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25 10:07:26
Name   진준
Subject   홍차박스에 남긴 선물 :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황현산 교수는 불문학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린왕자'를 번역하기도 했고 최근엔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계신 모양입니다. '밤이 선생이다'는 프랑스 문학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문학에 대해 무관심하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해서, 문학전공자의 글은 피하게 되는데 주변에서 좋다좋다 하기에 집어든 책이지요.

"나이가 들면 어둠은 더욱 많아집니다.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빛나는 순간은 아주 가끔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이가 들면 어둠에 익숙해지고 어둠을 용서하게 된다는 거예요." (GQ 인터뷰 中)

책 뒷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인데, 사실 이 문장을 읽고 '책을 안 읽어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위안을 얻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안정된다고 합니다.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속한 세상이 유독 깨끗하고 순수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익숙해지고 용서'하는 것일 뿐입니다.

노학자의 문장은 정갈합니다. 주변의 시사와 소소한 일상을 차분하게 풀어냅니다. 그의 고향은 비금도(프로기사 이세돌의 고향이기도 하죠)인데, 소금에서 풀어내는 통찰을 보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많은 것이 '익숙해지고' 많은 것을 '용서'한 사람의 문장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글은 아닙니다. 아마 어딘가에 연재했거나 실었던 글 중 수작을 모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낡지 않았습니다.

홍차박스가 마감되기까지 박스 안에 무사히 들어갈지 모르겠으나 읽는 동안 행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일찍 준비할 수 있었다면 여러 분이 돌려 읽고 가장 마지막에 가져가시는 분이 소장하는 식으로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차일피일 미루다 늦어졌습니다. 홍차넷에서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길 소망합니다.




* 몸이 안 좋은 저를 위해 <8할>님께서 수고해주실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9
  • 춫천
  • 8할님께도 추천의 의미를 담아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91 기타콜라테러 썰 12 OshiN 17/09/15 5576 9
6197 의료/건강술, 얼마나 마셔야 적당한가? 56 빈둥빈둥 17/08/30 6287 9
6177 스포츠플로이드 머니 메이웨더-코너 맥그리거 경기에 대해 4 Danial Plainview 17/08/27 6531 9
6138 일상/생각빵꾸난 팬티... 10 tannenbaum 17/08/21 4457 9
6086 음악Swing Jazz - 씽씽 불어라, 재즈의 바람 6 Erzenico 17/08/10 6231 9
6079 일상/생각사람과의,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5 쉬군 17/08/09 4424 9
8979 일상/생각오늘 아버지께서 인연을 끊자고 하셨습니다. 17 보리건빵 19/03/20 7123 9
8870 도서/문학서평 『새의 선물』 – 은희경 1 메아리 19/02/17 6101 9
9158 기타조선시대의 붕당에 대해서 대충 적어보는 글 3 피아니시모 19/05/06 6001 9
13985 정치트럼프의 놀라운 범죄 ~ 잃어버린 문서를 찾아서 ~ 8 코리몬테아스 23/06/14 3897 9
5586 일상/생각평범함에 대한 반골의 글. (뻘글 주의) 25 와인하우스 17/05/08 5760 9
5561 일상/생각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15 열대어 17/05/03 5897 9
5552 역사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4 와인하우스 17/05/01 4544 9
5539 IT/컴퓨터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 (2017.05) 14 이슬먹고살죠 17/04/28 7985 9
5535 정치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발언 이슈에 한 마디 보탭니다. 25 Homo_Skeptic 17/04/27 6038 9
5406 일상/생각주말, 바보 22 소라게 17/04/10 4197 9
5329 꿀팁/강좌쉽게 지킬 수 있는 몇 가지 맞춤법. 21 에밀 17/03/30 6879 9
5671 게임이브 온라인 이야기 – 2 3 한아 17/05/19 7751 9
7435 일상/생각고양이 가출에 대해 10 우주견공 18/04/24 6195 9
5243 일상/생각부산 쁘띠모임 후기 58 나단 17/03/20 5620 9
10231 도서/문학[책 감상] 오쓰카 에이지(2020), 감정화하는 사회 호라타래 20/01/28 6667 9
5226 일상/생각솔로국 보드카정벌기 25 김피곤씨 17/03/18 6298 9
5182 창작고백의 추억(1) 8 니누얼 17/03/14 4781 9
5101 창작타바코 8 선비 17/03/07 6135 9
5003 도서/문학홍차박스에 남긴 선물 :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5 진준 17/02/25 5860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