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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9 23:55:43
Name   눈시
Subject   전국시대 세 자매 이야기 (2)
저번편에서 이기면 잘 살다 했는데... 뭐 잘 산대도 그 시대 여자들의 삶이긴 합니다.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말이죠. 아들 못 낳으면 괄시받고, 남자는 첩을 둬서 합법적으로 바랍 피고 말이죠. 남편은 허구한 날 전쟁 나가고 자기 운명도 거기에 달렸으니... 자식 걱정이야 뭐 굳이 말할 필요 없겠죠. 그래도 철저한 유교사회는 아니라서 재가는 쉬웠습니다.


남자도 살기 힘들었던 시대라서 의외의 여걸도 나오긴 합니다. 남편 대신에 싸우거나 가문에 남자가 없어서 여자가 대신 당주가 된다거나 말이죠. 지금 NHK에서 하는 대하드라마도 여자의 몸으로 (결혼도 못 하고) 당주가 된 이이 나오토라라는 여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바사키 코우가 맡았죠.

세 자매는 하나같이 자존심이 높았고(=기가 셌고), 남편들이 꼼짝 못 합니다. 이 중 차차는 여걸 혹은 악녀로 취급받죠. 오다(+아사이)의 피가 흐른다는 자부심이 컸고, 나름대로 여걸 대우받는 이치의 유전이거나 배운 걸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남편이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뿐이었죠.


둘째 하츠는 교고쿠 다카츠구에게 보내집니다. 둘 사이에 자식도 없었고 남편이 먼저 죽어서 출가한 다음에 언니와 함께 살게 되었죠. 혼자는 적적하다고 동생의 딸을 양녀로 달라고 해서 키웠구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다카츠구가 시녀와 해서 애를 봤다고 합니다. 그러자 하츠가 노발대발했고, 동생한테 가서도 울고불고하면서 애를 죽이고 이혼할 거라고 했다 합니다. 이걸 알게 된 이에야스가 겨우겨우 설득하고 다카츠구에게 하츠의 분노가 풀릴때까지 애를 다른 데 보내라고 하죠. ... 그리고 이걸 이에야스의 아들 히데타다가 기억하게 되는데...


셋째 고우(혹은 에요)는 사지 카즈나리라는 자에게 보내집니다. 하지만 히데요시가 이에야스와 대립할 때 카지나리가 이에야스를 도왔다고 해서 쫓겨났고, 그녀도 이혼했죠. 약혼까지만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자기 조카인 도요토미 히데카츠에게 보내죠. 딸을 하나 낳았지만, 히데카츠가 병으로 죽고 맙니다. 거제도에서요. -_-; 네 임진왜란 중에 죽은 거죠.

얼마 후에 딸은 놔두고 다른 데 보내지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3남, 도쿠가와 히데타다였죠. 그녀에겐 세번째 결혼, 히데타다에게도 두번째였습니다. 이 때는 몰랐겠죠. 그녀가 일본의 국모급이 될 거라는 걸요.

히데타다에겐 형이 둘 있었습니다. 첫째는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죽였죠. 이전의 도쿠가와가는 약해서 이마가와가에 얼마동안 지배당하고 있었는데, 이마가와가가 몰락하면서 그도 독립했고, 다케다와 함께 이마가와가를 잡아먹습니다. 나름 하극상이죠. 근데 첫째(와 아내)가 이마가와 쪽이었고, 그것 때문에 노부나가의 명으로, 혹은 그걸 핑계로 죽였다고 봅니다.

+) 저 이마가와가가 몰락하는 전투가 오케하자마 전투인데요. 당시 일본 최강이라 할만한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세력이 작았던 노부나가를 치다가 되려 죽은 전투입니다. 노부나가의 전설이 시작되는 전투죠. 이에야스도 이 때 참전했다가 대장이 죽자 급히 돌아가서 독립했고, 독립하자마자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었죠.

둘째는 멀쩡히 살아있었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히데요시가 양자로 데려가 버립니다. 이에야스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래서 도쿠가와가의 후계는 셋째 히데타다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주인까지 갈지는 몰랐겠죠. 히데요시가 죽은 후 일어난, 일본의 주인을 정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히데타다가 3만이나 되는 병력을 이끌고 늦어서 자리가 흔들리긴 했는데, 그래도 그를 후계자로 밀어붙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도 있었으니... 히데타다에게 아들이 없다는 거였죠. 이럴 땐 첩을 들이는 게 보통이었죠. 아니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냥 지 욕심 때문에 첩을 들이는 게 다반사였구요. 밤마다 시녀들을 들이는 것도 흔했죠.

히데타다와 고우 부부는 이 점에서 정말 달랐습니다. 고우는 30이 넘은 나이에도 아들을 낳을 수 있다면서 맞섭니다. 히데타다 역시 끝까지 첩을 들이지 않았죠. 히데타다가 나이가 더 어리고 약간 바보같은 이미지라서 고우에게 잡혀살았다, 그러니까 공처가로 봅니다. 부하들이 계속 시녀를 들여보내서 결국 한 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했고, -_-; 애가 생겼는데 고우한테 들키면 어쩌냐고 무서워했죠. 그러다 위에 나온 하츠의 남편 다카츠구에게 방법을 물어본 후, 부하의 자식인 척 다른 데로 보내버립니다. 나~중에 아들 이에미츠가 동생을 불러서 겨우 다시 볼 수 있었죠. 이래서 아내를 무서워한거다는 분석이 있는건데, 반론이 있습니다. 그래도 쇼군까지 한 사람이고 에도막부 초기를 잘 다스린 사람인데 그냥 무서워하기만 했겠냐는 거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기에 (한번의 실수는 에 뭐 그렇다치고) 그녀만 본 거라는, 애처가라는 겁니다. 뭐 둘은 교집합이 크니 한 쪽으로 기울여 보는 건 자기 마음이겠죠.

그렇게 힘들게 아들이 태어나니 3대 쇼군 이에미츠입니다. 하지만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에야스가 유모에게 보내버리죠. 유모 시스템이야 전세계에서 흔한 거긴 하지만... 이게 나중에 비극을 낳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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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째 차차, 히데요시는 그녀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의 첩으로 들이죠. 1588년의 일이었습니다. 이치와 가장 닮았기에 그랬다고 합니다. 뭐 그녀만이 아니긴 합니다. 히데요시는 권력을 쥔 후 수백명의 첩들이 사는 저택을 만듭니다. -_-; 색마라는 건 히데요시의 키워드 중 하나죠. 그 중에서도 차차는 가장 많은 총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녀 역시 다른 첩들은 물론 정실 네네보다 더 잘나려고 했구요. 그녀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입니다. 정말 히데요시를 사랑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거의 없겠죠? 히데요시를 차갑게 대해서 히데요시가 "나한테 이러는 여자는 처음이야~" 이러면서 달려드는 걸로 나오기도 합니다.

+) 히데요시는 그녀에게 성을 하나 주었고, 이후 그 성의 이름을 따 요도도노, 요도기미라고 불립니다. 둘 다 요도님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다 대박사건이 터지니, 히데요시의 아들을 낳은 겁니다. 자식이 없었던 히데요시, 그 기쁨이 어땠을까요. 임진왜란 전에 조선에서 통신사를 보냈을 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높으신 분이랍시고 만났더니 제대로 된 예의도 차리지 않고 애를 안고 와서는 자랑했다는 겁니다. 거기에 애가 오줌을 싸자 데리고 나가버렸구요. -_-; 김성일이 돌아와서 별 거 없는 놈이다고 한 게 이유가 없는 게 아닌 거죠.

그런데... 얘가 3살만에 죽어버립니다. 그 슬픔이 어땠을까요. 상투(촌마게)를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윗분이 자르니 부하들도 어쩔 수 없지 잘랐고요 --;)신체발부수지부모라고 머리를 자르는 건 목을 자르는 수준이라고 여겼죠. 이렇게 히데요시는 분노하면서... 임진왜란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합니다. ( ..)...

히데요시는 자식이 없자 자기 친척부터 자기편 다이묘들의 애들을 양자로 들입니다. 대대로 모시는 부하들이 없는 상황에서 이게 최선이었죠. 그래도 언젠간 태어나겠지 하면서 후계자까진 만들지 않고 있었죠. 그러다 이 츠루마츠가 죽자 자기 조카 히데츠구를 관백으로 앉혀서 간접적으로 후계자인 걸 인증합니다.

그런데... 1593년, 또 다시 아들이 태어납니다. 역시 차차에게서였죠. 애 이름을 히로이마루, 주워온 애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럼 오래 살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죠. 아예 버렸다가 다시 주워오는 행사도 했다니 얼마나 기뻤을 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 그렇게 애가 다시 태어나니 히데츠구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죠. 그도 이 사실을 알았는지 빗나갔고, 히데요시는 죽일 수준까진 아니었음에도 할복시킵니다. 그리고 그 일가를 다 죽여버리죠. 아직 애기였던 애는 관례(성인식)를 했구요. 그 이름 도요토미 히데요리였습니다.


차차는 이렇게 네네보다 강한 권력을 쥐게 됩니다. 이제 히데요리가 잘 클 때까지 히데요시가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히데요시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개인적으로 제일 예쁜 차차. 일본 nhk 대하드라마 공명의 갈림길입니다. 첫 부분이 히데요리의 관례입니다. 28분 30초쯤에서 히데요시가 죽는데, 이 드라마에서 차차의 이미지를 볼 수 있죠. 히데요시가 죽어가자 "죽음의 냄새가 난다면서" 멀리하고, 죽기 직전엔 그의 별명인 원숭이라고 부르면서 조롱합니다. 너의 뒤를 잇는 건 도요토미의 피가 아니라 오다의 피라고 하면서요.

이런 식의 이미지가 많습니다. 히데요리는 히데요시의 자식이 아니라고요. 네네는 물론 그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자식이 없었는데 유독 차차에게서만? 이래서 다른 남자의 자식이라는 거죠. 히데요리가 성인이 되니 키도 덩치도 컸는데, 작았던 히데요시의 자식이라고는 믿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에도 시대부터 계속된 떡밥입니다. 히데요리의 친부는 둘째치고 히데요시가 죽은 후에 젊은 애랑 놀아났다는 말도 있죠. 물론 그녀를 악녀로 몰기 위해서 그런 거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그녀가 히데요시를 이용해 권력을 얻으려고 한 거야 당연할 걸 겁니다. 히데요리를 도요토미가의 후계라 여기든, 오다가의 후계라 여기든 말이죠. 그리고 히데요시가 너무 빨리 죽은 상황, 그녀는 여느 어머니처럼 자식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칩니다. 그에게 약속됐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인이 된 후 일본의 지배자로 앉히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 시대에 그게 될 리가 없었습니다. 히데요시부터가 노부나가의 제대로 된 후계자가 없었기에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후계자 문제는 더 심각했죠. 그게 말년의 히데요시의 노망 수준의 무리수의 큰 이유가 됐습니다. 그렇게 어린 후계자를 놔두고 죽을 상황이 되자 큰 다이묘들과 측근들에게 히데요리가 다 클 때까지 공동으로 일본을 다스리라고 하죠. 부디 이 애를 지켜달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그 맹세는 휴지조각이 되었을 뿐...


히데요시의 측근들부터가 두 패로 갈립니다. 이시다 미츠나리, 고니시 유키나가 등은 문치파로 분류됩니다. 싸움보단 행정 쪽으로 히데요시의 눈에 띈 이들이죠.


반대쪽은 무장들, 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등 히데요시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이들이었습니다. 이런 문vs무의 갈등이야 어느나라 어느시대든 쉽게 볼 수 있긴 합니다. 나라를 끝내기도 쉽죠. 그들을 묶어줄 히데요시라는 존재가 사라지니 그들은 싸우게 됩니다.

+)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는 임진왜란 때 1, 2, 4군의 대장이었습니다. 얼마나 최측근이었는지 볼 수 있죠. 측근에게 줄 땅이 거의 안 남았으니 조선을 쳐서 그 땅을 주자... 뭐 이런 이유도 있었죠.
+) 미츠나리는 차차쪽, 가토, 후쿠시마는 어릴 때부터 자기를 키워준 네네 쪽으로 나뉜 거로 보기도 합니다. (각자 사는 지역에 따라 오우미vs오와리파로 불립니다) 이래서인지 네네는 도요토미가의 몰락을 지켜만보는 걸로 그려지죠. 나쁜 이유는 아니고 이제는 이에야스의 시대인데 순종하지 왜 반항하냐... 맞서는 이상 도요토미의 멸망은 어쩔 수 없다... 일본의 평화를 위해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 뭐 이런 식입니다. 네네가 나쁘게 그려지는 건 지금까지 못 봤네요.


무장들은 도요토미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했던 이에야스를 끌어들입니다. 미츠나리 역시 다른 다이묘들을 끌어들여서 둘이 붙으니, 일본의 다음 주인을 건 세키가하라 전투였죠. 여기서 양쪽 다 히데요리를 지키기 위해 반역자를 친다는 명분을 내겁니다. 승자는 이에야스, 물론 그 명분은 페이크일 뿐이었죠.

이에야스는 쇼군이 됩니다. 일본의 지배자가 된 것이죠. 하지만 아직 도요토미가는 강력했고, 그 부하들도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에야스는 천천히 준비합니다. 10년 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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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이번에도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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