외사촌 지간... 이 맞나요? 에이 헷갈려...


저택 뒤편 정원입니다.
늦가을이면 저 정원이 버섯밭이 된다는데, 저는 10월 중순에 갔는데도 못봤다능... 제가 간 날 비 뿌렸으니 이틀쯤 후에 갔으면 봤겠죠...


모래를 다져 만든 다윈의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온실에 도착합니다. 응접실에서 열대식물을 재배하려다 포기하고 결국 새로 지은 온실입니다.
조지프 후커를 통해 왕립 큐 식물원에서 직접 공수해 와서 재배를 시작했다지요.
식충식물이나 난 종류를 비롯한 다윈이 연구했던 식물종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고, 당시의 노트 사본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뭐... 사진도 이게 전부네요. 사실 그리 볼 게 많은 곳은 아닙니다. 왕복 3시간이라 반나절 꼬박 걸리는데다 입장료와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절로 난다고나 할까... 런던에는 가볼만한 곳이 징하게 많으니, 일정에 쫓기는 여행객 신분으로 올 만한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ㅅ=

그래도 다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다운의 교구 교회인 성 메리 교회까지 들러보시기를 권합니다. 어차피 돌아가는 버스도 1시간 1회니까 시간은 충분할 거예요 (...)

건물 이쁘장하지 않나요 ㅎ_ㅎ
다윈 일가가 처음 왔을 때는 이 작은 교회와 길 맞은편에 있는 <조지&드래곤>펍(아직도 있습니다), 그리고 40여채의 민가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뭐 지금은 길가에 자동차가 즐비한 통근용 교외 지역입니다만...
다윈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교구 행사에 충실히 참여했으며, 심지어 교구 유력자의 부탁을 받아 참사원 역할을 맡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식들의 잇단 사망으로 신앙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지역 유지로서의 의무는 꾸준히 수행한 모양입니다.

슬쩍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다윈 가족의 무덤이 보입니다.

위쪽부터 순서대로...
다운 하우스에서 태어나 3주만에 유명을 달리한 차녀 메리 엘레노어, 3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은 막내아들 찰스 워링, 4녀 엘리자베스, 3녀 헨리에타 엠마, 3남 프란시스의 아들 부부입니다. 다윈이 가장 사랑했으며 10세의 나이에 성홍열로 목숨을 잃은 장녀 애니 엘리자베스는 요양지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이곳이 아니라 그레이트 맬번 교구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Emma <i>Wedgwood</i> Darwin
엠마 다윈의 무덤은 교구 건물을 뱅 돌아서, 안쪽 공동묘지로 들어가야 나옵니다. (이건 제 사진이 없어서 다른 사이트 사진으로...)

찰스 다윈 본인은 가족이 잠들어 있는 작은 공동묘지에 함께 묻힐 수 없었습니다. 본인과 가족은 그걸 원했다고 합니다만, 후학들과 대중의 청원에 힘입어 결국 '영예롭게'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되었죠. 
그런데...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위치가 묘해서, 웅장한 뉴턴 기념물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걸음을 옮기는 관광객들의 발에 계속 짓밟히는 중입니다. 솔직히 딱 밟기 좋은 위치에 있는데다, 아무 장식도 없이 이름만 덜렁 써 있거든요. 좀 너무한 느낌 =ㅅ=


뭐, 뉴턴 정도는 아니라도, 다윈에게도 귀여운 기념물은 하나 있습니다 ㅎ_ㅎ
교회 건물 정면에 붙어 있는 소박한 해시계인데, 교구에 대한 다윈의 봉사에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해 붙인 것이라 합니다. 
다윈에게 잘 어울리는 기념물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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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가득한 여행기는 춫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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