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17/03/21 19:47:57 |
Name | 눈시 |
Subject | 윤종신 5집, 愚 |
이거 쓴 것도 4년 됐네요 - ㅅ-a 윤종신이야 언제나 현역이니 ( '-') ================================== "다시 태어난것 같아요 내모든 게 다 달라 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난 새사람이 됐어요~"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세상도 참 살아갈만할거에요~" 환생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워낙에 유명하니까요. 참 어릴 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뭔가 우와 ( '0')했던 노래였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늘 이런 기분이었죠. 늘 똑같은 생활임에도 전혀 달라 보인다는 것, 남들도 표정이 바뀌었다고 놀려대구요. 일상이 단 한 사람 덕분에 바뀌는 느낌, 그 때의 느낌은 정말 제 수준으론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알고보니 이 노래 하나가 다가 아니더군요. 윤종신의 5집은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그 시작은 정말 다시 태어난 것 같은 환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끝은 달랐으니... 정말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이게 나올 땐 전 11살짜리 꼬꼬마였으니까요. ㅠ 어머 대학교라니 그거 완전 어른들의 얘기잖아요? 커가면서도 신승훈부터 이승환을 좋아했었고... "대학 2년째 모든 게 뜻대로 안 됐지 하루하루 무의미하게만 살았어 널 처음 만난 건 89년 여름 방학 때 나의 눈엔 니가 동화속 공주처럼 보일 정도로 예뻤지~" "만나 달라고 그렇게 졸라대 봤지만 어김없이 약속이 있다는 너의 얘기 화도 났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지 언젠간 니가 나에게 넘어올거라는 걸 난 꼭 믿었어~" "어느 늦은 겨울밤 잔뜩 술에 취해 아무 계획도 없이 너의 집 찾아갔지 눈이 내린 그 골목길 가로등불 아래~ 불꺼진 너의 창문을 한참 동안 바라봤어 이런 것이 사랑일까 웃음 지으면서 희뿌연 새벽 아침을 그렇게 지키고 있었어~" 2번 트랙 여자친구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대학 2학년 때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끈질기게 구애를 했다는 이야기죠. 그녀의 집 앞에서 새벽을 맞으면서도 그게 정말 좋았나 봅니다. 뭐 다들 이런 경험이 한번씩은 있을 거잖아요. 남자의 사랑과 스토킹과의 애매한 경계에서 말이죠. "난 항상 모든 일에 끈기 없는게 약점이지 하지만 이번엔 포기할 수 없었지 불쌍도 했겠지만 막강한 투지에 감동했어 어쨌든 그녀가 날 만나기로 했지~" "치밀한 작전 필요 없어 자존심 따윈 버린지 오래 참아야 돼 어떤 수모도 사랑은 공짜가 아냐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해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 "자 이제 시작에 불과해 조금도 방심할 순 없어 내 여자라 생각될 때까지 조금 더 심하게 괴롭힐게 열번 찍으면 넘어가지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어 두드리면 언젠가 열려 지성이면 감천인가봐~" 결국 그녀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합니다. 그저 한 번 만나준다는 거였지만요. 그게 시작이었답니다. 그 뒤의 일은 이 노래에서 더 나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노래를 보면 알 수 있죠. Club에서 "오늘은 너무 기분 좋은 날 우리는 이 club을 택했지 다들 예뻐 보이네 모두 늘씬해 보여 거리엔 없더니 모두 여기와 있었군 그렇지만 너완 비교 안 돼 언제나 내겐 넌 아름다워~" "오늘은 우리 처음 만난 날 매년 이 날을 기념해 왔지 시간이 흐를수록 지겨워 진다던데 나는 왜 그런지 기미조차 없어 너는 어떻니 아직 변함없는지 지금의 내게 만족하고 있니 나를 보며 마냥 웃고 있는 너를 믿겠어 걱정 안할게~" 벌써 몇 년이 된 건진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던 날을 기념해 클럽으로 갔던 연인, 다른 예쁜 여자가 많이 보여도 일편단심이랍니다. 그의 연인 역시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죠. 아마 그랬을 겁니다. 이렇게 4번 트랙까지 정말 순조롭게 흘러갑니다. 구애하던 시절이야 아주 즐거운 추억일 뿐이죠. 환생부터 club에서까지, 대 2때 여자에게 작업 걸어 사귀었다는 걸로 아주 간단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가장 잘 나갔던 내용인 club에서는 구하기 어렵네요. (...) 직접 찾아서 들어봅시다. 이렇게 그들은 천국과도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뵈었지 너의 어머니 평소완 달리 꽤 친절하셨지 마치 어린아일 다루시듯 자상하셨어 하나하나 너무나 자세히 내게 설명해 주셨지" "왜 우리 헤어져야 하는지 왜 이루어질 수 없는지" "왜 이루어질 수 없는지 바보처럼 난 고개만 끄덕였어 계속 말씀하실수록 난 작아져만 갔지 난 자신있게 충분히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단 얘기 하고 싶었지만 나완 너무 달랐어 어머니께선 내 생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행복 바라셨지 만족하신 듯 했어 고개 떨군 나를 보시며" "나보다 더 널 사랑하신 것 같아" 현실의 장벽은 너무도 컸습니다. 그 상대가 연인을 자신보다 사랑하시는 부모님이라면 말이죠. 뭐 이런 사랑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를 떠나서 말이죠. "늘 그랬듯 오늘도 당신의 사진을 보며 잠에서 깨어나요 그댄 술이 덜 깬 날보고 웃죠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어제 입었던 옷들을 보면서 힘겹게 수화기를 들어보죠" "그대 번호 누르다가 멈췄죠 아참 우린 어제 헤어졌었죠 그래서 내 눈도 이리 부어 있군요 돌아오던 길 너무 서글퍼 조금 울었죠" "잘 잤나요 오늘은 그대가 좋아하는 흐릿한 날씨네요 이런 날은 오후에 꼭 만나곤 했죠 일어나요 오늘은 그대가 아침 일찍 수업 있는 날이에요 아 벌써 집을 나섰을지 모르겠군요" "그래요 취한 건 나 혼자였었죠 "나 이제는 어떻게 하나요 잊으려면 나도 바빠야겠죠 오랜만에 친구들 볼게요 그댈 모르는 예전 친구들을 그들은 그대 안부 묻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지우려고 노력할게요" "아득히 느껴져요 그댈 완전히 잊는 날" "내일이면 그대 떠난지 딱 일년째 되는 날이죠 고작 한 살 더 먹는게 이리 힘들줄은" "어머닌 나 맘 모르시는지 그대 사드린 목도릴 꼭 하셨죠 계절이 바뀌어 묵은 옷을 꺼내어보면 그 속에 구겨진 추억들이 있죠" "딸이 없는 우리 아버지 그대를 제일 좋아했어요 내 맘 아셔도 한잔 하시면 그댈 보고싶다 하셨죠" "그대 일년은 어땠나요 나보다는 편했기를 바래요 나처럼 초라해지면 안 돼요 계속 아름다워야 해요" 그렇게 헤어지고 일년이 지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바쁘게 살면서 잊겠다 했지만 여전히 잊지 못 합니다. 부모님도 참 매정하시네요 orz 그래도 비는 건 그저 그녀의 행복... 축복받는 결혼을 꿈꿨을 그, 하지만 그 꿈은 깨져버립니다. 상대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알면 안 됐겠죠.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그걸 이길 방법이 없었기에 헤어진 걸 테니까요. 그럼에도 그녀의 행복을 빈다는 건 참... 언제나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요. "나 여기 있어요 우리 약속한 자리 많은 시간 흘렀지만 난 기억해요 바로 오늘 만나기로 했죠 이 자리에서 우린 헤어졌었죠 다가올 외로움에 불안해하며 우린 서롤 걱정하며 이별했죠 그리고 약속했죠 이맘때 쯤이면 편한 추억으로 남을거라 하며 오늘 만나기로" "그대 늦는군요 그래요 이젠 외출 준비가 길어질 나이죠 내겐 그대 순수했던 모습뿐인데 오늘도 전처럼 창가에 있죠 길게 늘어진 차들이 보이네요 천천히 와요 그리 지루하진 않네요" "혹시 잊었나요 오늘 이 자리 그렇게 요즘 행복한가요 그 생각에 조금 서러워지네요 자 이젠 그만 난 일어날게요 그대 처음으로 약속 어겼네요 그런데 왜 내가 더 미안한 걸까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오늘, 이 날에도 그녀와 헤어진 자리를 맴돌며 잊지 못 하고 있는데 말이죠. "설레기이도 하고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내일이 빨리 왔으면 해요 나를 걱정했던 사람들 나를 위로했던 사람들 이제는 마음 놓을 거예요 내가 환히 웃을 때 다들 모른 척 해주겠죠 그리움에 지쳤던 시절을 언제 그런 적 있냐는 듯" "다짐할게요 당신을 그대라고 이제 부르지 않겠어요 그냥 학교 동창일 뿐이죠 흔적들 다 없앴죠 아무런 남김도 없이 우리 마주치지만 마요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세월이 흐른 뒤에 모습 너무 많이 변해서 서로 알아볼 수 없기를" 그렇게 그는 결혼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녀는 그대가 아니라 동창일 뿐이라면서요. 이젠 자기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함께 만들 기억으로 이전의 기억을 덮겠다 합니다. 그런 말을 반복하죠.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요. '-') 제목이 바보의 결혼이듯, 이런 어리석은(愚) 바보가 계속 반복하는 말은 듣는 이도 씁쓸하게 합니다. 뭐 사실 제일 불쌍한 건 그랑 결혼하는 여자일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노래이니... 윤종신이 결혼한 건 이 앨범 나오고도 10년 후죠. 이렇게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게 윤종신 5집 앨범, 愚입니다. 역시 솔로가 좋다는 감동적인 교훈을 볼 수 있습니다. 뭐 피쟐러라면 정말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런 사랑얘기 같은 거 없겠죠? (...) 연결해 볼만한 노래가 있습니다. 나온 거야 이것보다 전이지만요.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 드레스 하얀 미소는 서글픈 부케 수줍은 듯한 네 미소 이해할게 너의 부모님 말씀을 지금 보니 네 옆에 그 사람도 널 아마 행복하게 해 줄거야" "하지만 넌 잊을 수 있니 그 맹세 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울었잖아 촛불을 켜고 무엇도 우릴 갈라놓을 순 없다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난 널 알잖아 순결한 너의 비밀 너의 꿈을 나를 보지마 지금 네 모습에 우는 날 난 지키고 있을게 촛불의 약속 괜찮아 너는 잊어도 돼 널 맡긴 거야 이 세상은 잠시 뿐인걸"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는 흔한 얘기, 좀 다른 게 있다면 보통 연인이 죽는 반면 이 경우는 연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그녀는 결혼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깝니다. 그래야 그 다음 얘기가 성립되죠. 글쎄요. 그게 진짜일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 아무튼 참 격정적입니다. 진짜 사랑은 자신이라고, 이 짧은 생이 끝나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계속 말하고 있죠.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처럼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 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 전 그 노래만이" 세계관은 좀 다른 것 같긴 합니다만... 결혼한 바보는 그녀를 추억으로 돌립니다. 격정은 안심으로, 다시 만나자는 절규는 서로의 반쪽에 충실하자는 바뀌었죠. 이렇게 한 여자는 한 남자의 베아트리체로 남을 겁니다. 다음 생이든 천국이든 어떤 게 더 있을진 모르겠지만, 현실에 충실하게 된 거죠. 애도 있는데 당연하기도 하구요. 5집과 이어서 생각해보면 참 의외, 혹은 당연한 변화일 겁니다. 해가 지나면서 이런 게 이해가 돼 가는 게 참 신기합니다. 놓칠 수 없는 사랑, 영원한 사랑 이런 것보다는요. 이전의 뜨거웠던 기억들이야 추억, 혹은 판타지로 남게 되겠죠. 살면서 사람 한둘 만날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예전 사랑에만 집착한다면, 지금, 혹은 미래의 사람에겐 너무도 잔인한 거기도 하죠. 2
이 게시판에 등록된 눈시님의 최근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