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01 01:11:21
Name   에밀
File #1   라푼젤.jpg (223.8 KB), Download : 15
Subject   <라푼젤>을 봤습니다.


<라푼젤>을 봤습니다. 보고 자면 내일 꼬일 것 같아 안 그러려 했는데 그만 충동적으로 -.-... 잠 좀 적게 자죠. 까짓. 원래는 타임라인에 쓰려 했는데 900자를 아주 약간 넘어요. 뀨... 곤란하다.

괜찮은 영화라는 평은 많이 들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괜찮네요. <겨울왕국> 이상의 점수를 줄 수도?

귀요미 라푼젤은 동화에서처럼 아주 긴 머리칼을 갖고 있어요. 이 머리칼은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아주 튼튼한데, 그래서 라푼젤은 이 머리칼로 모든 걸 다 해결합니다. 생긴 형태에 걸맞게 주된 용도는 밧줄이죠. 그런데 사실 라푼젤은 몹시 불쌍합니다. 못된 마녀에게 어릴 때 납치를 당해 탑에 갇혀 이용만 당하고 살거든요. 그렇게 평생을 산 그녀가 밖을 보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탑과 (가짜)어머니를 떠나는 이야기였어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느낌이 확 오죠? 네, 그런 얘기들이 나와요. 특히나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답게 주제도 직설적으로 풀어주니까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후반부 라푼젤의 머리칼을 유진이 자르는 장면이었어요. 라푼젤의 머리칼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선험적인 가치예요. 마력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라푼젤은 종속당하며 수동적으로 살게 되죠. 라푼젤이 그 머리를 갖고 싶어하기는커녕, 그런 머리칼을 갖게 되는 데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선험적이며 운명이죠. 이걸 싹둑 잘라내고 라푼젤의 머리는 숏컷이 됩니다.

단발은 활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머리죠. 지금 장발인 제가 겪으니 느낌이 확 오는데요. 다른 남자 분들도 이걸 체감하기 위해 직접 길러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진~짜 짜증나고 불편해요.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장발로 다닙니다. 왜요? 예쁘니까요. 남자들이 좋아하니까요. 이 정도 이유로 기르는 거라면 다행입니다. 나쁘지 않아요. 괜찮아요. 그러나 '여자라면 머리가 길어야지.'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말하는 이들도 꽤 있어요. 이런 제약은 반대의 경우인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지.'처럼 선험적인 거죠. 그걸 잘라내는 장면은 그럼 어떤 의미일까요. 반대로, 과연 저는 머리를 왜 기르고 있는 걸까요. 헤헿

라푼젤은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입니다. 예전에 <겨울왕국>이 핫할 때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을 통해 주워들은 풍문이었는데요, 라푼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능동적 여성상의 주요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뮬란보다도 약간 더하다고. 물론 그럼에도 공주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나야 한다는 점까지는 아직 이겨내지 않았고, 그런 점에서 왕자가 등장하지도 않는 <겨울왕국>은 그보다 좀 더 나간 영화라고. 그래도 백설공주보단 낫네요. 자기 남자는 자기가 고르고, 쟁취하잖아요. (비록 머리는 남자가 잘라줬지만, 그 남자를 살리기 위해 이전의 중요한 선택을 했으니 봐주죠.)

재미있었어요. 특히 그 프라이팬 ㅋㅋㅋ 끝까지 나와서는 ㅋㅋㅋㅋ

아, 재미있었다~ 이제 2주 안 봐야지...
그나저나 왓챠 플레이 자막은 참 짜증나네요. -.- 저라도 직접 검수를 해주고 싶어요. 에잉, OCN이나 CGV 같은 채널에서는 자막도 잘 쓰던데...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982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4 에피타 20/09/23 6182 23
    11017 도서/문학토마 피케티 - 자본과 이데올로기 리뷰(아이티 혁명을 중심으로) 8 에피타 20/10/03 6545 16
    10887 요리/음식당근케이크의 기억 6 에피타 20/08/27 7521 6
    10827 영화영화 '톰보이(Tomboy)' 외신 기사 소개 17 에피타 20/07/30 6859 1
    10371 일상/생각열정과 냉정사이 - 거리두어 생각하기 2 에피타 20/03/12 5944 5
    10609 과학/기술고등학교 수학만으로 수학 중수에서 수학 고수 되기 11 에텔레로사 20/05/22 6024 7
    2375 일상/생각이세돌 vs 알파고 2국을 보고 나서 8 에텔레로사 16/03/10 5917 4
    9627 일상/생각평일 저녁 6시의 한강 다리에는 5 에스와이에르 19/09/04 5619 12
    9546 IT/컴퓨터[마감] SONY 방수 MP3 나눔합니다. 14 에스와이에르 19/08/14 5281 6
    8902 영화[감상평] 살인마 잭의 집 : 원시인 vs 현대인?(스포 有) 2 에스와이에르 19/02/26 24822 3
    7015 게임[스압] 오랜만에 문명5 좀 돌려보고 문명별 후기 14 에밀리아 18/01/28 28085 4
    2895 창작[27주차]그래비티 2 에밀리 16/05/25 5244 0
    2831 창작[26주차] 순간에서 영원까지 14 에밀리 16/05/18 4812 0
    2772 창작[조각글 25주차]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5 에밀리 16/05/10 5022 0
    2664 일상/생각예비군 5년차 후기.ilgi 31 에밀리 16/04/21 38636 0
    2603 일상/생각아침에 갔다오니 사람도 적고 좋네요. 15 에밀리 16/04/13 4947 1
    3022 창작[30주차]길들이기, 길들여지기. 1 에밀리 16/06/14 5673 0
    2966 창작[29주차]눈에 띄는 자 3 에밀리 16/06/08 5768 0
    5329 꿀팁/강좌쉽게 지킬 수 있는 몇 가지 맞춤법. 21 에밀 17/03/30 6956 9
    5176 일상/생각똥 먹었습니다. 18 에밀 17/03/14 5472 6
    5140 영화<나이트크롤러>를 봤습니다. 12 에밀 17/03/10 6025 1
    5035 영화<라푼젤>을 봤습니다. 14 에밀 17/03/01 9041 0
    5026 영화<싱글라이더>를 봤습니다. (스포 많아요. ㅠ.ㅠ 죄송) 10 에밀 17/02/27 9055 1
    4925 일상/생각PK의 의견. 9 에밀 17/02/19 4565 2
    4832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 - 2011년, 우디 앨런 감독 10 에밀 17/02/10 605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