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23 01:39:23
Name   알료사
Subject   깨철이
하아... 타임라인 글자수 너무 압박이네요 ㅜㅠ 1000자일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100자 차이가 이렇게 컸었나 싶습니다... ㅠㅠ

역시나 영양가 1도 없는 타임라인용 잡상입니다...

.
.


가끔 제가 이문열의 소설 '익명의 섬'에 나오는 깨철이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혼자들도 많은 여초직장에서 이 여자 저 여자들과 약간 애매하다 싶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세월을 몇 년씩이나 보내고 있는데

분명 여직원들끼리의 자리에서 제 이야기도 나올 것이고, 저의 지조없는? 사교행태에 대해 좋게 보고 있을 턱이 없는데

이상하게 또 우연히 개인적인 만남이 있게 되면 야릇한 상황이 발생한단 말입니다..

남자들이 흔히 분방한 여자?를 두고 하는 질 나쁜 농담 - 쟤랑 못사겨보면 남자도 아니다 - 라는것이 역으로 시전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망상도 들고..

제가 모두가 이용? 할 수 있는 공공재 같은 것이 된거같기도 하고 -_-  그렇다고 제가 그녀들 중 누구랑 사귄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한번은 어떤 기혼자분께서 저에게 무척 밝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저는 혼자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분은 저 사랑스러운 표정을 자신의 남편 앞에서 얼마나 자주 지을까? 아마 꽤 드물거 같다... 결혼을 하는 여러 이유 중에 서로 따뜻하게 대해 주며 감성적인 포근함을 느끼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모르긴 해도 저분의 남편보다 내가 저분에게 그런 부분에서 더 혜택을 받는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저분에게 무얼 해주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렇게 보면 결혼 안하는게 너무나 개이득인 것 아닌가...'

이런 적도 있습니다. 역시 어떤 기혼자분께서 일대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를 포함한 일행과 저녁 술자리를 잡았는데 남편분께서 요새 너무 귀가 늦는것 아니냐고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분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몇십분간 전화로 분노의 사자후를 쏟아붓고는 원래 약속시간에 나왔습니다. 어쩐지 그날 술자리가 파한 후 배웅을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좀더 일찍 들어가시는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그 사람한테 구속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내 귀가시간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구요..

내일 모래 결혼식인 새신부와 막차시간 직전까지 둘이서 술을 먹질 않나..  이분은 며칠전에 술자리 파한후 아파트 현관 앞까지 바래다주고 왔는데 한시간쯤 지나서 어디야? 들어갔어? 라고 톡이 오더군요.. 잠든척 쌩까고 다음날 답장했습니다.. 기절하듯 잠들어서 못봤다고.. 그랬더니 자기도 잠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러셨습니까.. 한시간 깨어 있다가 어디냐고 물어보고 잠드셨습니까.. 제가 안들어갔으면 라면이라도 대접하시려 했습니까..  언젠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일적인 부분에서 생기는 고민들은 남편에게 말해도 알아 듣지도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하고 돌아오는건 형식적인 위로 뿐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하고 대화하는게 훨씬 의지가 된다.. 라고..


..

요 며칠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여성클러분들의 남편 타박?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을텐데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터놓고 말도 못하고 온라인의 익명의(번개 등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지만..) 공간에서 더 편하게 대화하게 되는 그런 심리가..  아마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기혼자들에게 있을 것이고..  그런 막히는 부분이 있는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다른 이성과 대화를 나누고, 그러다가 특정 부분에서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직장 동료라든가 친한 동생이라든가 하는 명분으로 어떤 사교의 통로가 개척되어지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관계가 과연 도덕적으로 심판이 가능한 부분인지..  


뭐 당연히 기혼자도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중에 이성도 있을 수 있고 하는걸 제가 괜히 오버해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 생각하기에 자꾸 아슬아슬한 상황이 생기는거 같아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제가 의도하고 있는것인가 싶기도 하고 상대가 의도하고 있는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이도 저도 아무것도 아닌데 헷갈리고 있는 것일수도 있고..

역시 제가 변태이기 때문일까요..


하아... 무슨 이딴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티게에는 시한폭탄 기능 없나요... ㅜㅠ  



1
  • 엌ㅋㅋㅋㅋㅋㅋ깨철잌ㅋㅋㅋ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03 정치21대 총선을 예측해보아요 8 토끼모자를쓴펭귄 20/02/17 6611 1
10250 일상/생각씁쓸함과 다짐 4 셀레네 20/02/01 6611 4
10020 창작은밀한 통역 2 작고 둥근 좋은 날 19/11/23 6611 23
10878 철학/종교이별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나는 오랜 친구에게.. 25 사나남편 20/08/24 6610 9
14279 일상/생각인생의 유관력 8 moqq 23/11/16 6609 2
4983 꿀팁/강좌[사진]렌즈를 읽어봅시다. 33 사슴도치 17/02/24 6609 7
2248 기타[불판] 잡담&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21> 86 위솝 16/02/18 6609 0
1002 정치노사정위를 통과한 노동개혁에 대하여 9 nickyo 15/09/15 6609 3
9969 꿀팁/강좌이론과 실제 : 귀납적 구치소법학의 위험성 4 사슴도치 19/11/10 6607 17
12954 육아/가정제 일생에서 가장 어이없는 말을 어제 들었습니다. 35 shadowtaki 22/06/26 6606 0
9014 일상/생각제 성격 10 절름발이이리 19/03/30 6606 0
8055 IT/컴퓨터EJB 를 아시나요? (1) 10 메아리 18/08/14 6606 11
8534 일상/생각홍차넷 정모 : 2018 웰컴 티파티 후기 23 The xian 18/11/17 6605 40
1561 음악N.EX.T의 노래 3+1곡 4 천무덕 15/11/14 6605 0
668 일상/생각한 폭의 그림같은 직장 이야기 #1 16 No.42 15/07/28 6605 0
5267 일상/생각깨철이 48 알료사 17/03/23 6604 1
3907 과학/기술어린 데니소바인 (Denisovan) 소녀의 치아 2개 7 모모스 16/10/14 6604 2
3435 문화/예술우울했던 옛날 어린이 만화들 24 Toby 16/08/03 6604 0
692 일상/생각- 14 15/07/31 6604 0
12017 문화/예술뜨개질을 시작해보자! 8 고기찐빵 21/08/26 6603 6
9999 오프모임11/29 공식(?) 술쟁이의 술벙개 +_+ 82 해유 19/11/18 6603 5
10947 음악Joan Baez, Diamonds and Rust goldfish 20/09/11 6603 1
8406 의료/건강치약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7 化神 18/10/22 6603 9
10299 일상/생각kbs의 저널리즘 토크쇼 j : 유튜브 악마화하는 언론의 장삿속 을 보고 8 토끼모자를쓴펭귄 20/02/17 6602 4
2139 일상/생각독서실 알바 10 nickyo 16/01/29 6602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